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이 방문한 2016 LoL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사실 한국팀들뿐만 아니라 반가운 얼굴을 더 만나볼 수 있었다. 바로 공식 행사를 위해 초청받아 뉴욕과 LA에서 팬들에게 코스프레를 선보인 한국의 프로 코스프레 팀 '스파이럴캣츠'다.

멋진 아케이드 스킨 코스프레와 함께 나타난 스파이럴캣츠, 긴 설명도 필요 없을 만큼 유명한 이들을 먼 이국땅에서 만나게 되어 무척이나 반가웠다. 더군다나 이번 결승전 무대에서는 이를 위한 특별한 나르 코스프레까지 많은 준비를 한 것이 눈에 띌 정도였다.

결승전이 벌어지기 전날인 28일(현지시각), 전야제 행사로 바쁜 두 미녀를 잠시 불러세웠다. 주변에서 쏟아지는 시선과 카메라 렌즈의 세례 속에서 하하호호 즐거운 분위기의 인터뷰를 빠르게 진행해봤다.



Q. 한국과 외국 팬들에게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합니다.

타샤 : 스파이럴 캣츠의 팀장을 맡고 있는 타샤입니다.

도레미 : 스파이럴 캣츠의 서열 최하위 도레미입니다.


Q. 이번 롤드컵을 위해 어떤 코스프레를 준비했나요?

타샤 : 우선 아케이드 리븐과 아리를 앞서 선보였고요. 결승전을 맞이해서 저는 메가 나르를, 도레미는 미니 나르를 준비했습니다.


Q. 시간이 촉박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타샤 : 다행히도 제가 프로 코스프레어로 활동하면서 긴밀하게 협력 관계를 유지한 업체분들이 많은 도움을 줬어요. 평소에는 세 달 정도 기간을 두고, 천천히 계획을 세우고 진행을 하는데, 롤드컵은 한 달 전에 연락을 받아서 시간적으로 압박이 심했어요. 평소 알던 가게분들에게 삼주전에는 나와야 한다고 요청을 하고, 저희도 날밤을 새가면서 준비를 했어요.

대표님과 저, 도레미 총 세명이서 한 달 동안 다섯 개의 코스튬을 준비하다 보니 정말 힘들었어요. 거기다 저희 팀 모두 기준이 깐깐하다 보니, 한 번에 컨펌이 나지 않아 더 시간을 소모했죠.


Q. 뉴욕에서 처음으로 퍼포먼스를 선보였어요. 이제는 미국에서도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는데요. 알아봐 주는 분들이 계셨나요?

타샤 : 그럴 기회 자체가 없었어요. 의상을 제작하느라 방에만 있었거든요. 뉴욕에서 대부분 다음 의상 준비에 바빴고, 마지막 날에 관광을 조금 한 것이 다네요.

도레미 : 정말 바빠서 쉴 틈이 없었어요. LA에 와서 작업물을 완성한 뒤에야 조금 여유가 생겨 근처 수영장에 가본 것이 다예요(웃음).

타샤 : 반응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긴 해요. 코스프레를 하지 않았는데도 알아봐 준 팬이 계셨어요. H2K와 삼성의 경기 전에 잠깐 영상에 저희가 나왔어요. 다른 코스튬 플레이어들은 팀 이름이 아닌, 캐릭터의 이름을 호명했는데, 저희 영상에서는 스파이럴 캣츠 팀 명과 저희 캐릭터를 같이 불러줬어요. 정말 감동이었어요. 미국 중계진도 스파이럴 캣츠라고 호명을 해줬어요.



Q. 이번에 나르 코스튬을 최초로 공개를 하는데, 어떻게 준비하게 됐는지와 어떤 반응을 기대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타샤 : 우선 계기는 코스프레 무대 사회를 보는 제시카 니글이라는 유명한 분이 계세요. 모조라는 유튜브 집계 사이트가 있는데, 거기서 스파이럴 캣츠가 3위를 할 때, 1위를 하신 분이에요. 저희 둘이 그분 팬인데, 그분의 대표적인 코스프레가 나르에요.

