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M은 EVR 스튜디오에서 개발 중인 VR 플랫폼 게임이다. 미리 게임을 플레이했던 동료 기자에게 '한 번쯤은 체험해보는 것이 좋다'는 말을 들었던 만큼 이번 취재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히 컸다. 그리고 직접 체험해본 결과,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 프로젝트 M을 플레이한 기자의 짧은 체험기에 이어 EVR 스튜디오의 민동준 이사 겸 총괄 프로듀서, 박재욱 이사 겸 테크니컬 아트 디렉터와의 인터뷰를 담았다.



■ 프로젝트 M, 플레이해본 소감은?

기자는 VR 콘텐츠를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VR 초짜다. 국내외 다양한 게임쇼와 행사, 그리고 VR 콘텐츠의 취재 경험이 있는 동료 기자들의 경험담을 잠시나마 들어도 그다지 공감할 수 없었던, '그냥 약간 신기하고 말겠지'하는 불손한 생각을 하고 있던 VR 초짜였다. 어제까지는.

지스타 2016의 두 번째 날, EVR 스튜디오의 취재를 위해 BTB관을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비로소 VR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냥 약간 신기하고 말겠지'란 어설픈 기대가 '이거 완전 장난 아닌데'라는 감탄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전날 올라간 난처한 영상을 탐독한 결과일까. 간신히 붙잡은 이성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노골적인 시선 처리를 하지 않는 것 정도였다. (함께한 동료 기자의 의견에 따르면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고 하지만)

눈앞에 앉은 소녀는 플레이어의 시선과 대사에 반응하며 기존 게임들에서 볼 수 있었던 인공 지능과 다른 신선한 반응을 보였다. 소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상상하는 과정에서 즐긴 스카이다이빙을 통해 하늘 위의 세상을 보거나, 아름다운 석양이 지는 해변에서 소녀가 장난스레 튀긴 물방울을 맞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백미이기도 한, 플레이어가 선물한 옷으로 갈아입고 내려온 소녀가 어느새 옆자리로 다가와 간지럽게 속삭이는 것을 끝으로 프로젝트 M의 시연은 끝을 맺었다.

여운은 상당히 길었다. 기기를 벗은 뒤에도 한동안 여운에 취해 멍하니 있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VR을 처음 경험했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프로젝트 M이 주는 현실감도 상당했기 때문이리라. 가상 현실을 실제처럼 구현한 것은 물론 카메라의 움직임과 사운드 등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연출도 만족스러웠다. 시연 버전처럼 애정 어린 관계를 체험하는 것도 좋지만, 추리나 심리 서스펜스 등을 즐겨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기대도 들었다.

그야말로 아찔하고도 깊은 여운을 남긴 프로젝트 M의 시연을 마치고, 게임을 개발한 EVR 스튜디오의 민동준 이사 겸 총괄 프로듀서와 박재욱 이사 겸 테크니컬 아트 디렉터를 만났다. 자리에 앉고 보니 이들 모두 뒤에서 기자가 보였던 생생한 반응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떠올라 얼굴이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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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민동준 이사 겸 총괄 프로듀서, 박재욱 이사 겸 테크니컬 아트 디렉터.


Q. ...가장 먼저 기자의 부끄러운 모습은 잊어주길 바란다. EVR 스튜디오와 프로젝트 M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웃음) EVR 스튜디오는 이제 한창 알리고 있는 단계다. VR 전문 콘텐츠 업체로 시작했고, VR 시장이 도래하기 전부터 VR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모여 준비한 스튜디오다. 실제로 회사 설립 1년 전부터 VR 콘텐츠에 대해 논의하다가 올해 1월에 EVR을 설립했다. 설립 준비 기간은 7개월 정도였다. 이런저런 것들에 대한 기본적인 기획안이나 나아가야 할 방안을 선별적으로 선택하면서 7개월 동안 병행했던 게, 현재 함께하고 있는 개발자들에 대한 합류 시기를 논의하는 일이었다.

물론 다른 장르도 개발이 쉽지 않겠지만, VR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었고 이를 위해선 호흡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성향적으로 잘 맞는 개발자들과 미리 합의하며 게임을 준비했다.

