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 2020년 결산과 2021년 전망 세미나'가 금일(17일),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세미나는 2020년 결산과 2021년 전망, 그리고 내년 전망과 관련한 전문가들의 라운드 테이블로 구성됐다. 먼저 '숫자로 보는 2020년 콘텐츠 산업'에서는 올해 콘텐츠 산업의 매출액과 수출액 등 통계 수치와 더불어 비대면, 한류와 같은 주요 이슈를 다룬다. 이어서 '키워드로 전망하는 2021년 콘텐츠 산업'에서는 한콘진 내부 연구진과 외부 전문가들이 뽑은 2021년 전망과 관련한 8가지 키워드를 공개한다.

끝으로 라운드 테이블을 통해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영향과 대응, 그리고 이에 따른 게임 산업의 명암에 대한 전문가들의 대담을 다뤘다.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콘텐츠 산업이다. 코로나는 올해 국내 콘텐츠 산업을 어떻게 바꿨을까? 그리고 내년에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지 콘텐츠 산업의 트렌드와 전략 방향 및 정책 비전을 제시하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알아봤다.



■ 숫자로 보는 2020년 콘텐츠 산업


한콘진은 올해 국내 콘텐츠 산업 매출액은 125.4조 원을 기록한 전년 대비 3.8% 성장한 130.2조 원이거나 5.8% 감소한 118.1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가 원인으로 게임이나 웹툰 등 비대면 콘텐츠 이용률이 늘어 해당 산업과 관련해서는 매출이 늘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면 콘텐츠인 음악이나 대중 예술, 영화 등은 전년 대비 하락 폭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콘텐츠 산업 수출 규모와 관련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103.9억 달러였던 전년 대비 최대 6.7% 성장한 110.9억 달러이거나 최소 5.1% 성장한 109.2억 달러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매년 한국 콘텐츠 산업 수출에서 10% 이상을 차지하던 게임이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게임 수요가 늘어남으로써 이에 힘입어 수출 규모도 작년에 비해 성장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콘텐츠 산업 종사자는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로 인해 기존 인력을 감축하거나 신규 채용이 이뤄지지 않는 만큼, 소폭 증가하거나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주요 통계에 대한 설명을 끝마치고 이어서 한콘진은 올해 콘텐츠 산업의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2020년 콘텐츠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도 변화가 큰 한 해였다. K-팝은 비대면 온라인 콘서트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으며, 영화 산업 역시 극장 대신 OTT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이 가운데 게임 산업도 새로운 변화를 준비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모바일, PC 게임 위주로 성장했던 국내 게임사들이 콘솔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걸 들 수 있다. 전세계 콘솔 게임 시장 규모는 2022년에는 603억 달러(한화 약 60조 5천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 중이다. 이에 국내 게임사들 역시 콘솔 게임이 강세를 보이는 미국, 유럽 공략을 위해 콘솔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라인게임즈의 '베리드 스타즈'처럼 유의미한 성과를 낸 사례가 있는 만큼, 내년에는 더 많은 국내 게임사가 콘솔에 도전장을 던질 것으로 한콘진은 내다봤다.


한편,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게임 산업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통해 온라인으로 연결됐으며, 이에 2020년 기준 대한민국 국민의 70.5%가 게임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는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했던 WHO마저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Play Apart Together' 캠페인을 진행하며 게임을 적극 권장하기까지 했다. 한콘진은 이 같은 사례를 들며,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기 위한 콘텐츠가 더욱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 키워드로 전망하는 2021년 콘텐츠 산업


한콘진은 2021년 콘텐츠 산업 주요 전망을 '곧 도착, 메타버스', 'IP엔 끝이 없다', '동상이몽? 이상동몽!:합종연횡', '진화하는 코쿤(Cocoon)', '가불구취', '미래 콘텐츠를 지배하는 자 "DNA 일치율 99%"', 코로나19 시대에 콘텐츠人으로 살아남기', '한류, 또 다른 1인치의 장벽을 넘어라' 8개의 키워드로 설명했다.


메타버스는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생활형 가상 세계를 의미한다. 한콘진은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해진 현실을 사고 있다"라며, 트래비스 스콧이 '포트나이트'를 통해 성공적인 공연을 펼친 사례를 들었다. 한콘진은 이 같은 사례를 들며 향후 가상 세계에서 이뤄지는 메타버스 콘텐츠가 더욱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으로 시도될 것으로 전망했다.

2021년에는 IP 확장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도 내다봤다. 지금까지 IP 확장은 전형적인 방식으로 실패 위험을 낮추는 데 집중하고 원천 콘텐츠를 부가 콘텐츠로 확장하는 데 그쳤다. 웹툰, 웹소설을 영상물로 확장하는 게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IP 확장 방식이 앞으로 좀 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한콘진은 웹툰의 애니화, 드라마의 게임화, 게임의 영화화처럼 IP 확장 장르가 다양화될 뿐 아니라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예시를 들었다.

