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전쟁 게임과 타워 디펜스의 이상적인 조합


일반적으로 전략 요소가 들어간 전쟁 게임은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테크 트리에 맞춰 건물을 짓고 병사를 생성하면서 조작까지 해야 하니 피지컬과 뇌지컬을 동시에 요구한다. 따라서 고수와 초보자의 실력 격차가 매우 큰 게임 장르기도 하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진입 장벽은 낮으면서 적당한 전략 요소와 보는 맛이 즐거운 전쟁 게임은 없는 걸까.

지난 4월 22일 출시한 '워핍스(Warpips)'는 이러한 요구 조건에 딱 들어맞는 꽤 재미있는 전쟁 게임이다. 전략 게임에 타워 디펜스를 결합해 간단한 마우스 클릭만으로도 쉽게 즐길 수 있지만, 자원과 업그레이드를 적절하게 배치해야 이길 수 있는 전략 요소도 포함하고 있다. 화려하진 않아도 눈길을 끄는 복셀 그래픽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감칠맛을 더해주는 워핍스의 이모저모를 알아보도록 하자.


게임명: 워핍스(Warpips)
장르명: 전략 타워 디펜스
출시일: 2022.04.22
리뷰판: 2.0.16
개발사: Skirmish Mode Games
서비스: Daedalic Entertainment
플랫폼: PC
플레이: PC

관련 링크: 'Warpips' 오픈크리틱 페이지


마우스만 있어도 OK. 생각하고 뽑고 관찰하자

▲ 직관적인 설명 "여기를 파괴하세요"

워핍스의 모토는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으면서 심층적인 전쟁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튜토리얼을 하지 않아도 첫 판 만에 게임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파악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는 게임이 복잡하긴 해도 직관적이거나 혹은 복잡한 것 없이 아주 단순하기 때문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워핍스는 전자에 가까웠다.

앞서 설명했듯 워핍스의 게임 방식은 튜토리얼이 없어도 이해할 만큼 간단하다. 탑뷰 형태의 맵에는 플레이어의 본진과 적 본진뿐이며, 이들 사이를 이어주는 길목이 1~2개 정도가 있다. 이러한 1:1 대립 구도는 딱히 부연설명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적 본진을 부숴야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리라.

▲ 요점은 돈을 모아 병사를 뽑고 적 본진을 파괴하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날수록 쌓이는 돈과 적정 자원이 모였을 때 빨간색 X자가 사라지는 병사 버튼은 돈을 소모해서 병사를 생성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며, 병사를 생성할 때마다 노란색으로 불이 켜지는 인구수는 플레이어의 최대 병력 수치가 어느 정도인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병사는 생성하는 즉시 플레이어 본진에서 나타나는데 별도의 조작을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적 본진을 향해 나아간다. 이후 길을 가던 중 적 병사를 마주치면 공격을 하고 주변에 엄폐물이 있다면 숨는 등 정해진 패턴에 맞춰 알아서 싸우게 된다. 게임의 부제 장르에 타워 디펜스가 있듯 결국 자원도 자동으로 생성되고 병력 컨트롤도 자동으로 이뤄지니 플레이어가 전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그리 많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위대한 사령관이 되기 위한 세 가지 방법

쉽고 간단한 게임 진행 방식을 익혔다면 다음은 심층적인 전쟁 전략을 알아갈 차례다. 간단한 스테이지는 위에 말했듯 별도의 조작 없이 돈이 모일 때마다 병사만 생성해줘도 이길 수 있다. 하지만 점차 어려워질수록 승리를 위해선 다양한 변수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첫 번째 전략 요소는 레벨업과 전투 포인트의 활용이다. 전투 포인트는 적군을 쓰러트릴 때마다 쌓이는 경험치를 모아 레벨업을 할 때 1포인트씩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모은 전투 포인트로 유닛 랭크 상승, 캐시와 캐시 업그레이드, 핍보급품 증가, 특수 병사 해제를 할 수 있으며,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투의 양상에 변화를 줄 수 있다.

가령, 내 병사가 적보다 강력해 소수의 병사만 운영해도 문제없을 정도로 여유가 있다면 재빠르게 유닛 랭크를 올려 새로운 능력을 해금하는 편이 좋다. 반대로 적이 대량으로 밀고 들어와서 여유가 없다면 전투 포인트를 즉시 돈으로 바꿔 빠르게 병사를 뽑거나 혹은 미사일, 폭파 드론 등을 날려 견제를 해야 한다.

▲ 전투 포인트를 잘 써야 레벨업도 더 잘하고 전쟁도 이길 수 있다

이렇듯 전투 포인트는 전투마다 투자해야 하는 순서가 정해진 것이 아니고 플레이어의 병사 구성과 전투의 상황에 맞춰 최적의 결과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요구 경험치 양이 많아지므로 초반에 별 생각 없이 마구잡이로 투자했다가 정작 필요한 순간에 사용하지 못해 파국을 맞이하는 때도 종종 있었다.

