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스 오브 워'와 '언리얼 토너먼트'. 조금 더 과거로 가면 '재즈 잭 래빗'까지. 미국의 게임 개발자 클리프 블레진스키는 사회 초년생 때부터 굵직한 게임들을 개발했다. 덕분에 비교적 젊은 나이에 세계적인 네임드 개발자로 이름을 올렸다. 대표작은 역시 '기어스 오브 워'. 절륜한 그래픽과 박진감 넘치는 게임플레이로 많은 유저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덕분에 이 게임은 지금까지도 '헤일로' 시리즈와 함께 XBOX를 견인하는 킬러 타이틀로 인정받고 있다.

그가 에픽게임즈를 퇴사했을 때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했다. 워낙 색이 강한 개발자니까. 이후 만드는 게임도 모두를 놀라게 할 것이 분명해보였다.

잠시 숨고르기를 마친 그는 '보스 키 프로덕션'을 설립, 차기작 '로브레이커즈'의 개발 소식을 알렸다. '기어스 오브 워' 못지 않게 남성미 넘치는 게임. 적을 피곤죽으로 만드는 전기톱은 없지만, 그 못지 않게 인상적인 와이어 액션이 눈에 들어왔다. 게임 덕분일까, 그의 명성 때문일까. 퍼블리셔인 넥슨 아메리카 역시 클리프 블레진스키의 신작에 강한 확신을 갖고 있었다.

'로브레이커즈'는 지스타 2016 현장에서 최초로 한국 유저들을 만난다. 시연까지 가능하다. 조금 앞서 시간, 클리프 블레진스키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확신에 찬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 좌 - 김용대 넥슨 사업본부장, 우 - 클리프 블레진스키 보스키 프로덕션 CEO





'로브레이커즈'가 다른 FPS와 차별화되는 강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카운터스트라이크, 서든어택 등을 포함한 많은 슈터 게임들이 시장을 선점했지만, 보다 새로운 게임이 나와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로브레이커즈'에는 샷건, 펄스건 등 다채로운 무기를 사용하는 캐릭터가 등장하며, 각 스킬도 차별화되어 있다. 또한, 비정상적인 중력 상태가 된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여러 요소가 결합된 만큼 기존 FPS와 비교해 복잡할 수 있겠지만, 현 세대 FPS 플레이어들은 이미 충분히 숙련된 상태라고 본다.


캐릭터 디자인이나 게임 속도 등이 서양 FPS 방식에 가깝다. 국내 유저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을까.

'로브레이커즈'는 법을 수호하는 집단 '로(Law)'와 범죄자 집단 '브레이커스(Breakers)'가 대립하는 구조다. 이런 선과 악이 맞붙는 형태는 전세계 어느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현재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를 대표하는 캐릭터와 실제 도시를 배경으로 한 전장도 검토 중이다.


무중력 전투가 큰 특징 중 하나인데, 보다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전장에 중력 조절 구역이 있다. 그곳에서는 더욱 다양한 움직임이 가능하다. 애니메이션 '월E'를 본 적 있나? 주인공이 소화기를 쓰면서 날아다니는 장면이 있는데, 그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상하좌우 움직임이 매우 커지기 때문에, 언제 어디에서 적의 총알이 날아올지 모른다. 따라서 항상 위를 조심해야 한다.

'로브레이커즈', 어쌔신 플레이 영상


게임에서 IP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는 추세다. '로브레이커즈' 역시 다양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가 나오는데, 이들의 IP를 강조하기 위한 계획이 있을 것 같다.

둠가이, 고든 프리먼 등 캐릭터를 강조하는 동시에 유저에게 '현장에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경우가 가장 좋다고 본다. '로브레이커즈'도 1인칭 게임이고, 다양한 캐릭터가 구현됐다. 따라서 캐릭터성을 살리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우리는 더 많은 플레이어가 '로브레이커즈'의 캐릭터를 보고 개인적인 감정을 느끼길 원한다. 유저들이 유튜브나 SNS로 보다 많은 감정을 공유했으면 좋겠다. 슈퍼맨이나 배트맨 같은 강력한 IP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유저들의 감정 공유가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개발자 입장에서는 보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방법 뿐인 것 같다.


지스타 체험존에서는 약 20분 정도만 플레이할 수 있는데, 단 몇 판만으로 '로브레이커즈'를 다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물론, 짧은 시간에 '로브레이커즈'를 온전히 전달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더 많은 유저들이 '로브레이커즈'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이상 체험시간이 주어진다면 긴 대기열을 감당하기 어렵다.


지스타 시연 버전은 지난 PAX 시연 버전과 비교해 어떤 차이가 있나.

유저들이 체험할 수 있는 버전은 지난 PAX 버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보다는 한국 게이머들에게 '로브레이커즈'를 최초로 선보이는 자리라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물론, 한국 게이머들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이후 더 추가할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보스 키 프로덕션은 더 개발이 진행된 최신 버전을 갖고 있지만, 이걸 시연 버전으로 만드는 건 또다른 문제다. 로컬라이징 작업을 따로 해야 하니까. 일단은 '로브레이커즈'의 스킬 효과, 무중력 시스템과 같은 게임의 코어 요소를 먼저 평가받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넥슨 아메리카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후 처음으로 한국에 선보이는 게임이다. 한국 유저들에게 어떤 피드백을 받고 싶나.

더 좋은 게임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피드백이라면 어떤 것이든 환영한다. 예를 들어 '여성 캐릭터의 무기가 어울리지 않는다'던가... '의상이 몸에 너무 딱 붙는다'와 같은 피드백도 모두 검토할 생각이다. 한국 시장이 결코 쉽게 입성할 수 있는 곳이 아닌 만큼, 모든 부분이 조심스럽다. 지금도 넥슨과 많은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다.


몇몇 캐릭터의 움직임은 과거 하이퍼 FPS 게임을 연상시킨다. '언리얼 토너먼트'나 '퀘이크' 시리즈에서 영감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과거 하이퍼 FPS 게임의 DNA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은 맞다. 하지만, 그러한 형태의 게임을 지금 다시 한다면 약 30분 정도 밖에 재미를 주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e스포츠 활성화까지 염두에 둔다면 보다 깊이감있는 게임플레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로브레이커즈'를 개발할 때도 그러한 부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로브레이커즈'의 서비스 방식이 궁금하다.

F2P가 아시아에서는 흔한 요금제이지만, 서양 게이머들은 강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사실 넥슨에서 기존 F2P와는 다른 판매 방식에 동의할지는 몰랐는데, 다행히 시원하게 허가를 내줬다. 미국에서는 일반 패키지 요금과 프리미엄 패키지 요금을 받고 파는 방식이 흔한데, '로브레이커즈'도 이와 같이 판매하기 위해 넥슨과 조율 중이다. 만약 소액결제가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게임플레이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는 선으로 할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추후 콘솔이나 모바일로 '로브레이커즈'를 출시할 계획도 있는지.

클리프 - 콘솔 버전 출시와 관련해 마이크로소프트와 논의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로브레이커즈'는 처음부터 PC 온라인 게임을 목표로 개발했기에, 컨트롤러 최적화에 여러 문제가 있었다. 지금은 고민 중인 단계라 보면 된다. 그리고 모바일 버전 출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


PvE모드 개발 계획은?

클리프 - '로브레이커즈'는 스킬 기반의 멀티플레이 FPS를 추구한다. 아직 싱글 모드를 개발할 생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