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지컬 좋은 선수가 너무 부족해요. 오죽하면 은퇴한 선수들한테 오퍼가 간다니까요."

한 LCK 관계자의 말이다. 이 말을 듣자마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2~3년 전부터 게임단은 '손가락'을 1순위, '나이' 2순위로 삼고 연습생을 뽑는데 열을 올렸다. 사실 피지컬(=메카닉, 반응 속도나 스킬 적중률 등 기술적인 게임 능력치)과 나이는 대체로 반비례했기에 피지컬이 좋으면 어리고, 어리면 피지컬이 좋은 게 보통이었다.

내로라하는 피지컬을 보유한 연습생들은 데뷔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남은 최고의 유망주들이 신인이라는 이름으로 LCK 무대를 밟기 시작했다. 뜨는 해가 있으면 지는 해도 있는 법이라고, 한때 운영의 LCK를 이끌던 베테랑들은 연차가 쌓이며 하나둘 은퇴를 선언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피지컬의 시대가 도래했다.

가장 먼저 불편함을 느낀 건 LCK 팀 내부 관계자들이었다. 연습 과정에서 이전과는 다른 양상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일단, 인게임적으로는 콜(의사소통), 설계, 운영, 후반 집중력 등 흔히 말하는 '뇌지컬'에서 파생되는 여러 능력치가 부족한 선수들이 대다수였다. 간단히 말해 1대 1은 되는데 5대 5가 안 됐다. 맹목적으로 피지컬에만 초점을 맞춰 신인을 발굴하고 키우다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능력치가 부족해진 것이다. 결국, 경험치가 쌓이는 걸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데, 당장 성적을 내야 하는 팀 입장에선 골칫거리였다.

또다른 문제는 '분석'이다. 관계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는 요새는 게임을 공부하는 선수가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일례로, 패치 버전이 바뀔 때마다 공개되는 패치 노트가 있다. 크든 작든 메타에 영향을 끼치는 터라, 패치 노트는 꽤 중요하다. 근데, 생각보다 패치 노트를 정독하는 선수가 많이 없다는 데에 꽤나 놀랐다.

추가로 덧붙이자면, 스킬 설명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어 특정 스킬의 옵션으로 붙어있는 패시브 효과가 무엇인지 모르는 채로 몇 번이고 경기를 뛰었던 선수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피지컬이 뛰어난 선수들은 대개 본능적이다. 자신의 재능과 감각을 믿고 플레이한다. 그리고, 대부분 뭔가를 읽고 분석하며 연구하기 보다는 직접 뛰어보고 맞아보며 체득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런 특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요새는 연습생 시절부터 코치진이 항상 붙어있기 때문에 '떠먹여주는' 것에 익숙해진 선수들이 많다고,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가 첨언했다.

게임단에서는 이를 단시간에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신구의 조화를 생각했다. 베테랑 선수와 신인 선수를 적절히 조합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도록 말이다. 특히, 베테랑 선수가 가진 리더십이 꼭 필요했다. 하지만, 2020 시즌을 끝으로 뇌지컬을 탑재한 베테랑 선수 대부분이 은퇴를 택하며 선택지가 더욱 좁아졌다.

급박해진 일부 팀은 이미 프로씬을 떠난지 1년을 훌쩍 넘긴 은퇴 선수들에게까지 찾아갔다. 뇌지컬 하면 바로 떠오르는 선수가 몇 있지 않나. 탈수기 운영을 이끈 '마타' 조세형, 전 라인이 지고 게임을 풀어나가는 '스코어' 고동빈, 무너진 삼성 왕조를 부활시킨 '앰비션' 강찬용 등. 이밖에 여기서 언급하지 못한 선수도 여럿이다.

아이러니한 건 대다수의 베테랑 선수들이 은퇴를 택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피지컬과 나이에서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여러 이유로 은퇴 선수들의 복귀는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그런 시도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제는 뇌지컬이 귀한 시대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