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난 2012년, 월드오브탱크의 정식 서비스도 시작되지 않은 시점에서 대표팀 선발을 거쳐 WCG에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 아쉽게도 지난 WCG에서 한국 대표팀은 그리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정식 서비스 이후 빠르게 성장한 한국 서버는 독자적인 e스포츠 리그를 성공적으로 치러내고 있으며, WCG 2013 개막전이 열린 11월 27일, 월드오브탱크 종목 한국 대표팀이 다시 한 번 세계 무대로의 도전을 위해 중국 쿤샨으로 출국했습니다.


한국 서비스가 시작되기 전부터 해외 서버를 통해 월드오브탱크를 즐겨 왔던 베테랑 유저를 중심으로 구성된 ARETE 팀은 클랜전에서의 활약 뿐만 아니라 각종 온라인 토너먼트를 비롯해 WTKL 시즌 1 우승, 지스타 한일 국가 대항전 한국 대표팀 선발, WCG 한국 대표팀으로 연이어 선발되는 기염을 토하며 사실상 한국 최고의 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아시아 서버에 속해 있는 일본 팀과의 이벤트전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기도 했지만, 국제 무대에서 만나게 될 상대는 '차원이 다른 강력함'으로 유명한 유럽과 러시아 리그의 프로 팀. 2000년대 초반 한국 선수들이 전 세계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휩쓸었던 것과 비교할 정도로 뛰어난 선수들과 체계적인 관리,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강팀과 싸워 이겨야 합니다.




WTKL 예선전 현장에서 만난 ARETE 팀
투수(최민수), Aephie(전재범), SOD(신남희)


한일전이 끝나고 정확히 1주일이 지난 11월 23일, WTKL 시즌2 오프라인 예선 현장에서 다시 만난 ARETE 팀은 기자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죠. 눈앞에 세계 규모의 대회를 앞둔 피로나 부담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설렘으로 가득한 모습이었습니다. 이들이 클랜전에서도 끊임없이 전투를 찾아 다니며 '전투 민족'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클랜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나 봅니다.




◆ WCG 2013 한국 대표 ARETE 팀 인터뷰

Q. 지스타 한일전 이후 어떻게 지내셨나요? WCG를 앞두고 휴식도 필요했을 것 같은데.

투수(최민수) : 거의 쉬지 못했어요. 지스타가 끝난 뒤 각자 집으로 돌아간 다음 날부터 곧바로 연습을 시작했거든요.




Q. 지난 번 인터뷰에서 '연습 상대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 연습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투수(최민수) : 지금 저희 팀이 대항군이 없다 보니까 계속 5:5 내전으로 연습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나마 ARS가 이번 WTKL 시즌 2에 출전했기 때문에 그 팀과 같이 연습하고 있는데, 그 분들 말고는 딱히 연습할 팀을 찾기가 어려운 상태에요. 시즌 2에는 지난 시즌보다 참가 팀도 줄어든 상태라서 힘드네요.

지금은 더 훌륭한 팀이 나오기 위한 과도기라고 보고 있어요. 기존 팀의 핵심을 담당했던 분들이 주가 되서 통폐합을 거치고, 더 강한 팀들만 살아남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걸 보고 새로운 팀들이 또 등장하는 순환이 이어지겠죠.




Q. WCG에서 만나게 될 상대 팀에 대한 연구는 어느 정도 진행된 단계인가요?

투수(최민수) : 저희 ARETE가 속해 있는 16강 조별리그 C조에는 호주, 프랑스, 베트남이 속해 있습니다. 이 중에 두 팀이 아시아리그 소속(베트남, 호주)에요. 호주는 나름대로 자료를 찾을 수 있었는데, 베트남은 최근 자료가 거의 없다시피 해요.

