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6월 정신의학계가 연 '건강한 게임 긴급 심포지엄'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를 두고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전문가들의 견해도 성격과 게임에 대한 경험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학 전문가들은 앞으로 게임이용장애 관련 전문가 섭외에 있어 성향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심리학회지 건강 25권 6호(2020년 11월)에는 '전문가들의 판단에 미치는 요인 연구: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를 중심으로' 연구가 실렸다. 이 연구는 조현섭 전 한국심리학회장, 조성민 마음산책심리상담센터장, 신성만 한동대학교 교수,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이하 연구팀)이 진행했다.

연구팀은 조사 배경을 설명하며 "중대한 사회적 문제나 이슈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전문가 의견을 궁금해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존재하는 이유는 인지적 편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자기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만 수집하여 결론을 내리는 확증편향과 객관적 데이터보다 자신이 경험한 일부 사례를 더 신뢰하는 편향 등이 예이다"라고 기존 문제를 전했다.

먼저 연구팀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를 두고 전문가들이 논의 중인데, 전문가에 대한 이해는 전혀 이루어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게임을 둘러싼 전문가 판단에 어떤 것들이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도덕적 공황(moral panic), 성격(personality), 게임에 대한 경험과 지식, 전공분야, 인구통계학적 변인에 따라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다. 특히 도덕적 공황에 대해 연구팀은 기성세대가 가진 새로운 대중 매체에 대한 도덕적 혐오감으로 인해 잠재적 부작용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서구권에서 도덕적 공황으로 만화, 영화, 로큰롤, TV 등이 탄압 대상이 되었다.

게임에 대한 경험과 지식도 게임이용장애 이슈에 의미 있는 영향을 끼친다. 연구팀은 프시블시키(Przybylski) 연구를 인용하며 "게임을 해본 적이 전혀 없거나 거의 없는 65세 이상의 미국 노인들은, 게임을 해 본 적 있는 젊은 사람보다, 게임이 실제 세상의 폭력 원인이 된다고 믿는 비율이 6배 높았다"며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는 실제 게임을 경험한 결과가 아니라, 막연한 공포반응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심리학 전문가 16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63%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응답 △고연령 집단, 게임에 대한 경험이 없는 집단, 게임에 대한 지식이 없는 집단, 자녀가 없는 집단, 자녀가 없는 집단이 게임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 △ 청소년에 대한 태도가 개방적일수록 게임을 긍정적으로 여긴다고 응답했다.

종합적으로 연구팀은 "심리학 전문가들은 게임이용문제를 의료적 접근으로 해결하는 질병코드화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며 "특히 젊은 학자들에게서 반대의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전문가를 섭외하거나 토론을 할 때 본 연구에서 발견된 사항에 대해서 점검을 하는 것은 생산적인 논의와 합의 도출에 영향을 줄 것으로 사료된다"고 평가했다.

한편, 연구팀은 이번 조사가 의사, 법조계, 언론계 등 전공 특성이 다른 전문가 집단에게도 일반화하기는 아직 이르며, 심층연구가 어려웠던 한계를 일러뒀다.

논문은 '전문가들의 판단에 미치는 요인 연구: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를 중심으로(링크)'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