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스타의 넥슨 부스에서는 독특한 공간이 마련됐습니다. 바로 팬들이 꾸며나가는 '팬 파크'라는 부스죠. 이 부스는 넥슨에서 공모전을 통해 선발한 유저 작가들이 모여 자신들의 작품을 뽐내고 관련 굿즈를 판매하기도 하는 자리였죠.

'마비노기'부터 '마비노기 영웅전', '사이퍼즈', '메이플 스토리' 시리즈와 '던전앤파이터' 등등, 많은 작가님이 넥슨 부스에 참여하셔서 멋진 일러스트를 전시하고 굿즈들을 판매했죠.

그동안 지스타에서는 업체들이 부스를 꾸미고 유저들은 와서 신작 게임을 시연해보거나 신규 영상들을 보고 이벤트에 참여하기도 하는 축제였습니다. 다시 말해 부스의 흥행이 얼마나 부스를 잘 꾸미느냐에 달려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번 부스는 팬들이 꾸며나가고 다 같이 즐기는 부스였죠. 그동안 업체만 참가하던 부스들이 게임사의 팬들이 직접 참여하고 꾸미는 부스라는 데에서 의미가 큽니다. 그리고 묘하게 '굿즈샵'이라는 느낌도 있었고요. 그동안 지스타에서는 공식 굿즈샵이나 굿즈 판매처가 없었잖아요?

공간을 더 넓게 마련해서 자사의 신작 게임들을 소개하는 걸 포기하면서 팬들을 위해 공간을 내준다는 건 어려운 결정일 겁니다. 그렇다면 넥슨은 어떻게 이런 행사를 기획하게 됐을까요? 마침 팬 파크 부스를 기획한 넥슨 신사업본부의 조정현 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넥슨의 신사업부는 팬들과 양 방향 소통을 위해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는 부서라고 하네요.

▲ 넥슨 신사업부의 조정현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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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팬 파크 부스는 그동안 지스타에서 볼 수 없었던 참신한 부스라고 할 만합니다. 어떤 의도로 기획되었는지 궁금해요.

=넥슨이 게임 서비스를 시작한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어요. 이제 유저분들과 호흡하고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야 하는 입장이죠. 그래서 기획하게 된 행사입니다. 넥슨의 콘텐츠를 가지고 유저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획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냥 지스타에 부스를 내고 시연하세요, 즐기세요. 이런 식으로 제공하는 일방적인 방향보다는 유저들이 2차 창작물을 만들어서 전시하고, 판매하는 양방향적인 부스를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유저들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서 이런 행사를 더 많이 준비하려고 해요. 일단은 지스타에서 이런 행사를 먼저 보여드린 것이고, 차후에 새로운 행사를 더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차후에 이후 행사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을 듯합니다.


Q. 유저들의 참여도는 얼마나 되나요?

=모집은 9월 11일부터 10월 11일까지 한 달 정도 진행했어요. '넥슨 아티스트' 공모전이었고, 정말 많이 참여해주셔서 놀랐습니다. 거의 500팀이 넘는 분들이 지원해주셨고, 그 중 70여개의 팀이 선발됐습니다. 지원해주신 유저분들이 많아서 일단 팀을 좀 나누었어요.

연말 쯔음으로 계획하고 있는 행사와 지스타의 참여 분들을 동시에 선발했거든요. 그래서 넥슨 아티스트에 선발된 70개 팀 중에는 지스타에만 참여하시는 분들도 있고, 이후 행사에 참여하기로 예정된 분들이 있습니다.


Q. 이제 3일차라 하루가 더 남긴했지만, 그동안 팬 파크 부스의 방문율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요. 그리고 내부에서 판단하는 성과는 어느 정도인지도요.

=어제는 비가 많이 왔잖아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방문자가 갑자기 늘어났어요. 어제는 지스타 종료 시점에도 대기열이 줄어들지를 않았을 정도였습니다.

사실 게임쇼라는게 어떻게 보면 메인스트림이 있잖아요? 게임 시연이나 영상 시청, 이벤트같이요. 그런데 이런 부스는 아기자기한 느낌도 있고, 유저들이 직접 만들어 온 걸 볼 수도 있으니까 색다르시게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접하기 어려운 부분이다보니 재미있어 하시는 것 같아요.

