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마지막 IEM (Intel Extreme Masters)이 성황리 마무리되었다. LOL 월드 챔피언쉽 (이하 롤드컵) 이후 처음으로 열린 국제적 대회였던 만큼 큰 관심을 받았다. 결과만 두고 본다면 두 대회 모두 큰 이변 없이 기존 강 팀들의 활약이 팬들을 즐겁게 하였다. 하지만 내용면에서는 흥미로운 점이 많았다. 기존 강팀들간의 격차가 얼마나 좁혀졌는 지를 확인 할 수 있었다.


말도 많고 흥미로운 요소도 많았던 ‘2013 IEM 쾰른‘2013 IEM 싱가폴을 통하여 북미/유럽팀들과 아시아팀들의 현황을 체크해보자.

▲ 2013 IEM 쾰른의 주인공, Gambit BenQ


2013 IEM 쾰른


롤드컵의 설욕을 노리는 CLG C9 이었다. 그러나 4강에서 양팀 모두 유럽의 강호, Gambit BenQ Fnatic 에게 패하고 만다. 결국 ‘2013 IEM 쾰른에서도 북미팀의 약세는 이어지고 만다.


북미팀의 문제점은 여전히 한 명의 선수에게 의존한다는 점이다. CLG 같은 경우 'Doublelift' Peter Peng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결국 'Doublelift'가 성장하지 못하면 경기는 쉽게 패배했고, 상대팀 입장에서는 집요하게 이 약점을 공략했다.


▲ 'Doublelift' : 5명이 모였는데 왜 혼자 하는 느낌이지?



C9은 반대로 기존 팀 스타일을 버리고 새로운 팀 전략을 내세웠다.


C9의 기존 스타일은 ‘Meteos’ Will Hartman의 무한 성장 이후 라인들을 파괴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번 ‘2013 IEM 쾰른에서 C9은 이 스타일을 버렸다. ‘Meteos’ 한 명에 의존하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균등하게 성장한 후에 스노우 볼을 굴리는 정석 스타일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C9은 팀 색깔을 잃어버리고 이도 저도 아닌 미완성된 스타일을 고집하는 팀이 되어버렸다. 물론 팀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한 선수에게 의존하는 게 좋지 않다. 하지만 이번 ‘2013 IEM 쾰른에서의 C9은 그저 미완성된 팀이었다

▲ 녹턴을 플레이한 ‘Meteos’는 잘 성장했지만 진정한 승자는 메뚜기



반면 유럽 팀들은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 롤드컵을 통해 더욱 성장한, Fnatic Gambit BenQ는 대회 내내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2013 IEM 쾰른의 주인공, Gamebit BenQ는 이번 대회 동안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돌아온 ‘Edward’ Edward Abgarian의 힘과, ‘Genja’ Evgeny Andryushin의 각성으로 Gambit BenQ의 유일한 약점으로 분석된 봇라인이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게 됐다. 심지어 현장 해설진들도 ‘NEW Genja’ (뉴겐자)라고 칭했다.

Gambit BenQ는 상당히 까다로운 팀이 되었다. 봇라인이 강력한 조합 (ex. 애니+루시안)을 꺼낼 경우 탑 ‘Darien’ Evgeny Mazaev은 지속적인 라인 푸쉬를, 미드 ‘Alex Ich’ Aleksei Ichetovkin은 상대 정글러에 압박을 주는 동시에 ‘Diamondprox’ Danil Reshetnikov와 상대 버프 컨트롤까지 가져가는 전략을 사용한다. 그렇게 상대보다 강력한 조합을 가져간 봇라인은 성장하여 팀을 승리로 이끄는 공식을 보여준다.


반대로 미드가 성장형 챔피언인 경우 ‘Diamondprox’는 타 라인을 버리고 미드를 계속 도와주는 플레이를 한다. 그렇게 미드 챔피언을 성장시킨 뒤, 로밍을 통해서 상대 라인들을 파괴해버린다.


▲ 애쉬에게 접근하는 ‘Diamondprox’의 이블린, 뒷일은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어떻게 이런 다양한 스타일의 전술이 가능하게 됐을까? 바로 이번 ‘2013 IEM 쾰른 MVP, ‘Diamondprox’가 그 중심이다. 한층 성장한 개인 기량, 순간적인 판단이 너무나도 훌륭했다.