그분에게 보여드리고 싶기도 하고, 오리지널 캐릭터를 아케이드 리븐-아리로 한 번 보여줬으니 이번엔 새로운 도전을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팬들 중 TS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거든요. 스파이럴 캣츠를 통틀어 최초의 도전이에요. 다들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Q. 롤드컵에서 코스튬 플레이어로 참가했지만, 모든 경기를 직접 관람하셨어요. 현장 반응은 어떤가요? 또, 직접 관람한 소감은요?

도레미 : 사실 저는 SKT T1의 광팬이에요. '페이커' 이상혁 선수를 정말 좋아하는데요. SKT T1과 ROX 타이거즈의 경기를 정말 재밌게 봤어요. 경기 시간이 길었음에도 시간 가는지도 모르고 봤네요. 조마조마하게 봤는데, SKT T1이 이겨서 기쁜 반면에, ROX 타이거즈가 떨어지니 마음이 짠했어요.

한국에서도 경기를 할 때 이상혁 선수를 직접 본 적이 없어요. 제 조그만 바람이 있다면 이번에는 직접 한 번 만나서 사진을 같이 찍어보고 싶네요(웃음).

타샤 : 롤드컵은 전 세계의 축제잖아요. 사실 그래서 한국팀과 한국팀이 붙게 되면 열기가 식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그런데 SKT T1과 ROX 타이거즈의 경기 일에 훨씬 많은 관중들이 왔어요. 눈으로 체감될 정도로. 그리고 현장에서 느낀게, 페이커가 인기가 많으니 연호해줄 줄 알았는데, 피넛을 외치는 소리만 가득하더라고요. 여성 팬분들께 인기가 많은 편이더군요. 경기가 끝나고 피넛 선수가 눈물을 짓던데, 가슴이 좀 아팠어요.

도레미 : 페이커의 팬이긴 하지만 피넛 선수도 좀 좋아요. 헤헤.



Q. 스파이럴캣츠가 초창기 프로 코스프레 팀을 차린 이후로 한국에 프로 코스프레 팀들이 많이 생겼다. 그럼에도 부동의 1위는 역시 스파캣이라는 반응이 많은데, 비결이 무엇인가요?

타샤 : 언제나 현장에서 보이는 모습의 기본은 의상의 퀄리티라고 생각해요. 우리 팀이 전체가 자존심이 되게 강한 편이거든요. 대표님도 저도 도레미도. 사실 코스프레를 보는 팬 입장을 고려하면, 현장에 프로 팀인데도 퀄리티가 낮은 코스튬이 나타나면 자연스레 푸대접을 받게 돼요. 결국 우리가 그다음의 뭔가를 보여주려면 의상의 퀄리티가 첫 번째죠. 이 일을 하다 보면 사람만날 일이 별로 없어요. 의상 만들고, 게임들 조사하고... 그래도 팀끼리 유대가 끈끈하다 보니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도레미 : 정성을 많이 쏟죠. 게임도 남들보다 더 많이 하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많이 가지고, 내가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 이해를 하고 애정을 가지고자 노력을 많이 해요.

타샤 : 제가 보기에 도레미는 보통의 여성 게임 유저가 아니에요. 저한테 누가 PC방에 24시간 살라고 하면 절대 못 할 텐데, 도레미는 가볍게 할 것 같아요. 모바일 게임에도 많은 애정을 쏟고요. 저는 일 때문에 게임을 시작했고 점차 좋아하게 된 사람인데, 도레미는 처음부터 게임을 너무 좋아해서 이 일을 한 케이스에요. 그러다 보니 게임도 잘하고, 저의 서포터를 맡아 저를 도와주는 편이죠.


Q. 스파이럴캣츠가 해왔던 코스튬이 정말 많아요. 이번에도 5개의 의상을 준비해 왔는데, 이런 캐릭터를 고르는 선별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 또 누구의 취향이 많이 반영되는지 궁금합니다.