유저 판매부스만 있는 것도 아니고 포토존에서 코스튬 플레이어나 버섯하고 사진을 찍는 포토 행사도 있고, 유저들이 직접 그린 팬아트도 전시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콘텐츠들을 더욱 다양화 해보고 싶어요.

내부적으로도 긍정적인 것 같습니다. 좀 색다른 시도잖아요? 그래서 충분히 좋은 의미를 가지는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정말 많은 유저들이 방문했습니다. 대기열도 엄청 길었고요.

Q. 행사를 진행하면서 좀 의외의 상황도 많이 겪으셨을 것 같아요.

=부정적인 상황이 많이 발생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좀 놀랍기도 하고 재미있는 일도 있었습니다. 4일 연속으로 참여하시는 작가님이 있었는데, 첫 날 굿즈가 전부 다 팔려서 당황했어요. 이번에 참여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목금, 토일, 4일 연속 이런 식으로 팀을 나눠서 판매를 진행하기로 했거든요. 그래서 어느날은 전날과 다른 굿즈가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4일 연속 참가하시기로 했는데, 첫 날에 물량이 동나서 어떻게 해야되나 고민하고 있으니 작가님이 저녁에 이야기하시더라고요. 당장 서울가서 더 만들어오겠다고. 그 작가님은 지스타 첫 날 저녁에 서울로 올라가셨어요. 지금은 아마 다시 돌아오셔서 판매를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Q. 유저들의 참가는 넥슨측에서 지원이 많이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혹시 굿즈 판매 수익은 분배되는 건가요?

=저희는 참가하시는 분들에 대한 지원만 하고 있습니다. 숙박과 스태프 지원, 그리고 부스 공간 마련 같은 부분이에요. 판매 수익은 모두 참가자분들께 돌아갑니다.

그리고 지스타가 부산이다보니까 서울에서 오시기 곤란한 작가님은 위탁 판매로 연계해 스태프가 굿즈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판매하는 물품은 정확하게 수량과 수익을 체크해서 작가님께 전액 전달해드리고 있습니다.


Q. 그렇군요. 하지만 이런 2차 창작물은 저작권에 아주 민감한데, 이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유저분들이 제작하는 상품이 너무 다양해서 좀 당황하긴 했습니다. IP가 한 작품에 걸리는게 아니고 마비노기, 사이퍼즈, 던전앤파이터, 마비노기영웅전 등등...자사 스튜디오외에도 다양한 IP가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어떤 IP로만 제작해주세요, 이럴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그냥 유저분들이 제작한 상품의 IP가 걸려있는 회사와 디렉터님들께 동의를 구했어요. 이번 행사에 대해서 이런 상품은 유저들이 제작해 판매하는 것이고, IP를 활용한 수익은 전부 허용해주고 싶다고 동의를 구했습니다. 다행히 다들 동의해주시더군요.

동의를 구하고 진행한 거라 다른 문제는 없었습니다. 다만 이번 행사에 한해서만 할 수 있다고 유저분들께도 양해를 구했습니다. 이번 행사 말고 다른 행사에서는 사용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고요. 그렇게 작가분들께도 다들 동의서를 받고 진행했습니다.

다양한 게임들의 고퀄리티 굿즈가 판매됐습니다.


Q. 그럼 이번 행사에서만 판매된다는 거군요. 하지만 원하는 상품이 있는데 지스타에 방문을 못하거나 구매를 하지 못한 유저들도 있지 않을까요? 그런 유저들을 위한 재판매나 통신 판매 계획은 없나요?

=이번 팬 파크와 같은 행사는 지스타에서만 운영하는게 아니고, 연간 수차례 이런 행사를 기획해서 많은 분들이 만족하실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습니다. 여러차례 행사를 진행하면서 볼륨을 키워나가고 싶어요. 더 많은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기도 하고요. 유저분들이 넥슨과 관련된 상품을 구매하고 접점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계속 찾아보고 있습니다.


