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가 거둔 북미시장의 성과가 올해 한국 온라인 게임계를 뜨겁게 달군 적이 있다. 특히나 MMO 게임의 불모지였던 스팀에서 순위권의 성적을 거둔 '테라'는 북미 뿐만 아니라 본토인 한국에서도 관련 마켓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 '테라'의 북미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회사, '엔매스'가 있다. 엔매스 엔터테인먼트는 '테라'를 비롯 4개의 게임을 미국시장에 서비스하고 있는 퍼블리셔다. 아직 엄청난 수의 게임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국 게임들을 서양 시장에 소개하며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어 관심을 받았다.

그만큼 한국 시장을 살펴보기 위해 꾸준히 한국을 방문하는 이들이 이번 지스타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이제는 매년 지스타에서 만나볼 수 있는 꾸준한 얼굴이 된 그들, 엔매스 엔터테인먼트의 크리스 리 CEO와 샘 킴 프로듀서를 만났다.

▲ 샘 킴 프로듀서(좌)와 크리스 리 CEO(우)



Q. '테라'가 스팀 MMO 중 순위권을 차지하는등 좋은 성적을 거둬 화제가 된 바 있는데, 현재 '테라'의 북미 서비스 중에서 스팀의 비중이 얼마나 되고, 어떤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크리스 리 : 상승세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잘 유지가 되고 있는 중이다. 최고점을 찍은 이후 몇달 간 그 수치를 유지했고, 지금도 북미에서 '테라'를 즐기는 유저들 중 약 30% 정도가 스팀을 통해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


Q. 처음 스팀에 출시를 했을 때, 어떤 이유와 목적으로, 또 어느 정도의 기대를 가지고 런칭을 했는지 궁금하다. 또 그 목표에 충분히 도달했다 생각하는지.

크리스 리 : 기존 북미 오리지널 런칭 이후 3년이 지나서 스팀에 출시를 하게 됐다. 우연한 기회라거나 충동적이었던 것은 절대 아니다. 스팀 유저들 중에는, 다른 게임 플랫폼은 전혀 접하지 않으면서 오직 스팀만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비중이 매우 높다. 그래서 기존에 테라가 자체 서비스로 런칭을 했지만, 아직도 많은 유저들에게 덜 보여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 유저들에게 게임을 노출해보자, 하는 의도였다.

엔매스의 관계자들도 당연히 스팀을 이용하고 있다. 그만큼 스팀이 투명한 플랫폼이란걸 알고 있다. 유저들의 평가가 매우 공정하게 반영이 되는 등, 이런 점에 많은 기대를 했다. 그리고 그만큼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런칭 당시에 스팀에 진출하지 않고 시간을 두었던 이유는, 우선 런칭 당시에는 스팀에 F2P MMO 게임들이 없었기에 과연 '테라' 같은 게임에 적합한 플랫폼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또 내부적으로도 우선 플랫폼 확장보다는 서비스 초기 안정을 잡는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스팀 런칭은 매우 계획된, 준비된 시도 중 하나였다. 콘텐츠 업데이트를 준비하고, 스팀 런칭과 동시에 많은 리텐션 전략을 같이 가져갔다.

샘 킴 : 스팀에 런칭하고 나서 배우게 된 것이 많았다. 스팀 유저들은 기존의 유저들과는 또 다른 행동 패턴을 보여주더라. 플랫폼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다른 환경'이라는 것을 이해해나갈 수 있었다.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스팀 유저'는 '북미 유저'와 동의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역적, 문화적 구분 외에도 두드러지는 다른 패턴을 보였고, 북미 유저들 중에서도 조금 다른 이들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Q. 스팀에 게임을 유통하면서 얻은 스팀 유저들에 대한 지식 중 상기할만한 것들이 있다면?

