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위원회(이하 공대위)가 오늘(29일) 국회에서 발대식 자리를 가졌다. 앞으로 공대위는 범부처 참여 민관협의체 구성 제안, 사회적 합의 없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반영할 경우 법적 대응 검토, 보건복지부 장관 항의 방문 등의 활동을 전개한다.

이날 공대위 걸개와 참석자들 가슴에는 근조(謹弔)가 새겨져 있었다. 걸개도 다른 때와 같이 높이 올리지 않고 추모 의미를 담아 아래에 배치했다. 공대위 관계자는 "게임산업과 게임문화가 죽어 추모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공대위 대표를 맡은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그동안 게임이 젊은이의 문화이자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 특히 4차산업의 꽃이라 불리었는데 왜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으로 등재됐는지 자괴감이 든다"며 "오늘을 기점으로 우리가 새로운 게임문화, 게임산업으로 다시 태어나자는 의미해서 행사를 준비했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위정현 대표는 앞으로 공대위가 △문체부&복지부&국방부&중기부 등 게임 관련 범부처 참여 민관협의체 구성 제안 △공대위 상설 기구화 △사회적 합의 없는 KCD 도입 강행 시 법적 대응 검토 △보건복지부 장관 항의 방문, 보건복지위 위원장, 국회의장 면담 △게임질병코드 관련 국내외 공동 연구 추진 및 글로벌 학술 논쟁의 장 마련 △게임질병코드 도입 Before & After FAQ 제작 및 배포 △게임질병코드에 맞설 게임스파르타 (파워블로거) 300인 조직과 범국민 게임 촛불운동 시작 △게임질병코드 관련 모니터링팀 조직 △유튜브 크리에이터 연대 활동 강화 △범국민 청와대 국민청원 검토 등의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 밝혔다.

이어 공대위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지정에 관한 애도사와 '게임 자유 선언'을 발표했다. 애도사는 아래와 같다.

■ 게임 질병코드 지정에 관한 애도사

▲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정석희 회장

"어릴 적 전자오락실에서 게임을 처음 만난 날부터 게임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지치고 힘들었을 때 내 옆에서 친구가 돼 주었던 게임, 밤을 새워가며 공략해가는 즐거움에 시간이 가는 줄 몰라서 게임이 너무 좋아서 게임업계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만드는 시간에 비례하여 게임을 플레이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게 되었고 어느새 나이가 들어 업무에 치어 게임을 즐기는 시간은 줄어들어 갔습니다"

▲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황성익 회장

"2019년 5월 25일 저녁 멀리 스위스에서 갑작스럽게 비보가 들려왔습니다. WHO에서 게임이용장애라는 이름을 붙여 질병코드로 지정한다는 보도였습니다. "아........질병......." 소식을 듣는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에 휩싸였습니다. 제 입에서는 탄식만이 맴돌았습니다. “왜 내가 좀 더 세상에 대해 설득하고 노력하지 못했을까?” 게임에 몸담은 많은 분이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술로 밤을 지새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는 과거의 실수에 깊은 회한에 빠지기도 합니다"

▲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회장

"하지만 이제 우리는 다시 일어서고자 합니다. 게임이 문화가 아니라는 자들에 대항하여 당당히 맞서 고자 합니다. 지능적으로 변신해 온 그들의 논리에 맞서고자 합니다. 게임은 마약이라고, 게임 자체를 공격하던 논리에서 변화해 "게임 이용자 중 아주 소수이지만 문제가 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에게 우리가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우회하지만 그들의 결론이 변한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그들은 이제 게임뿐 아니라 인터넷, 유튜브, 영화, 만화에도 이러한 굴레를 씌우려고 시도할지 모릅니다"

▲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김병수 회장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임요환, 장재호, 페이커 같은 선수들은 나타나지 않을지 모릅니다. 많은 사람이 ”한국에서는 왜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게임이 나오지 않냐? 왜 닌텐도와 같은 게임기를 개발하지 못하냐?” 말할 때도 우리는 e-Sport의 종주국이며 게임 문화를 선도해 나가는 대한민국이라는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이 자부심은 과거의 영광이 될지 모릅니다"

▲ 차세대융합콘텐츠산업협회 최요철 회장

"게임은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완벽하지 못한 모습의 게임을 좋아했습니다. 게임을 게임으로 보는 시선이 필요합니다. 드라마의 한 대사를 끝으로 애도사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너와 함께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그리고 무슨 일이 벌어져도 네 잘못이 아니다"


■ 게임 자유 선언

▲ 중앙대학교 김주명 학생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모여 게임의 자유를 선언합니다.