이번 시연에서 체험할 수 있었던 게임은 프로토타입으로, 이것이 프로젝트 M의 전부는 아니다. 프로젝트 M은 VR로 펼쳐지는 가상 세계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다양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인공 지능 캐릭터와의 교감을 추구하는 게임이다. 지금은 컨트롤러도 없고 비교적 정적인 형태의 콘텐츠지만, 내년쯤 되면 실제로 손을 잡거나 배드민턴을 치는 등 어떠한 행위도 함께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한 강력한 시나리오도 준비하고 있다.

보통 프로젝트 M을 연애 시뮬레이션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엄밀히 말하면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인 것만은 아니다. 훨씬 더 영화 같은 스토리 라인이 있으며, 어마어마한 사건 속으로 유저들이 들어가서 가상세계에 있는 캐릭터들과 사건을 파헤치기도 하고 도움을 주기도 하면서 교류하는 게임이라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Q. 지스타에서 게임을 시연한 이들과 내부의 반응은 어떠했나?

너무 감사하게도, 많이 좋아해주시더라. 사실 조금 부끄러운 부분이기도 한데, 이번 시연회에 선보인 프로토타입은 내부 개발자의 입장에서 굉장히 많은 아쉬움이 남는 버전이었다. 보통 개발사들이 프로토타입을 만들 때, 외부에 공개하는 용도로 만들지는 않는다. 내부적으로 확인해야 할 기술적, 감성적, UX, 경험적, 체험적인 부분을 모두 건드려보고 실제 프로덕션에 들어갈 때 어떤 것을 먼저 작업하고 어떤 것을 잘 만들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시작하는 것이 프로토타입이다.

이번 프로토타입은 사전 준비에 한 달 반, 개발에 석 달이 걸렸다. 플레이 타임은 약 30분 정도이며, 익숙하게 플레이를 하면 25분 정도가 되는 것에 반해 실제 백도어에 준비된 데이터는 40분가량일 정도로 데이터량이 어마어마하다. 그 이유는 AI 구간에서 어떤 대화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모르기에 실제로 출력되지 않는 데이터도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완성도나 밸런스 등의 부분은 개발팀의 입장에서 아쉬운 요소다. 어쨌든 내부적인 목표는 그런 것들을 확인하고자 함이니까, 이번 지스타 시연을 통해 쌓은 노하우로 조금 더 양질의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으오우아으오아아" / (씨익)


Q. 많은 이들이 '가상의 여친'에 주목하고 있지만, 실은 연애는 일부에 불과하며 가상 현실과의 '교감'이 대주제라고 했다. '교감'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다. 우선 기자분과 처음 통화를 할 때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란 인사를 하고, 실제로 만나고 나서 '아 기자분이시구나'라고 알게 되는 인지의 과정을 거친다. 그다음에 오늘 이렇게 또 만나 '잘 부탁드립니다'란 대화를 하면서 관계가 발전하게 된다.

만약, 이후에 관계가 지속된다면 커피를 마시거나 술을 마시면서 개인적인 정보를 알게 될지도 모른다. 어디 사는지에 대한 정보나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고민이 있는지도 알게 된다. 그보다 더 발전하면 특정한 몇몇 고민은 나로 인해 풀릴 수도 있다. 반대로 그러지 않을 수도, 오히려 고민이 쌓일지도 모른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교류하게 되는 과정을 많이 고민했다. 현실처럼 가상에서 만나는 캐릭터들도 이렇게 구현하고 싶었다. 처음에 만났을 때 인지하는 과정을 거치고, 서서히 그 캐릭터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된다. 가상 세계의 전화번호나 집의 위치, 어떤 취향을 좋아하는지, 그 캐릭터가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럼 그 이후에는 그 캐릭터가 좋아하는 것을 골라줄 수 있다. 어떤 고민이 있으면 도움을 줄 수도 있고, 무엇을 잃어버렸다면 그것을 찾아줄 수도 있다.

