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 오후 5시. 복귀 유저를 위한 '해골 서버'가 오픈했다. 해골 서버는 과거의 에피소드로 회귀하는 형태가 아닌, 일반 서버와 전투 특화 서버를 혼합한 퓨전 서버 형태를 띠고 있다. 과거의 리니지를 플레이했던 유저가 복귀한다는 의미의 클래식 서버인 셈이다.

해골 서버의 일일 플레이 시간은 10시간으로 제한된다. 최대 레벨은 84로 캐릭터 슬롯 역시 계정당 3개의 캐릭터만 생성 가능하며, 초반 밸런스에 영향을 미치는 일부 N샵 아이템은 사용이 제한된다. 독특한 형태지만 이 역시 해골 서버만의 매력이리라.

▲ 서버 이름 자체가 주는 구수한 느낌도 과거지향적인 느낌이 강하다.


서버가 오픈된 직후, 한동안 접속이 안 될 정도로 무수히 많은 인원이 몰렸다. 짧은 시간에 매우 많은 인원이 몰린 탓인지 클라이언트 런처도 마비되곤 했다.

우여곡절 끝에 첫 접속을 한 시간은 5시 30분. 접속에 성공하여 빠르게 10레벨을 달성한 뒤, /누구 명령어를 입력했다. 과연 얼마나 모였을까 싶었다. 아무래도 복귀 유저를 위한 서버인 만큼, 한 8~9천 명 접속했으리라 생각했다.

예상은 보기 좋게 틀렸다. 전투 특화 서버 때처럼 12,000명이나 되는 인원이 접속 중이었다. 첫 접속을 하는 데 30분이나 걸렸으니.. 늦게나마 독특한 캐릭터명을 선정한 유저들도 많았다.

▲ 12,000명 가까이 클라우디아에 운집. 벌써 전체 채팅을 하는 유저도 있었다.

▲ 과거와 비교하면 매우 진보된 수련존.

▲ 과거엔 허수아비 하나에 여러명이 몰리거나, 버그베어를 사먹기도(?) 했다


불과 몇 주 전에 추가된 초보존 클라우디아 덕에 유저들은 대체로 편안한 레벨업을 즐기고 있었다. 어떻게든 단검과 가죽 재킷에서 벗어나 은 무기와 뼈셋을 맞춰야 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확실히 편해졌다. 복귀 유저들 역시 시대가 많이 변했다며 감탄을 내뱉곤 했다.

자신이 리니지 역사의 산증인(?)이라고 말하던 유저도 있었다. 20세기의 리니지를 회상하며 그때 그시절의 추억을 공유하는 모습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초보존을 벗어나야 할 타이밍인데 말이다. 뭐, 레벨업도 중요하지만, 과거의 좋은 기억을 공유하고 추억에 잠기는 것도 나름 낭만적인 모습으로 보였다.

물론, 기자는 레벨업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냥 지나쳤다. 할 일이 너무 많다는 핑계를 대고 말이다.

▲ 몹이 없으면 퀘스트 텔레포트로 채널을 옮기는 것이 좋다.

▲ 이때까지만 해도 몹이 굉장히 많았다.

▲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아니나 다를까. 초보존 중반 구역부터는 몬스터 품절 현상이 곳곳에 발생했다. 몬스터보다 캐릭터 수가 더 많고, 퀘스트 몬스터는 내 것, 네 것 할 것 없이 스틸이 난무하는, 바닥에 떨어진 아데나는 누구 할 것 없이 F4 키를 연타하게 되는, 적자생존의 구간이 시작된 것이다.

여기서 빛을 보는 캐릭터는 단연 요정과 마법사였다. 몬스터가 리젠되자마자 무조건 활과 에너지 볼트를 날리고 보는 것이 인지상정. 나중에 악연이 되더라도 일단 이 구역 만큼은, 이 퀘스트 만큼은 빨리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앞서는 것이 누구에게나 공통된 감정이기 때문이다.

요정과 마법사가 선빵필승의 원거리 공격을 난사하고 있는 동안, 격수 클래스는 조용히 리젠 자리만 지키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설프게 움직였다가는 몬스터 처치는커녕, 칼질 한 번도 힘들기 때문. 개중에는 '제발 파티 좀'을 외치는 격수들도 있었다.