콘텐츠 산업의 경쟁 구도 또한 변화를 예고했다. 지금까지의 콘텐츠는 서로의 분야에서 경쟁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르다. 코로나19로 인해 여가 활동에 제한이 생기면서 가정 내에서의 콘텐츠 이용률이 증가함으로써, 콘텐츠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게임을 할지, 넷플릭스를 볼지, 웹툰을 볼지 소비자는 골라야 하고 이에 콘텐츠 간, 그리고 콘텐츠와 비콘텐츠 간 교차 경쟁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면 코로나19가 종식에 가까워지면 다시금 대면 콘텐츠가 전면에 나서게 될까? 한콘진은 이에 대해 당분간은 종식 여부와 무관하게 대면과 비대면 콘텐츠가 혼재하는 콘텐츠 이용 관성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자발적 코쿤(Cocoon, 집콕)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게임, 영상, 스마트 스피커 등 홈 엔터테인먼트 성장이 가속화한 만큼, 당장에 대면 콘텐츠로 이동하는 것이 아닌 서서히 옮겨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서 콘텐츠 이용자들의 선택이 점점 더 꼼꼼해지고 깐깐해짐에 따라 가불구취(치관과 일치하면 소합니다)하는 식으로 콘텐츠를 이용하는 형태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한, 콘텐츠 산업에서 Data, Network, AI(DNA)의 중요성이 점점 더 중요하게 될 것이로 전망했다.

코로나19는 소비의 형태만 바꾼 게 아니다. 콘텐츠 종사자들의 삶에도 변화를 끼쳤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재택 근무의 전면 대두를 들 수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많은 기업이 재택 근무를 재택하고 있다. 소니픽처스는 제작 업무의 90%를 재택 근무로 수행 중이며, 에픽게임즈를 비롯해 국내외 많은 게임사들이 재택 근무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한콘진은 앞으로도 이러한 비대면 제작 시스템이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예상하는 한편, 디지털 전환에 따른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한 재교육 필요성이 강화됨으로써 이와 관련된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재택 근무가 긍정적인 변화만 불러오는 건 아니다. 급격한 변화에 따른 반작용으로 콘텐츠 산업 일자리 타격 및 불안정 노동의 확대 가능성도 있는 만큼, 이에 따른 고용, 노동 제도 개선 논의가 빠른 시일 내에 진행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BTS와 기생충을 필두로 한 한류가 이제는 그 영향력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봉준호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한류는 이제 언어와 국경의 1인치를 넘었다. 이제는 그다음인 지속성이라는 1인치를 더 확보해야 한다. 그에 대한 첫걸음으로 한콘진은 동남아 지역 진출 가속화를 기대했다.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글로벌 OTT를 타고 한류 콘텐츠 소비 범위가 확장된 만큼, 유통 창구를 확대해 언어와 문화적 장벽을 완화하는 동시에 해외 거점 비즈니스 지원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전문가와 함께 전망하는 2021년 콘텐츠 산업

Q. 코로나19가 국내 콘텐츠 산업에 미친 영향은 무엇이며 각 영역에서 어떻게 대응했는지 궁금하다.

넥슨 강민혁 본부장 : 코로나19로 인해 게임 이용 시간 33%, 게임 이용 관련 지출 30%, e스포츠 관련 시청자 수27%로 상승하는 등 전체적으로 가시적인 지표들이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용자들을 붙잡아두기 위한 서버 안정화, 콘텐츠 업데이트 강화, 언택트를 고려한 이벤트 다양화, 이용 패턴 분석을 위한 AI, 빅데이터 R&D 관련 인력 확충과 조직 재정비 등의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Q. 코로나19 시대의 게임 산업의 명과 암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넥슨 강민혁 본부장 : 우선 '게임 산업이 코로나19의 최대 수혜를 본 산업 중 하나'라는 인식이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즐길 수 있는 홈엔터테인먼트 미디어에 대한 의존도와 이용량이 모두 상승한 만큼, 게임 산업에 국한된 수혜 만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관련 산업군 간 정해진 소비 기회에 대한 경쟁이 더 심화된 구도로 바뀐 셈이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왔을 때 오히려 큰 숙제를 받게 된 것으로 생각한다. 명과 암을 각각 4가지씩 꼽는다면, 명으로는 1)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각광받는 주요 투자대상, 2) 산업화 가능성을 입증한 e스포츠, 3) 주류 문화로의 인식 변화, 4) Z세대와의 접점으로서의 가치 상승 등이며, 반대로 암으로는 1) 재택근무 확대에 따른 서비스 일정 지연, 2) 아케이드 게임의 쇠퇴 가속화, 3) 기업 간 양극화 심화로 인한 생태계 보호 정책 강화 필요, 4) 타플랫폼과의 융합 모델 발굴 과제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Q. 넥슨코리아는 다른 게임사처럼 게임의 영상화에도 관심 있는지 듣고 싶다.

넥슨 강민혁 본부장 : 대표적인 문화 융합 콘텐츠인 게임에서 영상의 중요성은 이미 크게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다만 이를 적극적 의미에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은 상황이나, 길을 찾아가는 과정 단계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기존 협업이 같은 산업군 간 수직 방식이 주였다면, 앞으로는 타 산업군 간 수평 협업이 주를 이루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Q. 바람의나라 리부트의 성공과 관련하여, 제작하실 때 기존의 바람의나라 유저인 90년대 감성과 현재 트렌드 중 어떤 타깃에 보다 중점을 뒀나?

넥슨 강민혁 본부장 : IP가 가진 여러 힘 중에 세대 간 커뮤니티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면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여러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90년대 레트로 감성이 Z세대를 관통한다면'이란 과제를 해결한다면 새로운 확장성과 폭발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이 시장의 요구와 잘 접목되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