모두 예시이긴 하지만, 사람과 사람처럼 디지털 캐릭터와의 관계도 정의될 수 있고 발전시켜나가는 단계로 보고 있다. 이런 것들을 알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교류의 수단인 대화다. 대화를 통해서 '안녕하세요'나 '안녕'처럼 간단한 인사로 시작을 하겠지만, 스토리 라인에서 같이 이끌려져 가면서 만나자는 요청을 하기도 하고 요청을 받으며 정보의 양이 많아질 것이다. 서로가 아는 정보의 양이 많을수록 보통 '친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보통 인간관계에서 그 친구가 싫어하는 행동은 알고 있기에 하지 않으려 한다. 이것은 정말 친한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정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 않나. 이런 것처럼 유대 관계를 만들어줄 수 있는 수단들을 대화로 보고 있고, 가상의 캐릭터와 가상 세계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들이나 수많은 상상들도 추구하고 있다. 가령 위험에 빠진 캐릭터를 보고서 총을 꺼내 도와준다거나 하는.

교류에 의한 교감이라는 것은, 특정한 정보들이 누적되어 그 캐릭터로 하여금 어떤 행위(마음 씀씀이 같은)를 능동적으로 해주는 단계가 교감의 단계라 판단하고 있다. 이런 단계까지를 게임에 잘 녹여서 시연된 버전처럼 집으로 친구들이 플레이어를 초대할 수 있는 부분까지 가면, 디지털 캐릭터지만 친한 친구 한 명이 생기는 셈이다.

중요한 것은 가상 캐릭터와 나눴던 대화나 행동들을 그들(AI)도 기억하고 있다는 점이다. 플레이어의 대화나 행동은 모두 DB에 저장이 되고 AI는 그 DB와 물려 있다. 지난번에 자신을 데려다줬다면 '지난번에 데려다줘서 고마웠어'라는 말을 건네고, 그러지 않았다면 그때부턴 성향 차이 등의 변수가 생긴다. 잘 들어갔는지 모르니 '잘 들어갔어?'라는 말을 할 수도, '나를 두고 혼자 가네'라는 말을 성향에 따라 할 수도 있다.

우리가 구현한 AI는 교감을 위한 수단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구글링이나 시리처럼 특정한 정보를 요청해서 세상 만물에 대한 제공하는 형태의 AI는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교감이란 것은 앞서 설명한 이러한 형태다.

모든 대화가 분기라고 볼 수도 있지만, 분기보다 조금 더 확장적인 개념이다. 캐릭터의 성향이 모두 다르고, 상황이란 변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이 자리에서 물을 엎지르면 기자분이 화를 낼까? 낼 수도, 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그것을 결정하는 것이 성향과 상황이다.

만약 친해진 상황에서 물을 엎지르면 화도 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공식적인 자리고 각자의 입장이 있는 것 등의 변수들이 작용해서 점잖은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이런 변수들을 AI가 체크를 하고 결과 값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최대한 많은 현상에 반응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Q. 가상 AI와 사회를 체험하는 것이 게임의 목적이라 게임 내에서 AI가 차지하는 역할이 클 것 같다.

이해를 돕기 위해 비중을 수식의 형태로 표현하자면 스토리가 3, AI가 3, 그리고 유저의 행위로 창출해내고 만들어내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3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33.3333...이 되게끔 배분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같은 자리에서 이뤄지는, 굉장히 재미있지만 단순한 UI는 지속적인 플레이 시에 조금 더 단순하게 느껴지는 지루함이 있을 수 있다. 반대로 너무 정적인 것에서 오는 지루함이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너무 일방적으로 스토리만 전개되는 형태 역시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구간들의 콘텐츠 밸런스가 잘 엮이는 구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AI도 그중 일부다.