두 번째 전략 요소는 병력에 간단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두 가지의 대기 버튼의 존재다. 앞서 설명했듯 기본적인 전투는 자동으로 진행되고 플레이어가 병사 개개인에게 이동 혹은 공격 등의 명령을 직접 내릴 순 없다. 다만, 통합 명령을 내릴 수 있는데 바로 전진과 방어다. 전진 명령은 이동속도와 명중률에 보너스를 받을 수 있고 방어 명령은 근처 엄폐물에 몸을 숨기면서 방어와 사거리 증가 보너스를 받게 된다.

명령을 내리기 위해선 먼저 명령 게이지가 채워져 있어야 한다. 게이지는 돈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차오르며, 생각보다 꽤 빨리 차기 때문에 무조건 아끼기보단 상황에 따라 적극 사용하는 것이 중요했다.


처음에는 게이지 방식이 조금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전투도 자동으로 이뤄지니 명령도 온오프 방식으로 만들어서 조작에 들이는 수고를 최소한으로 줄이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막상 이러한 장치조차 없다면 플레이어가 전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가 아예 없으므로 자칫 게임이 루즈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너무 복잡하게 만들면 게임의 모토가 무너질 수 있으니 두 가지의 간단한 버튼 조작을 통해 편의성과 전략에 타협을 봤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세 번째 전략 요소는 웨이브다. 적은 정해진 주기마다 병사를 빠르게 생성하며, 이를 웨이브라고 표현한다. 웨이브가 시작되면 한 번에 많은 병사가 쏟아지므로 대비를 해두지 않으면 순식간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게임에서 패배할 수 있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미리 웨이브에 대비해둘 필요가 있다.

웨이브 상황은 UI에서 언제든 확인할 수 있으며, 직전에 따로 경고 표시도 해주기 때문에 확인하는 일 자체가 어려운 편은 아니다. 따라서 웨이브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돈을 모아두거나 혹은 적 다수를 섬멸할 수 있는 장비의 쿨타임을 아껴주는 등의 전략을 생각해야 한다. 웨이브가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게임의 주도권을 언제든 내가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올 수 있고 이는 게임의 모토였던 심층적인 전쟁 전략을 세우는데 아주 큰 공을 차지한다. 게임을 얼마나 깊게 아느냐에 따라 전략의 승패를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 적 웨이브에 맞춰 터트리는 공중포격의 짜릿함

위 세 가지의 전략 요소를 통해 워핍스는 플레이하기 정말 쉬우면서 어느 정도의 전략적 깊이를 챙길 수 있었다. 물론, 변수가 무궁무진한 실시간 전략 게임에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누구나 쉽게 전략 전쟁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워핍스는 꽤 재미있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게임은 아니었다. 일단 전략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변수가 적은 편이고 특히, 맵 구성이 심심하다. 게임 플레이가 정해진 라인을 따라 이뤄지기 때문인지 게임 내 맵은 대부분 일자로 구성되어 있다. 라인의 경우도 1~2개 전부였는데 이 때문에 맵이 주는 변수 자체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개발사는 맵의 배경을 도심지와 평야, 해변가 등 다채롭게 구성해줬지만, 결국 구조 자체가 비슷하다 보니까 어떤 맵을 해도 큰 감흥을 느낄 수 없었다. 만약 사막 맵은 모래 폭풍이 불고 도심지는 라인이 3개로 구성되어 있어 시가전 느낌을 내는 등의 변수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 병사의 종류는 다양한 편인데 맵이 아쉽다

결국 이러한 아쉬움이 쌓여 후반에는 전투가 단조로워지고 전투 승리에 따른 성취감이 적어진다는 단점이 두드러져 보였다. 누구나 쉽게 플레이할 수 있으면서 어느 정도의 전략 요소를 챙기는 데 성공했지만, 게임을 깊게 파고들 만한 장치가 부족하고 난이도 상승에 따른 성취감이 느껴지는 게임 수준으로 발전하진 못했다.

게임의 변수가 적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준에 다다르는 순간 비슷한 방식으로 플레이하게 되고 이는 처음에 느꼈던 재미가 계속 반복된다는 느낌을 준다. 결국, 비슷한 맛만 느껴지니 쉽게 질릴 수 있다. 게임의 엔딩을 본 이후 다시 플레이하고 싶은 마음에 사라지는 이유기도 하다.

이러한 루즈함을 방지하고자 워핍스는 스토리 모드 개념의 정복 모드와 무한 모드, 랜덤 배틀과 같은 세 가지의 모드를 제공하고 있다. 모드마다 게임의 진행 방식에 차이가 있으므로 난이도를 조절해서 플레이한다면 시간이 빌 때마다 가볍게 즐기기에 적절하다. 킬링 타임용 전략 게임을 찾고 있다면 꽤 괜찮은 선택이다. 추후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다양한 콘텐츠가 추가되고 다른 플레이어와의 PvP 모드가 등장한다면 충분히 급부상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 지금은 간단하게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