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만평은 리그오브레전드의 초반 아이템인 '부패 물약' 버그와 라이엇의 대응, 그에 따른 유저들의 반응에 대한 내용입니다.

약 7일 간, 소환사의 협곡은 부패의 기운으로 가득했습니다. 일찌감치 어둠의 힘을 깨달은 유저들은, 전투 시작부터 우물 가장자리에 웅크려 보라색 약물을 몇 번이나 들이켰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세 병이나 주머니에 더 쑤셔넣은 뒤 라인전에서 말도 안되게 강한 딜 교환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둠의 힘을 채 알아채지 못했던 대부분의 유저들은, 경험하지 못했던 살이 타들어가는 지속 대미지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초반 라인전을 패배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그들 역시 약물에 취해 또다른 희생자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협곡은 점점 부패의 기운으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시즌 6에 등장한 '부패 물약' 아이템의 버그가 만든 협곡에서의 혼란이었습니다.

과거 민병대 신발의 마관 버그나 렝가의 버그 등, 리그오브레전드에서는 승부에 영향을 주는 크고 작은 버그들이 자주 등장했습니다. 그 중에는 제법 빠른 수정이 되는 버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노골적인 비정상적 행동으로 만드는 오류를 악용한 것이 아닌, 유저의 '테크닉'으로 혼동될 수 있는 버그들은 수정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번 부패 물약 버그는 발동을 위해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이 필요한 버그였고, 라이엇은 그에 맞춘 뚜렷한 수정을 가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논란은 라이엇의 대응 방식에서 커졌습니다. 라이엇이 택한 방법은 부패 물약의 즉각 금지나 관련 경고 공지가 아닌, 그 동안 부패 물약으로 이득을 본 유저들의 계정을 일주일 간 정지시키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과거 렝가 버그를 조용히 넘어갔듯, 별다른 공지와 위험성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의 쓸모있는 버그 덕에 티어를 불문한 많은 유저들이 이 버그를 사용하였습니다. 그 중에는 프로 게이머들 역시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부패 물약 버그 유저들이 만연해지는 탓에, 오히려 사용하지 않아 라인전에서 불리해지면 팀원들에게 따끔한 소리를 듣기도 했습니다. 착하게 살면 바보가 되는 꼴이 되었지요. 그렇게 점점 늘어 엄청나게 많아진 버그 유저들은 일주일 간의 계정 정지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놓고 정지를 당한 유저, 부패 물약 버그로 피해를 본 유저, 그리고 라이엇게임즈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지를 당한 유저가 뭐가 당당해서 의견을 낼까 싶지만, 이들은 '라이엇이 사전에 제대로 된 공지를 내지 않은 점'과 '버그가 만연하여 게임을 즐길 수 없을 정도였기에, 나도 어쩔 수 없이 사용하였다'는 입장 등을 내세웠습니다. 반면, 그 동안 피해를 본 유저는 '버그를 사용한 것이 죄' 라며 이러한 입장을 전면 비난하기도 하고, 라이엇게임즈의 약관에 명시된 부분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유저들이 대부분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은 '이유를 불문하고 버그 사용에 대한 제재는 정당하다는 점'과, '공지도 없던 라이엇게임즈의 느린 대처가 버그 유저들에게 점점 이득을 주며 사건을 키웠다는 점'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지난 3일 오후 2시를 기준으로 잠시 밴이 되었던 부패 물약은 정상화 되었습니다. 시끌시끌했던 부패 물약 버그 논란. 비슷한 사건은 충분히 다시 일어날 수 있기에, 아직도 그 논란의 화살은 크게 두 표적으로 나뉘어집니다. 이유가 어찌 되었건 평화로운 협곡 동산에서 유혹을 참지 못하고 버그를 한 입 깨물어버린 유저들과, 그리고 '버그 나무'에 제대로 된 경고문을 제때 달지 않은 라이엇게임즈 모두입니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듯, 세계 1위의 AOS인 리그오브레전드 역시 앞으로도 크고 작은 실수와 버그가 없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항상 요구되는 라이엇게임즈의 철저한 시스템 관리와 빠른 대응 만큼이나, 악용될 수 있는 다양한 버그 요소들을 대하는 유저들의 정직함과 신중함 역시 깨끗한 협곡을 위해 필요한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