Q. 유저분들이 제작한 IP가 다양하기는 한데, 마비노기에 관련된 상품들이 정말 많이 보였어요. 혹시 인기있는 상품들이 많은 게임말고도 다른 게임을 좋아하시는 유저들의 참여를 장려하는 계획은 없나요?

=저희가 유저분들의 상품 제작을 강요할수는 없잖아요? 아르피엘도 그렇고, 다른 프로젝트도 그렇고 특정 게임을 강요하는 건 어렵다고 봅니다.

마비노기 상품이 많은건 아마 마비노기가 오래된 IP인 점도 있고, 팬층의 특성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예를들어서 피파온라인을 좋아하시는 유저분들은 이런 굿즈는 좀 생소하시잖아요? 게임과 팬의 성향이 다른 것이 이유라고 보고 있습니다. 마비노기 유저분들은 이런 활동을 좋아하시니 그런 부분으로 지원을 해드린거고요.

게임마다 좋아하는 유저분들의 성향이 다르니까, 거기에 맞춰서 지원을 해드리려고 합니다.


Q. 이번에 공식 코스프레가 큰 화제가 됐어요.그동안 지스타에서는 공식 코스프레말고 유저 코스프레가 좀 드문 편이었는데요, 혹시 유저 코스프레 콘테스트도 진행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일단 계획은 하고 있고, 다른 행사에서 반영을 해보려고 해요. 유저분들이 굿즈 판매와 일러스트 전시, 포토 이런거만 하는게 아니고 직접 코스프레를 하셔서 콘테스트도 하시고, 선발되면 상품도 드리는 콘텐츠를 만들고 반영할 계획입니다.

먼 곳에서 오시는 분들도 있으니 그런 분들은 교통편이라던가, 숙박도 불편하지 않도록 지원을 해야겠죠. 유저분들을 모시는 행사인데 그런 것들을 배려해드리지 않으면 의미가 퇴색될 것 같습니다. 가까운 분들은 참여하시고, 먼 분들은 오지 마세요 하면 행사 자체가 의미가 없잖아요?

하지만 모든 부분을 지원해드리는 건 좀 어려울 수 있어요. 하지만 참가하고 싶으시다면 우리도 최대한 참가하는 유저분들의 편의를 봐드리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최대한 부담을 덜어드릴 예정이긴 한데, 정확하게 어떻게 지원하겠다 이렇게 말씀드리긴 어려워요. 개개인마다 사정이 좀 다르니까요.

이번 행사도 오리엔테이션을 두 차례 먼저 진행했어요. 각 팀분들의 숙소와 교통편도 마련해드렸고, 요구하시는 부분에 맞춰 최대한 지원을 해드렸습니다. SNS에서 그룹을 만들어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지원을 해드리고 룰을 잡아나가고 있습니다.

마영전 린 코스프레는 큰 화제가 됐죠. 크, 린생샷...

Q. 넥슨에는 뛰어난 아티스트분들도 많은데, 혹시 이런 행사에서 공식으로 굿즈샵을 열 계획이 있나요?

=공식 굿즈샵이 계획에 있긴 합니다. 하지만 당장 된다 안된다를 이야기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고민을 하는 중이긴 하죠. 그동안 피규어나 티셔츠도 제작해봤고,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면서 그런 니즈가 있다는 점은 충분히 파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2016년부터는 우리도 공식 굿즈샵 만들게요!" 이렇게 이야기를 못 박을 순 없어요.

내부적으로는 충분히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고 기획은 하고 있지만, 다른 분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어느 정도 행사를 진행해본 후 윤곽이 잡힌다면 이야기를 제대로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각오를 부탁합니다.

처음에 말을 하긴 했는데, 넥슨은 벌써 20년이 넘게 게임을 서비스해왔습니다. 그리고 10년이 넘은 IP도 많죠. 우리가 게임을 잘 만들어서 그런거다 하는 자만심보다는 유저분들이 우리 게임을 좋아해주고 사랑해주시는 부분에 대한 감사를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IP를 가지고 창작하시고, IP뿐 아니라 게임 음악같이 콘텐츠로서 가치가 있는 것들을 일방적으로 제공하고 플레이하는 것보다는 같이 노는게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그런쪽으로 지원을 많이 할 생각이에요. 아직은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더 열심히해서 유저분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해나가야겠죠. 저희 팀은 앞으로도 계속 그런 업무를 해 나갈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