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넷.GG(이하 펜타넷)의 정글러 '파부'의 경기를 한 번 본 사람이라면 그를 기억하기는 매우 쉬울 것이다. 출중한 경기력 때문이 아니라, 외모 때문이긴 하지만 말이다. 언제나 밝은 미소를 띤 '파부'는 머리카락을 항상 특이한 색상이나 스타일로 염색하여 다른 선수들과 단번에 구별되는 뚜렷한 개성을 가진다.

그리고, 이러한 개성은 정글 픽에서도 나타났다. 2021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 그룹 스테이지서 A조에 속한 펜타넷.GG는 총 9경기를 소화했는데, '파부'는 벌써 여덟 개의 챔피언을 소화했다. 모르가나와 럼블 등 1티어 챔피언 외에도 피들스틱-볼리베어-카서스 등 메타와 다소 벗어나 있는 챔피언들까지 기용했다. 두 번 사용한 챔피언은 니달리가 유일한 상황.

'파부'의 이러한 폭넓은 정글 챔피언 픽은 자국 리그였던 LCO(전 OPL)에서도 여전했다. 2015년 데뷔해 2020년 4월 펜타넷에 입단하기 전까지 무려 5년간 탑 라이너로 뛰었던 탓일까. 2021 LCO 스플릿1 정규 시즌에서 '파부'는 14경기 중 10개의 챔피언을 사용했다. 심지어 그중엔 비에고와 쉬바나도 있었다.

물론 챔피언 폭이 넓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며 '파부'가 MSI에서 꺼낸 챔피언들의 결과가 썩 좋진 않았다. RNG를 네 번이나 상대한 탓도 있겠지만, 피들스틱이나 그레이브즈는 왜 꺼냈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그의 다양한 시도와 도전은 존중할 만하며, 경기를 보는 맛을 더해준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한편, 펜타넷은 유니콘스 오브 러브를 꺾고 럼블 스테이지에 진출하는 작은 이변을 만들었다. 강팀들과의 연전이 예정된 럼블 스테이지에서 '파부'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정글에 대격변이 있었던 10.9 패치로 진행되는 MSI이기에, 그 어떤 챔피언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