C9 Gambit BenQ의 준결승전 1경기에서 ‘Diamondprox’는 그의 진가를 보여준다. C9의 'Meteos'가 지속적으로 라인들을 괴롭히고 대부분의 갱킹은 성공한다. 그러자 ‘Diamondprox’는 백업이나 갱킹을 포기하고 상대방 정글 몬스터까지 먹으면서 성장하게 된다. 불리했던 상황을 뒤집은 것은 용 앞에서 싸움이었다. 갱킹을 성공했던 'Meteos'보다 코어템을 하나 더 갖춘 ‘Diamondprox'를 앞세워 크게 승리를 거두게 되는 Gambit BenQ. 그 뒤로 게임을 쉽게 풀어간다.

원래 이런 스타일의 경기는 C9의 방식이다. 자신들이 가장 자신있던 스타일에 무너진 것이다. 이런 성장형 정글러 모습을 보여주면서, 또 결승전 Fnatic과의 2경기에서는 예전 자신의 스타일, 상대 라이너들을 박살내버린다. 이번 대회만 본다면 'DiamondProx'가 Gambit BenQ를 업그레이드 시킨 느낌이다.


롤드컵 이후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인 Gambit BenQ, 그들에게 과거 ‘M5’ 시절의 위엄을 느낄 수 있었다.


▲ 2013 IEM 쾰른의 MVP, ‘Diamondprox’


Fnatic은 ‘2013 IEM 쾰른에서 좋은 플레이를 보여줬으나 2% 부족한 모습이었다. 나이 제한으로 라이엇 공식 대회에 참여가 불가능 했던 ‘Rekkles’ Martin Larsson이 드디어 엔트리에 합류하였다. 많은 팬들의 기대를 받았던 ‘Rekkles’였지만 그의 플레이는 기대 이하였다.


CLG의 'Doublelift'를 상대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준결승에서 캐리력을 보여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글러의 기량 차이가 너무 심했다. 결승전, Gambit BenQ를 상대하면서 Fnatic의 봇듀오는 돌아온 'Edward'와 NEW Genja'에게 처참히 무너진다. 정글러의 힘을 얻어 몇번 킬을 성공하지만, 이후 이어지는 한타에서 위치 선정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무너지고 만다. 결국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인상만 남기고 대회가 종료된다.


▲ ‘Rekkles’ : 아 말파 누가 키움?



물론 기대치가 너무 높으면 실망도 큰 법, 고로 엔트리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재평가를 하기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Cyanide’ Lauri Happonen은 경기력에 심한 기복을 보였고, ‘Soaz’ Paul Boyer은 주력으로 쓰이던 AP 챔피언들이 너프 된 뒤로 큰 활약을 하지 못하는 듯 했다. 물론 탑 리븐을 상대로 꺼내든 탑 카르마는 상당히 재미있는 카드였다.

초반 라인전이 강력하지만 중반에 약한 카르마, 그러나 후반에서는 꽤나 괜찮은 챔피언이다. 기존 딜탱류, 혹은 누커류 챔피언과는 다른 딜+서포팅 챔피언이다. 현 메타에 어울리지는 않지만 AP 챔피언을 선호하는 'Soaz'에게는 상당히 어울리고 재미있는 챔피언이었다.


홀로 고군분투 했던 ‘xPeke’ Enrique Cedeno를 앞세워 충분히 더 발전할 가능성이 보였던 Fnatic이다.


▲ ‘xPeke’ : 요즘 더블리프트의 심정이 이해가 되요.



*2013 IEM 쾰른의 챔피언 직스

▲ 국내에서도 좋은 날을 기대하는 '직스', 그런데 곧 시즌4


대회에서 4번 등장했던 직스는 승률 75%로 좋은 모습을 보인다. 현 메타에서 상성이 없다고 평가되는 오리아나를 상대하기 수월한 챔피언으로서 그라가스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오리아나보다 빠른 타이밍에 강해지고 포킹과 수성에 좋기 때문에 조만간 국내 리그에서도 활약하기를 기대해 본다.



2013 IEM 싱가폴


▲ 2013 IEM 싱가폴의 챔피언, Invictus Gaming



많은 국내 팬들의 기대와는 달리 Invictus Gaming(이하 IG)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들의 결승전 상대가 CJ 프로스트 였기에 더욱 국내 팬들의 관심이 큰 경기였다. 준결승까지 양 팀 모두 압도적인 경기로 세계적 강팀의 면모를 보여줬다. 비록 경기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전승으로 결승전에 올라왔기에 더욱 기대되는 결승전이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IG가 프로스트를 압도하며 2:0으로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 우리의~~만남은~~~우연이~~~아니야~~



오래전부터 호흡을 맞춰온 IG와는 달리 스쿼드 변화 이후 아직은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프로스트였다. 모든 팀에는 고유의 스타일이 존재하는데, 이 스타일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미드 라이너와 정글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프로스트는 이 두 포지션에 인원 변동이 있었고 아직까지는 자신들의 색깔을 찾지 못한 느낌의 결승이었다.