Q. 아무리 잘 짜인 AI라 하더라도 완전히 인간과 같을 순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는 어떤 것이 있는가?

사실 AI의 한계는 명확할 수밖에 없다. EVR 스튜디오가 AI 전문 개발사인 것도 아니다. 자연히 AI로만 승부를 하겠다고 하면 굉장히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콘텐츠 적으로 보완하고, 경험적인 것으로 보완하려 한다. 사실 대화만 한다고 해서 재미있는 것은 아니며, 이를 통해 지속적인 재미를 끌어낼 순 없다고 생각한다. 맛있는 것을 먹거나 PC방을 가거나 축구를 해야 더욱 재미를 느낄 것이다. 테이블에 앉아서 아무리 좋은 사서오경을 이야기한들 그것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EVR 스튜디오가 말하는 AI는 보편적인 목적의 AI가 아니라 프로젝트 M에 맞춤형으로, 감정을 처리하는 목표에 특화된 AI라고 생각한다면 혼동을 조금 더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Q. 보통 다른 게임의 AI들은 플레이어에 대해 일관적인 상태로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프로젝트 M은 어떠한가?

이는 게임의 레벨링과 관련되어 있다. 예를 들어 굉장히 부정적으로 시작하면, 게임의 난이도가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물론 유저를 돕는 친구들이란 설정의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유저를 처음 만날 때부터 호감을 가지고 시작하게 된다.

이들은 유저들을 게임 속 가상 세계로 전반적으로 유도하는 역할을 하는, 아주 중요한 주연급 캐릭터이기도 하다. 거기서도 유저를 좋아하는 친구도 있고 싫어하는 친구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관계처럼 쭉 발전하는 단계를 풍성하게 만들어 보았을 때 이러한 방식의 AI를 통해 레벨을 조정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Q. 그렇다면 처음에 호감이었던 캐릭터들도 나중에는 좋지 않은 관계가 될 수 있나?

충분히 가능하다. 예를 들어, 조금 더 쉽게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 눈앞에 있는 캐릭터에게 거짓말을 해 상황을 모면했다고 가정하자. 하지만 AI 캐릭터 역시 AI 캐릭터들끼리 서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여기서 이 거짓말이 다른 캐릭터와의 대화에서 드러나고, 거짓말을 했다는 소문이 돌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Q. 스토리의 비중도 중요하다고 했는데, 스토리에 대한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실제 장편 소설을 출간한 경력을 가진 작가들과 함께, 외주의 형태가 아니라 EVR 스튜디오에 입사하는 형태로 프로젝트를 이끌어나가는 스토리 라인을 1년 전부터 개발하고 있다. 가장 보완이 많이 이루어지는 영역이기도 하다. 티저 때부터 이어져 오는 '연애 게임인가보다'하는 인식들이 기사화되었을 때도 막지 않는 이유는, 스토리를 정말로 자신 있게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영화 못지않게 재미있고 흥미로운 스토리 라인을 준비하고 있다.


Q. 그렇다면 티저 영상에도 복선이 숨어있는가?

티저 속의 인물이 복잡한 표정으로 웃으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있다. 이 부분도 스토리에 대한 힌트다. 티저 영상도 그냥 단순히 제작한 것이 아니다. 나중에 콘텐츠를 선보이면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Q. 표정이나 행동 등 비언어적인 표현도 중요할 것 같다.

기술적인 부분과 아트적인 부분이 혼재된 영역이다. 이 부분은 모션 캡쳐에 기반하고 있다. 그 이유는 생산적인 면도 있지만 작은 디테일같은 것들도 연기자로부터 끌어내어 캐릭터에 담아내기 위함도 있다. 그런데 그 목적은 아트적인 것이고, 감성을 만들어내기 위한 거지만 과정은 기술적인 부분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래서 페이셜 캡쳐의 경우도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제품을 리뷰해보고 그중에 괜찮다 싶은 것을 써봤는데, 우리가 생각했던 수준의 절반도 나오지 않았다. 기술적으로 추가로 보완하고, 또 사람 손으로 직접 보완을 해나가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나갔다.

이번에 프로토타입을 거치면서 얻은 노하우와 시행착오도 많았다.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요소 중 하나가 비언어적인 표현에서 최대한 자연스러움을 전달해야 점인데, 그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중 상당수는 연구 개발을 통해 기술적으로 채워 넣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비어있는 부분들은 계속 연구를 해나가면서 개발하는 중이다.


