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향한 세 편의 영화와 흥미로운 분열의 나열


현실과 달리 게임에는 다양한 창작적 허용이 가능하지만, 그걸 담아내는 그릇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내용적인 자유는 대다수가 비슷비슷한 표현 기법 안에, 틀에 박힌 장르적 형식 안에서나 적용되니 말이다. 새로운 장르, 혁신적인 게임은 보통 그걸 반복하는 아류를 만들어낸다.

풀 모션 비디오(FMV) 역시 영상 나열의 범주 안에 오랫동안 갇혀있었다. 실사 배우들의 촬영 장면을 뜻하는 FMV는 촬영이라는 비교적 고전적인 기법 덕에 첨단 기술이 필요한 그래픽 기반 게임보다 적은 제작비로 의도한 바를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근래 FMV는 이 영상들을 그저 나열하고,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다른 클립을 보여주는 식의 인터랙티브 무비로 엮어내는 게 전부였다. 그게 만들기 쉽고, 또 새로운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부담도 없으니까.

하지만 '허 스토리(Her Story)와 '텔링 라이즈(Telling Lies)'는 FMV 요소를 그저 게임 진행에 용이한 표현법정도로 쓰지 않았다. 이 게임에서 FMV는 플레이어가 찾아내야 할 단서를 담고 궁극적인 결말을 넣어 '게임 플레이의 도구'로 쓰였다. 그리고 실사 영상, 그 자체의 중요함이 이모탈리티(Immortality)에서 그 어느 작품에서도 볼 수 없을 정도로 극대화됐다.



게임명: 이모탈리티
장르명: FMV/인터랙티브 무비
출시일: 2022. 8. 31.
리뷰판: 1.0.6.0
개발사: 하프 머메이드/샘 발로우
서비스: 하프 머메이드
플랫폼: PC/Xbox
플레이: Xbox Series X



FMV를 비틀어 게임으로 만든 샘 발로우

보통 리뷰는 게임 자체에 관해 더 집중해야 하기 마련이다. 다만, 이모탈리티 만큼은 전작이라 할 수 있는 게임. 아니 더 정확히는 그렇게 일관성 있게 FMV 게임을 만든 샘 발로우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주제 의식이 곧 게임의 핵심을 관통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일런트 힐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해외에서 다뤘던 오리진과 섀터드 메모리즈의 리드 디자이너 겸 작가였던 샘 발로우는 '허 스토리'로 쉬이 모방하기 어려운, 자신만의 방식으로 FMV를 활용했다. 수사관이 되어 경찰 데이터베이스에서 해나의 진술 영상들을 하나하나 파헤치고 사건의 진상을 파헤친다. '텔링 라이즈' 역시 게임 속 데스크톱을 조작해 데이터베이스에 담긴 영상을 살펴보고 그 속에 담긴 진실을 찾아내는 게 목표다.

영상을 소재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는 측면에서 근래까지 많이 쓰인 틀이 잡힌 인터랙티브 무비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사든, 혹은 실사를 쓰지 않든, 워킹데드나 언틸 던, 디트로이드: 비컴 휴먼 등의 체계화 된 인터랙티브 무비와는 영상물의 사용 의도가 전혀 다르다.

▲ 단절되고, 비선형적인 영상물로 추리 요소를 극대화했던 기존 작품

인터랙티브 무비에서 영상물은 이야기의 흐름 그 자체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다른 영상물이 나오긴 하지만, 이는 플레이어 선택에 의한 피드백을 반영했을 뿐이다. 결국 영상물은 플레이어에게 이어질 이야기를 보여주는 시퀀스고 그 연속성으로 하나의 완성된 스토리 구현을 위해 달려 나간다.

샘 발로우는 이야기의 연속성을 의도적으로 단절시킨다. 플레이어가 찾아내고 확인하는 영상들은 그저 하나의 신(Scene)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는 그 모든 신이 맞물려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진다고 해도, 플레이어가 그 모든 영상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시간, 공간, 인물 역시 시간 순서대로, 혹은 이해가 용이한 영화적 혼합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파편적인 하나하나의 장면은 플레이어 스스로 사건의 구멍을 메워나갈 재료이자 도구로 쓰인다.

그래서 비슷한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임에도 샘 발로우의 작품은 '이야기에서의 플레이어 선택'이 아니라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플레이어의 이야기 조합'으로써 영상물을 활용했다.