하지만 이 팀을 상대하는 것이 그렇게 힘들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시아(서버)가 기방 스타일의 전술을 많이 쓰거든요. 일본 팀도 지난 한일전에서 보셨다시피 주력 병력이 뭉쳐서 몰려다니는걸 자주 보여줬는데, 아시아팀의 경기를 봐도 그런 상황이 자주 등장해요. 우리 입장에서는 그렇게 기방하는 팀을 상대로 만난다면 더 재밌는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꽁꽁 틀어박힌 상대를 뒤흔들어 한꺼풀씩 벗겨내는, 재미있는 경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프랑스의 경우는 굉장히 강력한 유럽 리그 소속인 반면에 충분한 정보가 없어서 조금은 어려울 것 같아요. 유럽 리그의 전반적인 자료를 통해서 참고하고 있습니다. 전술 분석같은건 저희 팀이 유럽이나 러시아 리그의 자료를 많이 찾아보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SOD(신남희) : 유명한 팀이 아니면 공개된 자료를 찾기가 어렵더라고요.

투수(최민수) : WCG 8강까지 올라가게 된다면, 펄크럼(미국 : FULCRUM GAMING)이나 마우스포츠(폴란드 : MOUSESPORTS)와 만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이 두 팀은 유럽과 북미에서 각각 3위와 1위를 한 팀인데, 유럽은 워낙 강팀들이 많아서 3위랑 1위의 차이가 거의 없거든요. 조금 껄끄러운 상대인 것은 확실하죠.

하지만 연습 대로만 하면 이길 수 있을거란 생각도 해요. 최근 북미 경기를 보면 실망스러운 경기력이 종종 보이기도 했거든요. 해외 팀의 자료를 많이 분석하다 보니까 보는 눈이 좀 생겨서 비교도 할 수 있게 되었네요.(웃음)




Q. 북미나 유럽 팀 중에는 정식으로 스폰서의 지원을 받는 프로팀들도 다수 속해 있죠?

투수(최민수) : 네. 이미 유럽과 러시아 리그는 그 규모나 인기가 상상 이상이라 프로팀의 수도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한국 리그도 점차 수준 높은 팀들이 등장하면서 바뀔거라 생각해요. 오픈 시즌 우승팀인 NOA팀도 그렇고, 저희 ARETE도 그렇고 헤드셋 같은 장비를 후원받고 있기도 하고요. 그다지 티는 안나는 것 같네요. (웃음)

게임을 하는데 있어 장비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지만, 지난 지스타 한일전을 치르면서 그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Aephie(전재범) : 1차전을 치를 당시에 한 자리에서 마이크가 안되는 거에요. 경기 시작 전에는 육성으로도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어서 괜찮았는데, 경기가 시작되자 주변 잡음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전혀 안되더라고요. 굉장히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경기를 보면 전략이나 움직임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도 볼 수 있었는데, 이런 문제가 원인중 하나였죠.

투수(최민수) : 저희가 그동안 개인 장비를 고집하지는 않았는데 이렇게 문제가 생긴 이후에는 개인 장비를 쓸 수 있게 해달라고 별도로 요청을 했었고, 그 뒤로는 편하게 갈 수 있었어요. (워게이밍 코리아)백대호 팀장님이 배려를 많이 해 주신거죠. 개인 장비의 효과를 무시해서는 안될 것 같아요.




Q. WCG가 끝난 다음에는 곧바로 시즌2가 시작되는데, 체력적으로도 무리가 많을 것 같아요.

투수(최민수) : 자영업자나 학생들이 많아서 연습 시간 확보에는 큰 어려움이 없어요. 주로 밤에 연습을 하고 있는데, 어제도 6시간 연속으로 연습을 뛰었거든요. 보통은 연습 끝나고 그 날 연습전투의 리플레이 영상까지 보는데, 어제는 너무 힘들어서 못 봤습니다. 리플레이 보는게 굉장히 중요해요. 잘 한 선수나 못 한 선수의 리플레이를 달라고 해서 팀원들이 같이 보면서 평가를 하거든요. 저희끼리는 소위 '인민재판'으로 부르는데, (웃음) 팀원들이 다 같이 경기 과정을 체크하면 전체적인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많이 됩니다. 지난 한일전을 통해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많이 느끼기도 했던지라 이런 방법을 통해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특히 Aephie님이 초반에 이 과정을 못견뎌 하셨죠.