Q. VR 콘텐츠다 보니 아무래도 어지러움이나 멀미에 대한 대비도 필요할 것 같은데.

하드웨어의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전제하에 지금 시점을 기준으로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유저는 물론 개발자들도 멀미나 혼란스러움이 있었다. 현재 시점이 낼 수 있는 하드웨어적인 한계를 기준으로 말하자면 '불가능한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멀미가 유발되는 형태의 연출은 소프트웨어나 아트적인 측면에서 보완할 수 있는 것은 지금으로써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이 부분만 붙잡고 늘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많은 회사에서 이에 대해 확인하고 고민하고 함께 진행하는 면들이 있다. 물리적인 토론이 아니더라도 인터뷰나 콘텐츠 공개, 혹은 좋은 레퍼런스가 있는 콘텐츠의 개발 등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개발자 사이에서 교류를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너무 심한 형태의 좌표 이동, 점프와 같은 것들은 멀미를 참아가면서 즐기거나 멀미가 없는 것처럼 즐기는 유저들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멀미를 유발하는 요소라고 판단했다. 이런 식으로 확인된 부분을 지양하는 형태로 대비하고 있다. 고유한 굉장한 기술을 통해 모든 범위를 커버하는 것은 아니다.

VR의 특징 중 하나가 수많은 경험을 체험할 수 있는 부분에 있어서 극대화할 수 있는 콘텐츠라 생각한다. 이러한 부분을 더욱 강조하는 형태로 선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한, 멀미를 줄이는 것은 오히려 기술이라기보단 연출에 대한 부분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시연에 공개된 프로토타입의 경우도 연출적인 요소가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다. 단순한 컷의 이동은 물론, 주로 정면을 바라보고 플레이하는 게임이라 집은 그 구조부터 연출이 고려된 디자인이다.

초대를 받고 집 안에 들어가서 유저가 캐릭터를 보는 방향, 유저가 자리에 앉았을 때 어느 의자나 어느 방향에 앉아야 다음으로 넘어갈 때 훨씬 더 자연스러운지, 유저가 보이는 시야에 어떤 정보들이 있는지 등. 다음 컷으로 갔을 때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끔 하는 것을 집안 구조부터 동선 등 연출적으로 많이 고민했다. 그 고민이 바로 어지러움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러운 연출을 하기 위한 것이 되고, EVR 랩에서 해나가는 영상 기반 VR과도 서로 연결이 된다고 생각한다.


Q. 스카이다이빙이나 해변가에서 들렸던 사운드도 인상 깊었다.

사운드 역시 연출의 영역이다. 감정을 어떠한 타이밍에 어떤 식으로 올릴 수 있느냐에 대해 포인트를 두고 연출했다. 이번 프로토타입에 들어간 보컬 곡은 실제 아이돌 그룹인 하이틴의 곡이다. 소속사가 EVR 스튜디오와 파트너쉽을 맺고 하이틴의 노래 2곡을 제공해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 곡을 가장 잘 녹여낼 수 있는 구간에 사용했다. 그룹 하이틴이 소속된 기획사의 대표분이 걸스데이를 제작한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이분과 함께 전반적인 음악, BGM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형태의 파트너쉽이 굉장히 많다. 한국의 문화 산업은 대단하다. 그리고 VR은 이런 문화 콘텐츠를 유기적으로 담아내기에 굉장히 용이한 그릇이다. 회사를 설립한 1월부터 좋은 회사들과 계속 만나서 협업할 수 있는 지점을 논의하고 있다. 하이틴도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웃음)


▲ 여러모로 굉장했던 두 체험.