세 편의 영화, 그리고 마리사 마르셀


젊은 모델이던 마리사 마르셀은 1968년 수천 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주목받는 신작, '앰브로시오'의 주연으로 발탁된다. 이후 행보에 기대를 모은 마르셀은 1970년 앰브로시오의 촬영 감독 존 듀릭의 영화 '민스키'에 출연한다. 이후 한동안 행보가 밝혀지지 않았던 그녀는 1999년 '투 오브 에브리씽'이라는 작품을 통해 다시 작품 활동을 이어 나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마리사가 출연한 앰브로시오, 민스키, 투 오브 에브리씽 모두 제대로 완성되거나 개봉되지 못했다. 마리사도 마지막 작품 이후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20년 뒤 그녀가 담긴 촬영본과 푸티지 필름이 세간에 공개됐다.


마리사의 세 영화, 그리고 그녀 자신의 행방을 찾아내는 게 이모탈리티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역할이다. 길어야 1분이 되지 않을 정도에 그치는 짧은 촬영본과 푸티지를 활용해 이야기의 진실을 찾아낸다는 기본 구조는 미리 설명한 샘 발로우의 이전 작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영상물의 쓰임새는 상이하다. 이모탈리티의 영상물은 이야기의 구조를 짜 맞추는 역할에 집중된다.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영상 검색틀은 인터페이스조차 매우 간단하고, 그 역할도 한정적이다. 컴퓨터로 키워드를 검색하거나 정리된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할 필요도 없다. 우선 1969년 4월 15일 있었던 영상 하나를 시작으로 마치 고전적인 필름 편집기인 모비올라를 조작하듯 앞뒤로 장면을 돌려 그 짧은 영상을 감상한다. 그리고 화면을 멈춰 그 안에서 선택할 수 있는 장면을 제대로 클릭하면 매치컷 효과와 함께 새로운 장면이 자동으로 연결되고 그와 엮인 새로운 푸티지가 연결되는 식이다.

매치컷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아래 이미지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


영화에서 매치컷이 가지는 역할, 표현 용도처럼 새로운 장면은 완전히 별개인 내용이면서 비슷한 구조를 가진다. 마리사와 대화 중인 토크쇼의 진행자를 선택하면 비슷한 표정을 한 토크쇼 진행자의 다른 시기, 다른 인물과의 대담 장면이 열린다. 마리사의 눈이 강조된 영화 투 오브 에브리씽의 장면에서 그녀의 눈을 선택하면 눈만 뚫은 복면을 쓴 남성으로 화면이 넘어가기도 한다. 단순히 사람만이 아니라 그림, 촛불 등 사물 역시 화면전환. 즉, 새로운 필름을 찾아내는 도구가 된다.

마리사를 주인공으로 한 세 개의 작품은 그 등장인물이나 스태프들이 겹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장면을 찾아내면 그 장면이 같은 인물을 통해 넘어갔다고 하더라도 20년이 넘는 시간적 간극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게 단순히 영화 속 장면일 수도 있고, 영화를 준비하는 리허설, 혹은 TV 쇼나 오디션 인터뷰, 영화의 비하인드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일 수도 있다.

이러한 이모탈리티의 전개 구조는 기존 작품과 같은 단절을 제공하면서도 부족했던 연속성을 부여한다.

샘 발로우는 기존 게임들과 똑같이 짧고, 시기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영상들을 플레이어가 찾도록 하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노출한다. 이 이야기 단편들만으로는 전체적인 이야기를 그리는 것이 어렵다.

기존 작품에서는 이 부족한 이야기가 추리의 기반이 됐다. 플레이어가 어느 부분까지 영상을 보고, 찾아냈는지에 따라 도출할 수 있는 진짜 이야기의 구조가 달라진다. 비선형적인 전개를 통해 진실의 조각을 맞춰 나가는 식이다.

이모탈리티에서는 그러한 파편적 정보 수집이 이야기의 근본적 목표로 그려지지 않는다. 오히려 파편적으로 제공되는 조각들을 하나씩 모아가며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로 나아가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비선형적 플레이를 통해 얻는 것은 추리의 쓰일 근거와 단서가 아니라 선형적 이야기 구조 그 자체다.


그렇기에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세 편의 영화는 단순히 영화 속 재료들의 파편으로 남지 않는다.



추리의 단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완성된 이야기

허 스토리, 텔링 라이즈에서 영상물은 진실에 다가갈 근거를 담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런 진실의 조각을 담고 있는 건 아니다. 때로는 등장인물이 플레이어를 기만하는 내용이 담기기도 하고, 이야기의 진상을 밝혀내는 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도 포함하고 있다.

이모탈리티의 영상들은 세 편의 영화, 그리고 그 영화 제작으로 가는 마리사의 발자취를 담는다. 플레이어의 목적에 따라 쓸모없는 영상, 혹은 의미 있는 영상으로 나뉘지 않는다. 다양한 푸티지가 샘 발로우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나하나의 이야기 파편과 조합돼 짜 맞춰 나간다.