Aephie(전재범): 제일 힘들었죠. 제 스타일을 팀에 맞춰야 하는데 그게 생각보다 어렵더라구요. 공방을 돌면서 오랜 기간 몸에 밴 스타일이 있으니까요.

투수(최민수) : 모두들 이런 과정을 거쳐요. 본인만의 스타일, 고집을 벗겨내야 합니다. 그 다음에서야 비로소 소통을 할 수 있는것 같아요.








◆ "WTKL 시즌 2, 더 높은 수준의 경기 보여줄 듯"

Q. 지스타 한일전 이후 어떻게 지내셨나요? WCG를 앞두고 휴식도 필요했을 것 같은데.
Q. WTKL 시즌2 예선전에 출전한 팀들 중에 눈여겨본 팀이 있었다면?

투수(최민수) : ARS팀이 시즌 2에도 참가했습니다. ARS라는 팀명은 매 시즌 유지해 왔지만 매번 구성원이 바뀌면서 세 번 연속 출전인데요. 이번 팀은 특히나 강력한 의지를 갖고 만들었기 때문에 와신상담 해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희 팀원 중 한분이 ARS 레이드콜을 잠깐 들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열기가 장난이 아니더라는 이야기도 들리고요. 각오가 대단한 것 같아요. 저희가 ARS팀과 대항군 할때도 많이 졌거든요 깜짝 놀랐어요.

대치 상황에서의 샷 대결 말고도 오더들끼리의 수 싸움이라는게 있어요. 격차가 큰 팀과 상대할 때에는 다음 수, 그 다음 수를 생각하지 않고도 눈 앞에 보이는 상황에만 대처하면 되거든요. 하지만 ARS는 오더끼리의 수 싸움이 확실히 느껴질 정도로 달라졌더라고요. 지금까지의 모습이라면 승기를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Q. 한때 ARETE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힌 것으로 '약한 멘탈'을 꼽기도 했었습니다. 최근에는 그러한 문제점을 완전히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평소에 팀원들의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한 훈련을 하기도 하나요?

투수(최민수) : 팀원들끼리 불만이 터지지 않다가 방송(경기) 중에 터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에요. 그 때 터지면 수습이 안되거든요. (웃음) 그걸 막으려면, 평소에 불만이 있으면 바로 이야기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해요. 참고 있다가 큰 걸 터트리지 말고 평소에 작은 것까지 터놓고 이야기 하자는거죠. 저희 팀은 오더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제가 메인이기는 하지만) 다른 팀원들이 대신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는 서로 의견 교환이 잘 되고 있는 편이에요.

Aephie(전재범) : 많이 져 봤기 때문에 그게 하나 하나 경험이 된 것 같아요. 한창 힘들 때는 이길 경기를 지고, 16강 광탈하고... 그게 제일 컸죠.

SOD(신남희) : 15주년 기념으로 열린 민스크 대회가 제일 큰 고비였어요. 거의 와해될 분위기까지 갔었는데 서로 다독여주고 좋아졌죠.

투수(최민수) : 저희 스스로는 오픈시즌까지만 해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자만하지도 말고 움츠러들지도 말자는 마음가짐으로 하고 있어요. 지면 지는거고 (상대가 잘 하는거니까) 이기면 우리가 잘했구나, 칭찬해 주고 좋아하면 되는거거든요. 한 경기마다 일희일비 할 거 없이 덤덤하게 연습한 대로만 하자는 생각이에요.




WTKL은 시즌 2로 막을 내리고, 국제 리그인 WGL이 이어질 예정이다.



Q. WTKL 시즌2의 결과에 따라서 세계 대회인 WGL 무대에 출전할 한국 대표팀이 가려집니다. 한일전 선발전이나 WCG 대표 선발과는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은데요?

SOD(신남희) : 어떤 무대일까, 꼭 한번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해요.

투수(최민수) : 저희 입장에선 국가대표의 긍지를 짊어진다는 부분보다는, 즐기러 가는거잖아요? 축제를 즐기러 가는 느낌이 강해요. 그러니 좀 더 오래 즐기고 올 수 있도록 준비를 열심히 하는거고요.

SOD(신남희) : WCG의 경우는 국가별로 나뉘지만 WGL은 팀으로 나오니까 그게 또 기대되기도 해요.




