지난 6월 13일 E3 2013에서 넥슨이 도타 2의 국내 서비스 일정을 발표한 지 4개월 만에 베타서비스를 거쳐 도타 2의 국내 정식 서비스가 시작됐습니다. 베타서비스 기간 넥슨은 넥슨 스타터 리그와 넥슨 스폰서십 리그 등 2개의 공식 리그와 아마추어 리그를 진행 혹은 완료했으며, 이외에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유저들에게 도타 2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렇듯 국내에서는 이제 막 첫걸음을 떼고 있는 도타 2이지만 그 눈을 국외로 돌려 보면 도타의 인기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합니다. 도타 2의 전신인 도타 올스타즈와 관련된 기록들을 보노라면 왜 이런 게임이 이제야 국내에 본격적으로 알려졌는지 의아하기도 합니다. 게임만큼이나 흥미진진한 도타 2의 지난 발자취를 소개합니다.

■ AOS 게임의 르네상스를 열다! 도타 올스타즈

▲ 태초에 도타 올스타즈가 있었으니... (사진 출처: wikipedia)

현재 대세 게임으로 자리 잡은 리그오브레전드를 비롯해 도타 2, HON, 카오스 온라인, 사이퍼즈 등 AOS 게임들이 최근 게임 시장을 주름잡고 있습니다. 이런 게임들은 각자의 장르를 두고 DOTA like, AOS, MOBA, 액션 RTS 등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부르지만, 그 뿌리를 따라가면 결국 하나로 모입니다.

AOS 게임의 역사는 스타크래프트의 초기 유즈맵 중 하나인 Aeon of Strife에서 출발합니다. Aeon of Strife는 게임툴의 한계로 지금의 AOS 게임보다는 디펜스 게임에 더욱 가깝지만, 이 게임의 출시는 여러 개발자에게 적지 않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이후 워크래프트 3가 출시,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2003년에 '율(Eul)'은 워크래프트3의 모드를 이용해 Aeon of Strife의 뒤를 잇는 도타(DOTA, Defence of the Ancients)를 세상에 내놓습니다.

▲ 소문만 무성했던 도타의 아버지 'Eul'의 등장에 TI 현장은 박수 갈채가 이어졌다.

다양한 영웅과 함께 아이템, 스킬 기능을 도입한 도타는 지금의 대각선 형태로 배치된 두 진형을 구현했고, 워크래프트3의 모드 게임이 아닌 새로운 독창적인 게임으로 인정받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워크래프트 3: 프로즌 쓰론이 출시되면서 도타의 소스가 공개됐고, 이는 수많은 도타 아류작을 낳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른바 'DOTA like'라 불리는 이러한 아류작들은 개발자들의 의도에 따라 기존 도타가 가진 공성전이라는 컨셉을 답습하거나 도타에서 제시된 영웅 배틀을 극대화하는 식으로 발전했습니다. 국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카오스 역시 그중 하나였습니다. 이러한 아류작들의 등장에 율은 개발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고 개인 사정이 겹치며 결국 도타 개발을 중단했습니다.

도타의 여러 아류작 중 'Meian'과 'Ragn0r'가 개발한 도타 올스타즈는 이른바 'DOTA like' 게임 중 가장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개발상의 저작권 문제가 발생하면서 도타 올스타즈 역시 개발 중단의 문제와 직면했습니다. 그때, '구인수(Guinsoo)'가 도타의 원제작자인 율의 허락을 얻고 도타 올스타즈의 후속 버전을 개발, 지금의 도타 올스타즈를 계승하게 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밸런스 패치가 거의 없었던 원작 도타와는 달리 구인수가 개발을 담당한 도타 올스타즈는 상당한 밸런스 패치가 이어졌지만, 이는 오히려 유저들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이후 구인수가 도타 올스타즈의 개발에서 물러나면서 '아이스프로그(IceFrog)'가 도타 올스타즈의 개발을 이어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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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밸브의 아이스프로그 영입! 도타 2, 그 태동을 시작하다

▲ 아직까지도 그 정체가 미스터리한 ICEFROG

국내에서는 통칭 '얼개(얼음개구리)'로 불리는 아이스프로그가 도타 올스타즈의 개발을 맡게 된 뒤로 도타 올스타즈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아이스프로그에 의해 도타 올스타즈는 많은 영웅과 시스템이 추가됐고, 2000년대 중반 북미, 유럽, 중국 시장을 강타, 엄청난 수의 도타 팬들을 확보하며 AOS 장르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가졌습니다. 기존 AOS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매력과 스킬을 가진 다수의 영웅은 지금도 도타만의 강점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런 도타 올스타즈의 장래성과 아이스프로그의 개발 능력을 인정한 밸브는 2009년 10월 그를 영입하며 도타 2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1년이 지난 2010년 10월, 밸브에 의해 도타 2가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도타 2에 앞서 여러 AOS 게임이 출시됐지만, 기존 도타 올스타즈를 즐기던 팬들은 이런 게임들을 두고 모방한 게임이라며 쉽게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도타 올스타즈는 새로 출시되는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워크래프트 3의 모드 게임이라는 한계로 인해 시스템 상의 불편함과 조악한 그래픽으로 경쟁성이 떨어졌습니다.