단편적인 이야기의 조립이라는 주도적인 역할이 플레이어에게 쥐어지는 만큼 플레이어마다 추리를 위해 얻은 영상의 수와 종류, 상이한 결말을 도출해내는 과정. 이런 것들은 당대 일반적인 인터랙티브 무비와 '허 스토리'/'텔링 라이즈'를 구분 짓는 특징이었다. 그런데 이모탈리티에서는 능동적인 추리와 달리 클릭 가능한 아이콘을 찾아 매치컷을 발동시키고 그 영상들도 결국 큰 이야기의 길 중 하나가 된다.

어느 영상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샘 발로우가 주도하는 이야기를 감상하기 위한 반복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아마 그게 평단의 압도적인 호평을 끌어냈고, 또 일부에서는 극찬받았지만, 이 게임에 '불호'를 표하는 평론가와 팬이 많은 이유기도 하다. 대체 어디에서 게임적 요소를 찾을 수 있느냐는 점 말이다.

이야기의 구조적 완성도를 차치하면, 이모탈리티에서 플레이어의 역할은 한정적이다. 실제로 같은 영상 안에서도 수많은 매치컷 포인트를 찾고 다른 필름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유리창에 반사된 인물의 작은 모습이라던가, 1초도 안 될 짧은 시간 안에 지나간 미술품을 한 프레임씩 돌려가며 찾아내는 정도를 빼면 대개는 화면 안에 잡히는 인물, 큰 사물 정도로 가능 포인트가 한정되어있다. 또 이미 찾은 필름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많아 제작자가 의도한 진행 순서가 강조되기도 한다.

물론 특정 구간에서 릴을 뒤로 돌려 화면의 앞으로 이동하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경우가 있고 그게 이야기의 다른 부분을 확인하는 중요 액션이긴 하지만 그게 부족한 능동적 플레이 아쉬움을 채워줄 정도는 아니다.

결국, 선택지가 적은 인터랙티브 무비, 혹은 적은 이미지와 넘치는 글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비주얼 노벨 등 게임 플레이 요소에 대해 충분히 불만을 가질 수 있는 구성이다. 재밌는 건 이런 구성이 샘 발로우의 의도 아래 나왔다는 점이다.

샘 발로우는 모든 연출과 편집의 제어권이 감독에게 있는 영화와 달리 이전 작품에서는 그 내러티브 구성 권한을 플레이어에게 맡겼다. 하지만 이모탈리티는 구조적으로 꽤 반대되는 형태로 게임 플레이 자체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 작품별 구분, 촬영 시간이나 신 넘버 정렬로 3개의 영화 내적, 외적 부분을 분리해 확인할 수 있다
이건 추리 영역이 아니라 발로우의 연출을 어떻게 이해하느냐를 돕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그가 플레이어들이 마냥 주어지는 이야기와 연출을 받아들이는 데 멈추는 걸 바란 건 아니다. 샘 발로우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게임들을 이렇게 설명했다. '허 스토리'와 '텔링 라이즈'가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라면 이모탈리티는 '포켓몬 스냅'이라고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가 게임의 구성 그 자체가 아니라 비유적인 의미라는 건 맥락을 이해한다면 누구든 알 것이다. 그리고 샘 발로우 전작들을 해봤다면 그 비유가 FMV라는 영상물 안에서 비선형적이고, 플레이어의 의도와 이해에 따라 다르게 구성되는 구도를 말한다는 것 역시 이해할 수 있으리라.

반면 이모탈리티를 설명할 때 비유를 든 게임은 '포켓몬 스냅'이었다. 포켓몬 스냅은 정해진 루트로 플레이어가 탄 기계가 이동하고 플레이어는 시점을 돌려 포켓몬들의 사진을 찍는 게임이다. 선형적인 구조 안에서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한정된 작품이다.

샘 발로우는 포켓몬 스냅의 선형적 플레이 탓에 포켓몬 스냅을 게임이 아닌 무언가로 이해하는 게 옳은지를 이야기했다. 정해진 길을 알아서 나아가는 레일형 게임임에도 직접 화면을 돌려 좋은 포켓몬 사진을 담아내는 행위. 그게 포켓몬 스냅을 단순히 감상용 게임이 아니라 플레이가 담긴 게임으로 만들어낸다.

이모탈리티 역시 쪼개진 영상의 합은 거대한 이야기로 결합한다. 하지만 이 선형적인 이야기 전체에서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건 각각 짧게 끊어진 조각이며 다른 영상을 얻기 위해 화면 프레임 곳곳을 찾아내는 행위를 반복한다. 이야기를 일반적인 영화 매체와 달리 더 깊이 있게, 플레이어 스스로 찾아내게 된다.

이모탈리티 게임 자체에 게임 플레이 자체에 논의를 담은, 일종의 메타 게임으로서 게이머를 매조진 셈이다.




영화를 논하는 영화, 아니 게임

게임 자체에 대한 함의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표면적으로 강조되는 건 영화 그 자체다.

