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로 'e스포츠' 경기를 개최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선수들이 태권도 도복과 띠까지 제대로 갖춰 입고, 여기에 'VR 헤드셋'과 '컨트롤러'를 착용한 상태로 치러진 실제 e스포츠 태권도 경기가 영상을 통해 공개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직접 주최한 제1회 '올림픽 e스포츠' 행사가 싱가포르에서 개최됐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댄스, 모터스포츠, 사이클, 야구, 양궁, 요트, 체스, 테니스, 그리고 대한민국의 국기인 '태권도'까지 총 아홉 가지 종목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해당 소식 공개 당시 세계태권도연맹과 VR 기술 개발기업이 태권도 종목을 위한 관련 기술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으나, 실제 시합이 어떤 모습으로 진행되는지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IOC가 직접 결승전 영상을 공개하여 실제 e스포츠 태권도 경기의 이모저모를 확인할 수 있게 된 셈이다.

VR 기기를 착용한 채로 치러지는 '버추얼 태권도'는 양 선수가 가상의 공간 내에서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성별이나 연령, 신체적인 차이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경기가 시작되면 발차기 기술을 활용하여 상대의 체력 게이지를 깎고, 끝내 상대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면 승리하게 된다.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은 독립형 VR 헤드셋인 'Pico4'를 머리에 쓰고, 팔과 다리 관절에 모션 트래커를 장착하여 상대와 직접 부딪칠일 없도록 안전거리를 확보한 상태로 대전을 진행했다.


싱가포르 현지에서 개최된 결승전 경기에는 총 16명의 올림픽 태권도 선수들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출신의 두 선수가 결승전에서 맞붙었고, 나이젤 탄(Nigel Tan) 선수가 첫 번째 올림픽 e스포츠 태권도 부문 우승자가 됐다. 이번 올림픽 e스포츠 태권도 부문에는 한국인 선수가 참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경기는 선수들간의 접촉이 발생하지 않다 보니 긴장감보다는 다소 어색하다는 느낌이 많이 드는 편이다. 아직 부족한 점이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많이 보이나, 선수의 나이와 성별, 신체적인 차이에 구애받지 않고, 부상의 우려 없이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점은 종래의 태권도 경기가 보여주지 못했던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IOC와 세계태권도연맹이 이번 대회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개선된 경기 스타일을 만들 수 있을 것인지, 또 VR 기술을 활용하여 치러지는 가상의 태권도 대회가 앞으로도 그 명맥을 유지해나갈 수 있을 것인지 계속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