▲ 퀘스트 몹은 일단 치고 보는 게 이쪽 세계의 법칙(?)

▲ 퀘스트 몹이 많아 좋아했더니 죄다 버그 걸린 상태였던..


오후 8시쯤, 클라우디아를 나와 말하는 섬으로 나가 보았다. 말하는 섬 마을 곳곳에는 인력 거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요정은 엘모어와 오렌 지역 팀플을 위한 모집을, 마법사는 애탄 마음으로 '기사 느님'을 찾고 있었다.

마을에서 가장 많이 보인 클래스는 요정이 아니라 바로 군주였다. 빠른 레벨업을 위한 경험치 버프 때문이었을까. 혈맹을 창설하고, 혈맹 가입을 승인하는 조건으로 아데나를 요구하는 모습이었다. 대략 2~3천 아데나 정도로 시세까지 잡혀있었는데, 장사(?)가 매우 잘 되는 모습이었다.

혈맹원 모집 장사는 나름 기발해 보였다. 100명의 혈맹원을 모집하면 대략 30만 아데나를 버는 셈이다. 오픈 첫날이기 때문에 아데나의 값어치는 부르는 게 값이다. 또 초보존을 벗어난 이후부터는 약육강식의 경쟁을 해야 하기에 1만 아데나도 매우 소중하게 써야 한다. 이들은 혈맹원을 모집하여 번 돈으로 남들보다 풍요롭고 윤택한 레벨업을 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이 방법도 생존 방법이라 볼 수 있었다. 레벨업 과정에서 혈맹 버프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니, 내일까지는 꽤 괜찮은 수익이 될 것 같았다.

▲ 오픈 첫 날에는 혈맹원 모집 장사가 최고였다. 난 상재가 없나보다.

▲ 재밌거나 또 희귀한 닉네임이 많이 보였다.


오후 8시 30분. 남은 아데나를 탈탈 털어 기란 마을로 이동했다. 마찬가지로 말하는 섬 마을처럼 혈맹 가입을 비롯하여 소규모 인력 거래가 계속되는 모습이었다. 아덴 월드의 상업 대도시답게 고급 인력이 거래되고 있었다.

기란 마을 광장 12시 방향에는 이벤트로 진행 중인 '헤이샵'이 구현되어 있었다. 과거의 헤이샵보다 훨씬 적은 규모지만, 로봇처럼 움직이는 남법사의 동시 동작은 단연 압권이었다. 남법사들은 모두 가속 상태라 동작이 재빠른 점이 과거와 달랐지만, 그래도 과거의 헤이 중첩 추억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유저들은 오픈 첫날이라 그런지 레벨업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었다. 마을 외곽에서 추억을 회상하며 담소를 나누는 유저들도 있었고, 수년 전 인연을 떠올리며 과거의 인연을 찾는 유저들도 있었으나, 대체로 레벨업에 집중하여 남들보다 더 빠르게 고레벨 사냥터에 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 중국인 아니다, 헤이샵 이벤트 캐릭터들이다.

▲ 과거의 헤이샵 남녀 성비는 대체로 4:6에서 5:5 였는데..


오후 9시부터는 접속자 수가 감소하기 시작하더니, 10시쯤부터는 7천 5백명을 유지하고 있다. 전투 특화 서버 오픈 때와 비교하면 대체로 낮은 편이나, 복귀 유저를 위한 서버인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기존 유저와 복귀 유저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느낌을 받았다. 이제 앞으로가 중요하다. 복귀 유저는 현재의 리니지에 무사히 적응해야 하고, 기존 유저는 복귀 유저의 적응을 도와 상부상조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흐름이다.

게다가 이번 해골 서버에 복귀한 유저들은 아크 프리 패스를 고사했던 유저들이다. 복귀 유저를 위한 서버라는 점. 그리고 기존 유저들보다 차별되고, 더 나은 장비로 시작하는 점이 이들의 복귀하려는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다. 또 기존 서버에서 빛을 보지 못해 새로운 도전을 하는 유저들의 수도 적지 않다. 바로 이러한 점들이 해골 서버가 기대되는 주 요인이다.

기존 유저와 복귀 유저가 공존하는 해골 서버. 이 균형이 유지되어 축 서버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 저도 이제 밥좀 먹고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