크리스 리 : 스팀 유저들은 사소한 비니지스 모델에도 매우 민감하다. 만약 '페이 투 윈' 같은 면이 하나라도 있다면 그들은 게임에 부정적인 평가를 주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유저들의 평가가 반영되는 과정이 매우 투명하다.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하거나, 과금 체계의 문제를 잘 조정해야 한다. 북미 '테라'의 경우 과도한 과금 요소를 철저히 배제했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었지만, 유저 반응을 확인하는건 언제나 걱정되긴 하더라.

샘 킴 : 그럼에도 초창기 유저 반응 중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 80% 가 넘었다. 스팀 내 다른 MMO 게임들과 비교해도 독보적인 성과를 거뒀고, 반응도 매우 긍정적이었기에 우리를 매우 고양시키는 작업이었던 것 같다.

스팀 유저들은 게임 트렌드를 참 잘 따라간다. 현재 유행하는 게임이나, 세일이나 프로모션 여부에 따라 현재 즐기는 게임들이 자주 변화한다. 때문에 이런 트렌드 파악도 필요했고, 그 안에서 유동적으로 반응하는 스팀 유저들의 패턴을 파악할 수 있었다.



Q. 현재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은 확연히 치고 나간다거나 하는 것 없이 비슷한 수준을 이어나가고 있다. 북미 온라인 시장의 현재는 어떤가?

크리스 리 :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다. 장르별로 항상 상승과 하강이 반복되고, 최근은 MOBA와 슈팅 쪽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는 게임들이 많다. 특히 최근 북미 MMO들 중에서 돋보이는 신작은 그다지 없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현재 MMO 장르 자체가 유저풀이 줄어든다거나 하는 것 없이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단지 그 게임의 폭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오히려 현재 안정적으로 라이브 서비스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게임에서 유저풀을 늘려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 할 수 있겠다. 유저층이 안정되어 있으니, 새로운 게임이 나와도 그만큼 예비 고객들이 많다. 아직 많은 잠재력이 보이는 상황이다.

샘 킴 : '테라'의 경우 2달 이상 플레이 하지 않은 이들을 휴면 고객으로 분류하는데, 그런 유저들 중 상당수가 지속적으로 다시 돌아와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지금이 기회가 많은 시기라는걸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아닐까.

Q. 현재 2개의 온라인 게임과 2개의 모바일 게임을 서비스 중인데, 이외에도 확장하고자 하는 게임들이 얼마나 되는지?

크리스 리 : 아직 공식 발표 전이긴 하지만, 2개의 게임과 계약을 맺었다. 하나는 PC, 모바일 크로스 플랫폼 게임이고, 하나는 모바일 게임이다. 언제나 좋은 게임을 찾아서 북미 시장에 서비스하는게 우리의 목표고, 이번 지스타만 해도 와서 돌아보면 충분히 서양 시장에서 성공할 법한 게임들이 많이 보인다. 그런 게임들을 더 소개하고 성공시키는게 우리의 미션이고, 더 많은 게임들과 협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점점 더 많은 이들이 게임을 만들어 해외 시장에 선을 보이고자 하고 있는데, 지스타 외에도 어떤 노력을 기울이며 도움을 주고자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크리스 리 : 독립적으로 어떤 행사를 개최하는건 계획하지 않았지만, 다양한 게임 행사에 참여해 관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파리 게임 커넥션 행사에도 참석해, 인디 게임, 소규모 게임들의 퍼블리싱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강연 세션도 진행했었고, 또 그와 함께 개발자들과 엔매스의 프로그램과 강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한국에서 게임사들과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유지하고, 게임이 언제 출시되며,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파악해 같이 기회를 잡아나가고자 하는게 우리의 기본 전략이다. 지스타를 매년 참석하고 있는데, 단순히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얻어가는게 많다. 이걸 지속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샘 킴 : 게임쇼가 있을 때 뿐만 아니라 평균적으로 한 달에 한 번 씩은 게임쇼든 개발사 방문이든 엔매스의 누군가는 한국을 방문해 관련 동향들을 살피고 있다고 보면 된다. 또한 엔매스 퍼블리싱 닷컴 등을 통해서 의사소통을 이어나가고 있기도 하다.