Q. 이번 WTKL 시즌 2는 지난 시즌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하는데?

투수(최민수): 네, 지난 시즌의 경우는 전 시즌 우승팀이 개막전을 해왔는데 이번엔 저희가 WCG에 참가해서 일정상 개막전 참가를 할 수 없게 되었어요. 참가 팀이 예전보다 조금 줄어든 대신 조별 풀 리그로 운영될 예정이에요. 유럽 리그도 풀 리그로 진행되고 있는데 저희도 이런 방식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경기 수가 많아지면 보다 많은 전술을 가지고 있는 팀이 살아남아요.

반면에 약팀이 강팀을 이기는 변수도 더 많이 볼 수 있고요. 대회를 진행하는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피로도도 높아져서 힘든 부분도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Q. 지난 시즌에 비해 탐가 팀이 줄어든 것은 아쉬운 부분이네요.

Aephie(전재범): 재미있는 게임인데... 지금보다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죠.

투수(최민수): 그건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잘 하는 팀들이 많이 남았어요. 팀 숫자에 비해서는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으로 시즌 1 보다 좋은 경기가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Q. 한국 서버의 평범한 유저분들 보다는 해외 리그를 많이 체크하고 계실텐데, 다른 서버의의 리그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투수(최민수) : 한국 리그에서는 한 시즌에 가장 많았던 참가 팀이 24팀 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러시아는 매 시즌 참가하는 팀이 100개가 넘는 걸로 알고 있어요. 동접이 40만인데요.(웃음) 본선 규모로 판단하면 안되요. 하위 리그가 우리랑은 차원이 다르니까요. 그만큼 실력있는 팀도 많죠.







Q. 수요일에 WCG 일정을 위해 출국하시는데요, ARETE 팀에서 두 분은 두번째 참가시죠?

SOD(신남희) : 네. 저희 팀에서 소도둑놈, 꿀꿀짱맨 두 분은 작년 WCG에도 출전하셨습니다. 당시 성적이 좋지 않았기에 많이 힘들어 하기도 했었고, 그만큼 심기일전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던 모양이에요. 특히 소도둑놈님은 WCG를 정말 기대하고 있어요.




Q. 끝으로, WCG 출국을 앞둔 소감과 각오가 궁금합니다.

SOD(신남희) : 가슴뛰고 설레네요. 빨리 가보고 싶고요. 어릴적 소풍가기 전 날에 잠을 잘 수 없는 것처럼 잠도 잘 안오고요. 기대가 많이 됩니다 빨리 가보고 싶어요.

투수(최민수) : 경기에 지고 이기는것 보다는 재미있고 즐거운 경기가 되도록 노력할 겁니다. 혹시 저희 팀의 팬이 있다면(웃음) 이기고 지는 '결과'보다는 '어떻게 이기고 졌는지'를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바보같이 지거나 하지는 않을 겁니다 절대로. 꼭 많이 이겨서 좋은 소식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Aephie(전재범) : 저는 개인 사정상 이번 WCG에는 못 가게 되었지만 응원 열심히 할게요. 즐기다 오세요! 4강 안에는 드시기 바랍니다! 상금.... (웃음)



한국 대표팀 ARETE가 속한 C조 예선 경기는 29일(금)부터 시작된다.





투수(최민수) : 아! 그리고,

저희 ARETE 팀이 지난 시즌에 비행장 북쪽 언덕에 AMX 13 90을 올리고 나서, 공방에서 서로 자기를 올려달라고 떼쓰는 유저부터 '버그'로 리폿하는 유저까지 제법 큰 파장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웃음)

하지만 저희가 알고 있는 그런 '꿀자리'나 비밀 전략은 굉장히 많거든요. 이번 WCG나 WTKL 시즌 2에서도 기회가 된다면 보여드릴 수 있을거에요. 유럽이나 러시아에 안나온 깜작 전술도 굉장히 많으니까 기대해 주세요. 맵 마다 한 두개씩은 있으니까요. 저희도 재미있는 경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찾는데에도 많이 투자 하거든요. 꼭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