그러한 시점에서 발표된 도타 2는 도타 올스타즈를 정식으로 계승했다는 의의와 함께 특유의 신비주의와 개발 실력으로 많은 유저를 매료시킨 아이스프로그의 참여가 어우러지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개발 초기의 도타 2는 지금의 것과 많은 차이를 보였지만, 한층 업그레이드 된 그래픽과 안정된 환경, 무엇보다도 기존 도타 올스타즈의 핵심 시스템 및 영웅들이 그대로 이어지면서 적지 않은 관심을 불러 모았습니다.

이러한 팬들의 지지에 힘입어 밸브는 2011년 게임스컴에서 도타 올스타즈때부터 뛰어난 실력을 자랑한 팀들을 초대해 160만 달러(당시 환율로는 약 17억 원)의 상금을 놓고 The International 2011을 개최했습니다. 첫 번째로 열린 도타 2의 공식 리그인 The International 2011은 잦은 경기 지연과 렉 등의 문제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부터 진행된 독보적인 규모의 대회는 도타 2에 대한 팬들의 관심을 한층 더 키웠습니다.


이후 도타 2는 WCG 2012의 종목으로 채택되어 한국 대표팀 역시 참가했으며, 2012년에 열린 TI 2에서는 중국 팀들이 강세를 보이며 패권을 장악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지난 8월에 종료된 TI 3는 '기록서' 아이템 판매 수익의 일부를 상금에 포함, 총 상금 30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상금을 기록했습니다.

현재 도타 2는 일일 최대 접속자 50만 명을 돌파, 조금씩 유저 층을 늘리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e스포츠에서도 빠르게 성장, 베타서비스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012년 e스포츠 상금 규모 랭킹 기준 리그오브레전드와 스타크래프트 2에 이어 총상금 약 2백만 달러로 3위를 기록했습니다. (자료 출처 progamingtours)


■ 밸브와 넥슨, 두 공룡의 만남

▲ E3 2013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한 넥슨 김인준 실장(좌)과 벨브 에릭 존슨(우)


2012년 11월 8일, 넥슨은 밸브와 도타 2의 국내 서비스 계약을 체결 소식을 발표했습니다. 국내 거대 게임 업체인 넥슨이 도타 2의 서비스를 담당하게 됐다는 소식은 여러모로 화제를 불러 모았습니다. 기존 밸브의 독자적인 플랫폼인 '스팀'을 이용해 도타 2를 즐기던 국내 팬들은 물론이거니와 외국 유저들 역시 e스포츠 강국인 한국이 도타 2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흥미진진한 반응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2013년 6월 13일, E3 2013이 한창 진행되던 L.A.의 옥스퍼드 팔레스 호텔에서 넥슨은 도타 2의 국내 서비스 계획을 발표합니다. 넥슨과 밸브의 관계자들이 참석해 진행된 이 발표회에서 넥슨은 도타 2의 서비스 일정 계획과 함께 국내 e스포츠 시장을 겨냥해 1년 간 20억 원 규모의 도타 2 리그를 진행할 것임을 알렸습니다.

이와 동시에 넥슨은 '넥슨 스타터 리그'를 개최, 약 2천만 원의 규모로 도타 2 e스포츠의 첫발을 내딛게 됩니다. 당시 도타 2에는 한국 서버가 없었기에 유저들은 도타 2를 즐기기 위해서는 동남아를 비롯한 다른 지역 서버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당연히 한국 유저들이 도타 2를 플레이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렉과 언어의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넥슨 스타터 리그와 함께 등장한 한국 서버는 쾌적한 환경으로 인해 도타 2를 즐기던 유저들의 큰 지지를 받았습니다.

넥슨 스타터 리그 이후에도 넥슨은 도타 2의 프로팀들을 육성하기 위한 '넥슨 스폰서십 리그'를 진행 중이며, 아마추어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리그 역시 진행 중입니다. 또한, 세계 정상급 실력을 보유한 해외 팀들을 초청해 펼쳐지는 넥슨 인비테이셔널 슈퍼 매치 역시 그 시작을 앞두고 있습니다.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이어지는 도타 2의 이런 굵직한 소식은 기존 e스포츠 팀들로 하여금 도타 2 팀을 창단하게 하였고, 도타 2를 경험하고자 하는 유저들의 베타키를 구하는 글들이 커뮤니티에서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이제 넥슨은 도타 2의 베타 서비스를 끝내고 정식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외국에서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는 도타 2가 국내 무대에서 얼마나 활약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관계자와 팬들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시작부터 강력한 경쟁 상대가 있기에 더더욱 이후의 행보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정통 AOS의 귀환'. 성대한 시작을 알린 도타 2가 앞으로 국내에서 어떠한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갈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