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만평] 바루스의 개편으로 다시 조명된, 리그오브레전드의 빈약한 스토리 관념
석준규 기자 (desk@inven.co.kr)
이번 만평은 바루스를 둘러싼 최근의 논란과 리그오브레전드의 빈약한 스토리 관념에 대한 내용입니다.
대부분이 인정하듯, 리그오브레전드의 스토리는 단단하지 않습니다. 챔피언의 근간이 되는 몇 가지의 지역과 약간의 세계관이 존재하고, 챔피언 간의 흥미로운 관계들이 공개되곤 하지만,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엮는 커다란 세계관에는 상당히 구멍이 많죠. 그리고 그에 따라, 대부분의 챔피언에 얽힌 스토리 역시 많은 허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새로운 챔피언의 스토리는 점점 짧아지기 일쑤고, 스토리와는 관계 없는 스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죠.
하지만 그 중에서, 원거리 딜러 챔피언 바루스는 멋진 외모와 뛰어난 성능 만큼이나 흔치 않게 비장한 스토리로 수많은 팬들의 애정을 받아오곤 했습니다. 가족을 잃고 후회와 증오로 인해 악의 힘을 받아들인 다크 히어로라니, 가만히 두고 그 자체로만 봐도 멋진 배경 이야기를 가진 바루스였죠. 하지만 라이엇은 아주 갑작스레 그에 대한 대한 스토리를 완전히 개편합니다. 코믹스와 별도 영상까지 마련하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바루스에게 한 가지 특징을 부여하니, 바로 그가 동성애자라는 설정이었습니다.
흔히 LGBTQ라고 불리우는 젠더 코드는 최근 그 의미가 주목받으며 하나의 추세처럼 여러 게임의 설정에 녹아들었습니다. 물론 이는 소수의 인권을 존중하는 인도적 의미와, 캐릭터에게 입체감을 준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전 세계 사람들의 문화와 생각에 따라 민감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무엇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게임 내에서는 탄탄한 스토리, 그리고 캐릭터와 세계관 설정과의 자연스러운 융화, 그리고 적당한 '무심함의 배려' 등이 뒷받침되어야 비로소 긍정적인 수용을 이끌어낼 수 있겠죠.
하지만 예전부터 ‘빈약한 세계관과 스토리’에 대해 지적을 받아 온 리그오브레전드의 이러한 시도에 대한 시선은 곱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몇 안 되는 비장한 스토리를 갈아 엎으면서까지, 그리고 지나치게 화려하게 LGBTQ 코드를 넣는 시도에 대해 특히 많은 사람들이 의아함을 표하고 있죠. 성 소수자 캐릭터가 새롭게 추가되거나 아니면 빈약한 설정의 다른 캐릭터에게 다른 스토리가 부여되는 것은 문제가 없겠지만, 그나마 좋았던 챔피언의 스토리마저 무모하게 바꿔버리는 라이엇의 스토리 관념에 무책임을 느꼈다는 팬들도 다수입니다.
인도적인 추세나 의미를 떠나, LGBTQ 코드가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부여된다면, 그 자체로도 캐릭터의 새로운 성격과 다양한 관계를 만들며 전체적인 세계관의 뉘앙스를 풍부하게 만들 수도 있는 시도가 됩니다. 하지만 수 년이 지났지만 그럴싸하게 단단한 스토리가 정착되지 못하고, 그마저도 확신이 들지 않는 듯 뒤집곤 하는 리그오브레전드의 스토리 상황을 먼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들을 하는 것보다도, 리그오브레전드의 스토리에는... 아무래도 먼저 해결되어야 할 더 시급한 문제가 있지 않은가 의문이 듭니다.
석준규 기자 desk@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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