Q. 앞서 '연애'라는 카테고리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고는 했지만, 그간의 이미지 때문에 '연애'라는 이미지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거기에 VR이란 플랫폼까지 더해서 보면 '서머 레슨'과 비슷한 노선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서머 레슨'은 굉장히 대단한 프로젝트로, 우리의 프로젝트와 비교하는 것도 유의미한 일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우리 회사가 아직 비교당할 정도의 회사도 아닌 것 같다. 이런 방식의 접근보단, 서로가 VR에 접근하고 있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방법들이라 생각한다. '서머 레슨'도 응원하고, 그 외의 다른 프로젝트도 다 응원하는 입장이다.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배워나가면서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지금 시점에서 VR 전문가가 있을까. 우리 역시 이 문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감히 이야기할 수 없다. 계속 시도하고 실패하면서 만들었던 결과물이 이번 프로젝트 M의 프로토타입이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구상했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Q. 인벤과의 지난 인터뷰에서 모바일 스트리밍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PC에서 구동되는 VR 콘텐츠를 모바일로 스트리밍해서 즐길 수 있는, EVR만의 스트리밍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사실 준비해야 하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 프레임은 물론 보이지 않는 360도 공간까지 캡쳐해야 하고, 소리의 방향성 등 다양한 사운드 콘텐츠도 인코딩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게 물리적으로 힘든 부분이다.

아예 회사를 시작할 때부터 콘텐츠 자체의 데이터를 설계하기도 했다. 조금 더 기술적으로 말하자면, 현시점에서 이를 구현하는 기술은 많지만 완벽하게 VR에서 필요한 부분을 충족시키는 기술은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까지는 보편적인 목적으로 완벽한 스트리밍 기술은 나오지 않았으나, EVR은 콘텐츠에 맞는 방향으로 융합해서 콘텐츠에 타겟화된 것이라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모바일 버전으로 직접 구동되는 방식은 아니지만, 이런 방식의 모바일 스트리밍을 준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VR 시장은 기기의 가격이 높고, 자연히 시장의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모바일용 기기는 1~2만 원대의 제품도 구할 수 있다.

모바일에서 직접 구동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에, PC에서 구동할 수 있는 고품질 게임을 모바일로 넘겨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모바일 쪽에서도 양질의 콘텐츠를 통해, 보편적인 사람들에게 VR에 대한 관심을 좀 더 많이 유도하는 방식의 이바지도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Q. 프로젝트 M의 출시는 언제인가?

정말 간절히 원하는 출시 목표 일은 내년 겨울 시즌이다. 크리스마스를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하는 것이 간절한 소망이고 원대한 목표인데, 지금 프로토타입을 통해 앞으로의 개발 일정을 산출해 보고 있다. 앞으로 12월, 올해를 마감하면서 이번 빌드에 대한 포스트모텀을 계속 진행할 것이다. 인력적인 부분이나 코스트에 대한 부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개발 기간을 거기에 맞출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


Q. 마지막으로 게임을 기대하는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민동준 이사 / 총괄 프로듀서 : 아무리 재미있는 콘텐츠나 대단한 디바이스라 하더라도 유저들에게 다가갈 수 없는 형태의 시장이라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콘텐츠를 개발하는 고민에 못지않게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PC 버전부터 시작해서 다음 단계인 모바일 스트리밍, 조금 더 나아가 오큘러스 등의 기기로 유도할 수 있게끔 한 계단 형태의 구상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아직까지는 VR 콘텐츠도 초기 시작 단계이며, 우리의 프로젝트가 100%의 만족감을 드리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VR을 준비하는 한국의 다른 개발사들과 마찬가지로 프로젝트 M도 많이 기대해주시면 용기를 내어 이번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하고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한다. 우리에겐 무관심이 가장 힘들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박재욱 이사 / 테크니컬 아트 디렉터 : 우리는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효율성이 떨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시도했다가 우리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어 제거한 것도 굉장히 많다. 남들이 지나간 길을 따라가는 부분이 채 10%도 되지 않을 만큼 모든 것들이 새롭게 부딪히고 새롭게 해 나가는 것이기에, 어려움도 있지만 그만큼 재미있게 도전해 나갈 수 있는 것 같다.

이런 도전을 해나가는 데 있어서 사람들의 관심이 그만큼 더 있다면, 남들이 하지 않은 일을 먼저 밀고 나가보고 또 선봉장이 될 수 있는 용기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 제.. 제 이름은 동우가 아닙니다만 마침 식탁에 차려 두셨다니 감사히 먹겠습니다.

▲ 미소가 떠나지 않았던 부분은 이 컷이 전부였습니다. 진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