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나날이 스튜디오(NANALI STUDIO) ⊙장르: 플랫포머(점핑 액션 게임)
⊙플랫폼: 안드로이드, iOS ⊙출시: 2016년 7월 25일


가끔 너무 깊게 잠에 빠져들면 다음 날 늦게 일어나는 일이 더러 생깁니다. 눈곱도 떼지 못한 채 정신없이 옷을 챙겨입고 집 밖으로 나서죠. 이상하게도 이런 날이면 무엇인가에 씌운 것처럼 나쁜 일이 반복해서 일어납니다. 평소에 자주 오던 택시가 한 대도 오지 않고 택시를 탔다고 해도 길목마다 신호에 족족 걸려버리기 일쑤죠.

그런데 오늘 소개할 게임의 주인공은 무엇을 하든 간에 일이 술술 풀려나갑니다. 신호등에 서면 파란불로 바뀌고, 어두운 길을 걸을 때 기다렸다는 것처럼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지요. 이렇게 운이 좋아도 괜찮을까요? 보통 이렇게 좋은 일이 계속되는 것을 두고 '샐리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게임의 이름도 '샐리의 법칙'이고요. 과연, 게임에서의 행운들은 그저 우연일 뿐이었을까요?


◆ 같은 장소를 두 번 플레이하는 새로운 게임 방법

샐리의 법칙은 '나날이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플랫포머 게임입니다. 소위 말하는 점핑 액션 게임이에요. 샐리가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게 샐리와 아빠를 잘 움직이기만 하면 되죠.

게임은 같은 장소를 샐리와 아빠의 시점으로 두 번 플레이합니다. 먼저 점프만을 이용해 샐리를 맵 끝까지 이동시키고 다시 아빠의 시점에서 샐리의 동선에 있는 위험 요소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갑니다. 조작은 간단하지만 게임 방법이 생소하다 보니 처음에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플레이해보면 이내 익숙해지죠. 기본적으로 조작 방법이 간단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지만 게임이 크게 어렵지 않다는 점도 한몫했습니다.




◆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샐리의 법칙'의 장치들

샐리의 법칙은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느낌보다는 한 편의 동화를 읽는 느낌입니다. 현실성 있는 소재를 사용하여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고 그 가운데 감동도 있었습니다. 특히 스토리 구성을 온전히 전하기 위해 선택한 게임 진행은 탁월했다고 생각됩니다.

보통 같은 공간을 두 번씩 플레이하다보면 지루해질 수 있습니다. 기껏 고생해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했는데, 또다시 플레이해야 한다면 맥이 빠질 수밖에 없죠. 하지만 샐리의 법칙은 같은 공간을 활용하면서도 서로 다른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리고 일정 구간에 도착했을 때 타이밍 좋게 떠오르는 텍스트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더욱 생생하게 전달하죠. 주인공들이 실제로 말을 걸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하거든요. 확실히 다른 게임처럼 텍스트 박스에 글자를 가두어 두었다면 지금처럼 두 사람의 감정을 온전히 전하기 힘들었다고 생각됩니다.

▲ 샐리의 시점에서 한 번, 아빠의 시점에서 한 번

또한, 준비된 배경과 사물, 배경 음악도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그중 배경은 딱딱하게 고정되지 않고 주인공의 행동에 따라 같이 움직이면서 샐리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합니다. 중간마다 배치된 사물들은 샐리가 지나갈 때마다 효과를 일으키며 게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있죠.

그리고 몇몇 사물들은 은연중에 지금 하고 있는 게임이 샐리의 법칙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가령 샐리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거나 신호등이 빨간 불에서 초록 불로 바뀌는 등의 상황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또한, 상황에 따라 흘러나오는 배경 음악은 주인공들의 심경을 대변하듯 잘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확실히 그래픽과 BGM 부분에서는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모든 장치가 스토리 집중도를 크게 끌어올려 주고 있었죠.

▲ 샐리가 다가가면 신호등이 바뀌고

▲ 꺼져있던 가로등에 불이 들어옵니다.


◆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게임 난이도

보통 이런 부류의 게임은 시간이 지날수록 난이도가 크게 증가합니다. 한 판 한 판에 필요한 플레이 시간도 크게 길어지고 유저에게 강도 높은 두뇌 회전과 피지컬을 요구하기도 하죠. 하지만 샐리의 법칙은 다릅니다. 난이도가 조금씩 어려워지기는 하나 천재적인 두뇌와 프로게이머 같은 피지컬을 요구하지는 않거든요.

하지만 이런 장점으로 인해 호불호가 갈리기도 합니다. 특히 퍼즐 요소를 기대하고 샐리의 법칙을 구매한 유저들에게는요. 그만큼 난이도가 쉬운 편에 속합니다. 퍼즐에 사용되는 Key의 종류도 적은 편이고요. 그리고 난이도가 쉬운 탓에 플레이 타임이 생각보다 짧았습니다.

이런 부류의 게임에 익숙한 유저들이라면 2~3시간 정도면 충분히 모든 콘텐츠를 소화해낼 수 있습니다. 장마다 숨어 있는 '추억의 사진'을 모으면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주인공들의 스킨을 제공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조금 부족했습니다.

차라리 추억의 사진을 모으면 각 장에 해당하는 과거 스토리를 획득할 수 있고 클리어 시 스킨을 부여하는 방식을 택했다면 조금 더 즐길 거리가 풍성해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게임 플레이 시간도 길어졌을 것이고 본편에서 전하지 못한 과거 이야기도 추가로 넣을 수 있었을 건데 말이죠.

▲ 정말 스킨만 주더군요.




점핑 액션 게임은 굉장히 매니악한 난이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임의 클리어 여부는 게임 내의 아이템이나 스킬 등에 의존하지 않고 오롯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의 역량에 따라 결정되죠. 난이도가 너무 어렵다 보니 중간에 포기하는 일도 부지기수입니다. 하지만 그런 점이 점핑 액션 게임만의 매력이기도 하죠.

샐리의 법칙은 그런 틀을 깨고 재미의 요소로 스토리를 선택했습니다. 게임의 모든 장치들을 스토리를 전달하는 데 사용하여 유저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점핑 액션 게임을 탄생시켰죠. 하나의 스토리로 구성된 만큼 완성도가 높지만 생각보다 즐길 거리가 적은 것이 사실입니다. 추가 콘텐츠 업데이트가 이루어진다면 더욱 좋은 게임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