Q. 이번 지스타에 출전한 게임들에 대한 감상과, 또 개인적인 차원에서 눈길이 간 게임이 있었나?

크리스 리 : 당연히 굉장히 많은 게임들을 봤다. 대부분의 게임에 흥미가 있었다. 게임 개발사들 중에는 이전부터 보아왔던 곳도, 처음 보는 신생 개발사들도 있었다.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개발사들이 점점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가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해외 시장에 대해서 큰 관심을 보인 점이다. 그만큼 엔매스의 역할이 더 돋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트리오브세이비어가 굉장히 인상깊었다. 시각적으로 매우 아름답지 않나. 요즘 게임들은 모두 3D 일변도인데 혼자 2D 스프라이트 위주의 그래픽을 구성한게 매우 눈에 띄었다. 또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굉장한 팬이기 때문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샘 킴 : 엔매스의 강점이라면 게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게임을 키워나가고, 플레이어들과 소통을 해나가며 서비스를 발전시키는 것에 있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선 개발사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야 하고, 같이 협업하기 좋은 환경이며, 유기적인 커뮤니케이션도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동안 그것을 잘 해왔고, 또 그걸 원하는, 거기에 맞는 게임들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리니지 이터널, MXM 등이 흥미로웠다. 저 자신이 MOBA 플레이어이기도 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플레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매우 호기심이 컸다.


Q. 현재 PC, 모바일 두개의 플랫폼에 진출해 있는데, VR이나 콘솔 등 다른 분야로의 확장 계획은 없나?

크리스 리 : 콘솔이나 VR 모두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다 관심이 있는 분야고, 콘솔은 콘텐츠 포팅도 한결 수월해 좀 더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반면 VR은 아직 생태계 자체가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퍼블리셔 입장에서는 좀 더 지켜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하드웨어를 구입해 이미 체험해보고 즐기는 것은 다 해보고 있다.

샘 킴 : 이미 PC와 모바일에 자리잡고 있지만, 그 분야에서 더 많은걸 하고 싶은게 지금의 욕심이다. 엔매스의 장점은 역시 라이브 서비스의 안정성과 꾸준히 발전하는 점인데, 모바일은 사실 변수가 너무 많아서 예상하기 어려운 시장이어서 그런 강점이 발휘되기 어렵다.

때문에 모바일 플랫폼에서 우리가 더 잘 서비스할 수 있는 게임을 발굴해서 모바일 시장에서 좀 더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자하는게 항상의 목표다.



Q. 마지막으로 한국의 게임 개발자들과 게이머들에게 한마디 전해달라.

크리스 리 : 북미에서 '테라'는 아직도 엄청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 게임이 하나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게임들 중에서는 분명 서양 유저들에게 어필하기 좋은 게임들이 많다. 하지만 단순히 게임을 만들어 내놓고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다양한 방식의 더 많은 플랜을 가지고 있고,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한 좋은 방법론을 많이 알고 있다. 그런 적합한 퍼블리싱과 합께한다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좋은 게임들이 많다. 그런 면에서 엔매스는 블루홀과 함께한 시간을 비롯해 다양한 한국 게임들에 대한 높은 이해도, 서양 게임 시장에 대한 풍부한 경력을 가지고 있으니, 우리를 주목해주었으면 좋겠다. 엔매스가 기회로 느껴지도록 말이다.

샘 킴 : 꼭 게임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문화를 서양에 소개하는 것은 하나의 마법 총알, 한방에 짠! 하는 마법 같은걸로 되는게 아니라고 본다. 다양한 분석과 여러가지 접근이 필요하다. 스팀에 내면 되겠지, 퍼블리셔만 잡으면 되겠지 처럼 한가지 생각으로 끝날 게 아니다.

굉장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계속해서 진행할 수 있고 밀접하게 커뮤니케이션 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좋은 퍼블리셔가 꼭 필요하다. 엔매스는 바로 그걸 잘 해왔고, '테라'로서 그런게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관심이 있는 분들은 모두 우리에게 이야기해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