게임은 우리 젊은이들의 살아 있는 문화입니다. 게임 속에서 우리는 숨 쉬어 왔고, 게임 속에서 세상을 분석하는 능력을 키워왔습니다. 게임은 배움의 장이기도 합니다. 게임의 복잡한 구조를 헤쳐나가면서 우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습득합니다. 게임은 신화, 역사, 과학, 사회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게임은 소통의 창이기도 합니다. 낮은 사회성으로 인해 대인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던 사람들은 게임으로 세상과 소통합니다.

그러나 게임은 지금 현대판 ‘마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니 마녀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의 ‘그릇된 문화’가 돌을 맞고 있습니다. 19세기에는 소설이 그 대상이었습니다. 20세기에는 TV였습니다. 21세기에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의 정신을 오염시키는 새로운 악을 찾았고 낙인을 찍었으니 그것이 바로 게임입니다.

게임이 소설이나 TV와 다른 점이 있다면 셋 중 유일하게 질병 코드를 부여받았다는 것입니다. 소설의 독자들은 과한 몰입으로 인해 현실과 환상과의 구분 능력을 잃고 건설적이지 못한 분야에 힘을 쏟는다고 비난받았습니다. 그러나 이토록 비난받던 소설도 질병으로 분류되지는 않았습니다. 아니, 질병으로 분류되기는커녕 이제 사람들에게 더 많은 소설 읽기를 권장합니다.

나아가 소설은 게임으로 진화했습니다. 양방향 문화 매체인 게임은 이제 소설 속에서 상상해 왔던 현실을 가상으로 그려내고, 유저 모두가 연결되어 서로 소통하고 생각하며 공동의 과업을 달성하는 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저희의 게임에, 게임을 조금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 '6C51'이라는 코드명이 부여되었습니다.
오늘 저희는 국민 여러분께 호소하고자 합니다. 게임은 저희의 소중한 문화이며, 4차산업혁명이라는 미래를 여는 창이며, 5천 년 역사에서 한국이 자랑할 만한 혁신의 산물이라는 것을 호소하고자 합니다. 게임은 인공지능을 낳은 토대이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던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드 하사비스는 게임 개발자였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시기를 호소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게임이 청소년기라는 질풍노도의 시기에 공부에 시달리는 우리들의 삶에 위안을 주고,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소중한 친구라는 사실을 인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지금의 저희가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는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지켜봐 주시고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위원회] (89개 단체)

학회, 공공기관, 협단체 56개
한국게임학회,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영화학회,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차세대융합콘텐츠산업협회, 한국애니메이션학회, 청년문화포럼 청년정책위원회, 한국VRAR산업협회, 한국VRAR콘텐츠진흥협회,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게임문화재단,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한국모바일게임협회, 문화산업정책협의회, 한국문화콘텐츠라이센싱협회, 한국블록체인콘텐츠협회, 한국애니메이션산업협회, 청년문화포럼 문화예술위원회, 게임인연대, 한국웹툰협회,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문화연대, 한국캐릭터학회, 한국컴퓨터그래픽산업협의회, 한국문화경제학회, 한국e스포츠협회, 부산영화영상산업협회, 부산애니메이션협회, 부산게임협회, 부산정보기술협회, 한국임상게임놀이학회, 콘텐츠경영연구소,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한국문화콘텐츠기술학회, 문화민주주의 실천연대,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부산정보산업진흥원, 가상현실콘텐츠산업협회, 오픈넷, 한국경영정보학회, 데브코리아, 스마트폰게임개발자그룹, 한국생산성학회, 한국정보사회학회, 한국미디어경영학회, 국제지역학회, 한국인디게임협회,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 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 SG길드, 게임물관리위원회, 성남산업진흥원, 게임이용자보호센터

대학 33개
경희대학교 디지털콘텐츠학과, 계원예술대학교 게임미디어과, 공주대학교 게임디자인학과, 동부산대학교 게임컨설팅과, 동서대학교 디지털콘텐츠학부, 동서울대학교 게임콘텐츠학과,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동의대학교 디지털콘텐츠 게임애니메이션공학부 게임애니메이션전공, 배제대학교 게임공학과, 상명대학교 게임학과, 서강대학교 게임&평생교육원, 예원예술대학교 애니메이션학과, 용인송담대학교 컴퓨터게임과, 전주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화기술학과, 중앙대학교 게임&인터렉티브미디어 융합전공, 한국IT전문학교 게임스쿨, 호서대학교 컴퓨터정보공학부, 홍익대학교 게임학부, 나사렛대학교 방송영상콘텐츠학과, 전남과학대학교 게임제작과, 명지전문대학교 소프트웨어콘텐츠과, 전주대학교 게임콘텐츠학과, 아현산업정보학교, 가천대학교 게임대학원,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게임콘텐츠스쿨, 광운대학교 스마트융합대학원 게임학과, 서울예술대학교 디지털아트전공, 강동대학교 만화애니케이션콘텐츠과,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인천대학교 컴퓨터공학부,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게임공학부, 부산경상대학교 IT콘텐츠계열, 두원공과대학교 스마트IT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