타샤 : 거의 모든 코스튬은 대표님의 판단이 중심이 돼요. 그다음이 팀장인 저, 다음이 도레미 순이죠. 사실 도레미는 영향력이 별로 없어요(웃음). 대표님이 정하는 게 90% 정도에요. 가끔 바득바득 우겨서 제가 원하는 걸 가져가기도 하지만, 매우 희귀한 경우고요. 그럼에도 대표님의 안목, 판단력이 아주 정확하고 뛰어나서 좋은 결과가 많이 나와요. 이번 롤드컵 코스프레도 처음 추천받은 의상은 다른 컨셉이었거든요. 하지만 긴 숙고 끝에 아케이드 시리즈를 했고, 현장에서 다른 아케이드 시리즈를 코스프레한 팀을 만나서 좋은 시너지가 일어난 것 같아 좋네요.

대표님이 오랫동안 고민을 하는 타입인데, 이번에도 2주가 걸렸어요. 항상 자는 것처럼 눈 감고 누워서 고민을 하는데 그러면서 자는 것 아니라 하고... 그러다 코골고 자면 깨워서 이제 답 나왔냐고, 결정해달라고 하고(웃음). 여기 와서 또 뭔가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추가 작업을 하기도 하고, 그런 결정이 대체로 잘 되는 편이에요.

라이엇 쪽의 코스프레 담당자 중에 징스라는 유명한 사람이 있는데, 그분이 코스튬 플레이어 출신으로 이쪽 업무를 위해서 라이엇에 입사했어요. 제 롤모델이에요. 그 덕분인지 이번에 코스튬 플레이어들을 배려하는 여러 가지 시설이나 세팅이 잘 되어있어서 좋았어요.

도레미 : 아무래도 코스튬 플레이어 출신이다 보니 우리들의 마음을 잘 알고 배려해주는 게 큰 것 같아요.



Q. 정말 많은 캐릭터의 코스프레를 해왔는데요. 앞으로 또 하고 싶은 건?

도레미 : 작고 귀여운 캐릭터를 좋아해요. 의외로 제가 소녀스럽고, 애니나 룰루 이런 캐릭터를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키가 좀 큰 편이어서... 170을 쑥 넘다 보니 작은 캐릭터를 하면 안 어울린다는 평을 많이 받아서 슬퍼요. 꿈으로만 생각하고 있는데... 언젠가는 룰루를 해봤으면 좋겠네요.

타샤 : 그래서 덩치가 작은 팀원을 섭외해서 대리만족을 시킬까 생각 중이에요(웃음). 저는 아리가 그렇게 해보고 싶었는데, 대표님이 저에게 아리는 안 어울린다고, 너의 섹시한 이미지와 아리의 섹시한 이미지는 다르다고, 전 니달리 계열이라면서 안시켜주시더라고요. 그렇게 매번 도레미에게 양보해왔는데, 이번에 아케이드 시리즈를 잡으면서 드디어 아리를 하게 됐네요. 사실 이번에도 도레미가 아리를 할 수도 있었는데, 리븐이 좋다면서 아리를 양보해줬어요! 소원성취했죠.



Q. 이번 롤드컵 결승, 조심스레 승패를 예상해본다면 어떤가요?

도레미, 타샤 : 역시 SKT가 아닐까요. 세번 우승해야죠. 제가 앞서 말씀드렸듯 페이커의 팬이라, 그래서 이겼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삼성 갤럭시가 이번에 올라오는 경기들을 지켜봤을 때도 그 스토리가 참 좋아서, 삼성도 잘 됐으면 좋겠어요. 인터넷에는 '이제 SKT 스킨은 그만!' 이라고 말하는 팬들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둘다 이길 방법은 없으니... 누군가는 우승을 하겠죠?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타샤 : 한국에서 스파이럴캣츠를 지켜봐 주시는 팬분들 모두의 마음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저희는 해외에서도 스파이럴캣츠의 이름을 통해 한국을 알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팬 분들이 응원해주시는 만큼 해외 팬들도 더 많이 알아봐 줄 것이라 생각하고, 많은 성원 부탁드려요.

도레미 : 이번 코스튬도 정말 열심히 준비했으니 예쁘게 봐주세요. SKT 화이팅! 페이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