탑 라인에서 항상 든든한 모습을 보여준 'Shy' 박상면 마저도 고전했다. 뜻 밖의 쉔 픽으로 무시무시한 플레이를 보여준 'PDD' Liu Mou와는 달리 컨디션에 실패했는지, 다소 조급한 플레이를 보였다. 특히 'PDD'의 2경기 럼블 픽은 IG가 얼마나 프로스트전을 준비해 왔는지 보여주는 픽이었다.


▲ 'PDD' : 난 널 절대 놓치지 않아!!


현재 대세인 레넥톤, 쉬바나, 렝가가 무서운 타이밍은 '태양불꽃 망토'가 완성된 이후다. 하지만 강력한 AP 챔피언을 선택하여 강제로 '정령의 형상'을 먼저 가게 만든다. 결국 가장 중요한 첫번째 용싸움 타이밍에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이는 IG의 철저한 분석에 따른 픽이였고 그 작전은 성공하게 된다.


'Maknoon' 윤하운는 IG의 끝없는 미드 공략에 시달렸지만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봇듀오 'Space' 선호산과 'Madlife' 홍민기는 1,2경기 내내 무난한 모습을 보여준다.


▲ 피들스틱의 궁극기를 사용한 이니시에이팅



IG 와 프로스트의 경기에서 가장 큰 차이는 정글에 있었다고 본다. 매번 갱킹을 성공한 'Illusion' Chen Xin-Lin과는 달리 'Helios' 신동진은 상대 정글러를 쫓아다니기 바뻤다. 'Illusion'이 타 라인 갱킹을 성공하고 많은 이득을 취할 때 신동진은 어떠한 이득도 챙기지 못했다. 1경기 같은 경우는 오히려 비등했던 봇 라인 갱 당시 실수하여 상대 원딜러를 키워주는 결과가 나오고 만다.


'Illusion'의 매서운 갱킹과 상대 정글러의 흐름을 읽어 게임을 주도하는 능력은 대단했다. 매번 프로스트의 라인들을 괴롭혔으며 한타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보여줬다. 특히 미드 라인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피들스틱으로 레벨 5상태로 부쉬에 숨은 뒤, 라인 경험치로 인하여 레벨 6이 되자마자 궁극기를 활용한 갱킹은 환상적이었다.


국내 팬으로써는 아쉬웠지만 배울 점이 많은 '2013 IEM 싱가폴'이었다.



*2013 IEM 싱가폴의 챔피언 - 피들스틱


▲ 서포터뿐만 아니라 정글러까지! 미드 피들스틱도 나올까?



'Illusion'이 2번 활용했던 피들스틱은 게임을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템트리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AP를 높여 강력한 궁극기를 활용하는게 일반적인 모습이지만, 'Illusion'의 피들스틱은 달랐다. 선 '밴시의 장막'을 가면서 방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피들스틱의 궁극기가 LOL내 최고 데미지 효율을 자랑한다. 하지만 그만큼 몸이 약하다. 이는 결국 'AP 템을 가지 않아도 딜은 충분하다, 몸을 강력하게 하자' 라는 역발상을 보여주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현재 대세인 정글 누누에 대항하기 좋은 챔피언으로 평가받는 피들스틱 정글, 단순히 국가간의 성향차이라기 보단 충분히 연구가치가 있는 챔피언으로 보인다. 시즌3 초창기에 애니 서포터나 쉬바나는 중국에서 자주 나오는 픽이었지만 국내에서는 '트롤' 취급을 받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최고 강력한 카드들이 아닌가?



Good Bye 시즌3, Welcome 시즌4


▲ 'PDD' : 다음 시즌에 보자구♥



이번 '2013 IEM 쾰른' 과 '2013 IEM 싱가폴'에서 전혀 색다른 메타는 등장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시즌4가 눈 앞이기에 굳이 새로운 메타를 연구할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두 대회를 통해 현재 세계 강팀들의 성향과 현황을 알아보기에는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시즌4다. '장신구'라는 새로운 개념의 등장과 달라진 특성. 서포터의 상상 초월한 골드 수급과 치열해진 시야 싸움. 이러한 많은 변화는 팬들에게 신선함으로 다가갈 것이다.


항상 매 시즌마다 북미/유럽이 메타를 창조하고, 아시아에서 이를 가져와 완성시킨다는 평이 많았다. 과연 이번 시즌에는 어디서 새로운 메타가 창조되고 어떠한 '고인' 챔피언들이 다시 떠오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