게임 속에 담긴 3개의 영화 앰브로시오, 민스키, 투 오브 에브리씽은 그저 게임 진행을 위해 편의적으로 제작된 가짜 영화가 아니다. 이들은 각각 시대를 달리하는 스릴러 영화로 샘 발로우와 함께 아마존의 미스터 로봇, 넷플릭스 매니악 등의 각본 및 스토리 편집가이 인 아멜리아 그레이. 퀸스 갬빗의 7개 에피소드 모두에 각본가로 참여한 앨런 스콧이 참여했다. 또한, 작품 전체의 이야기는 컬트 영화로는 독보적인 위치를 지닌 데이비드 린치와 로스트 하이웨이를 함께 만들어낸 배리 기포드가 함께했다. 그리고 각 시대에 맞게 3:4 비율에 노이즈가 잔뜩 낀 화면으로, 혹은 16:9 비율에 오늘날 영상에 가깝게 그려진다.

▲ 영화 데이터베이스 사이트 IMDB에는 이례적으로 이모탈리티 외에도 작품 속 영화 페이지도 따로 존재한다

이들은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면서도 폭력적으로 주제를 전달한다. 음주나 흡연, 과격한 언어는 물론이고 때로는 종교에 대한 모독적 행위가 이루어지고 가학행위가 더해진 이상 성행위 등도 꽤 거칠게 담긴다. 그리고 그것들을 촬영하면서 이루어지는 불화, 폭력, 비판적인 언사, 학대 등 영화 밖에 있는 장면들까지 게임 플레이어에게 전달된다. 그저 색을 드러내기 위해 불필요한 나신 장면을 촬영하는 연출가의 모습은 작 중 배우의 입을 통해 거친 욕설이 대신하기도 한다. 하지만 보통은 연출가의 위력 앞에 촬영이 이루어지지만.

공개되지 않았다고 전해진, 세 작품이 플레이어를 통해 세상에 빛을 드러내며 '영원한 예술', 즉 게임의 제목인 불멸(Immortality)의 수준에 오른다. 이렇게 영화와 푸티지, 가상 속 영화와 그걸 게임이라는 매체로 확인하는 플레이어의 현실이 혼재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영화를 위해 죽어간 이들은 불멸의 예술을 위한 재료, 혹은 비용 정도로 쓰인다.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게임은 영화 산업에 대한 메타 무비로 그려진다. 미래가 유망한 젊은 배우 마르셀이 연출가에 의해 변하는 모습은 산업 전체에 관한 추악함을 강조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스포일러 탓에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이모탈리티니는 그런 예술을 위해 무엇을 희생하고, 얼마나 큰 대가를 감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함께 던진다.


이러한 연출을 위해 샘 발로우는 앞선 작가들과 함께 각본, 연출을 써 내려가 컷 사인이 나오는 영화 외의 이야기를 밖으로 꺼내둔 듯한 모습을 그린다.

앞서 언급했듯 새롭게 얻는 필름 조각은 영화의 한 장면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푸티지 영상이기도 하다. 영화만을 쭉 이어 붙인다면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를 감상할 수도 있겠지만, 이야기는 그보다 더 뒤에 있는, 메인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를 더 크게 되짚는다. 개별적인 세 작품과 그에 얽혀있는 인물들, 그리고 그들의 변화와 심리묘사에도 무게감이 실린다.

이건 여러 클립을 어떻게 발견하고, 추리하는 게 핵심이었던 이전 작품들과는 그 방향이 분명 다르다. 화면을 분석하고, 그 이면을 발견하는 게 주요 플레이 요소지만, 사실 샘 발로우가 그린 그림을 순서대로 따라가고,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고민이 플레이어에게 가장 중요한 상호작용이 되니 말이다.



샘 발로우는 이모탈리티를 통해, 앞선 작품에서 이어지는 개발 의도를 충분히, 아니 차고 넘칠 정도로 제대로 전달했다. 그리고 의도를 제대로 살리는 이야기와 작품 구조가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끌어낸 이유가 됐다.

이모탈리티는 눈에 보이는, 완성된 영화에서 이면을 관찰하고 똑같은 내용을 다시 보이도록 만든다. 다만, 작품 전체에 존재하는 게임 플레이라는 영역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고민은 해결이 아니라 플레이어에게 전가했다.

그렇기에 작품의 주제, 그리고 그것에 얼마나 빠져들 수 있는지에 따라 이모탈리티는 제목에 어울리듯 끊임없이 회자할 게임 영화. 혹은 제대로 된 게임 구성을 제대로 설득시키지 못한 반쪽짜리 무언가로 기억될 작품이다. 다만, 그게 일반적인 인터랙티브 무비의 그 부족함과 같은 선상에 둘 성격은 아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