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진행된 2021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2일 차 일정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경기는 단연 프나틱과 RNG의 4경기였다. 결과는 이변 없이 RNG의 승리였지만, 역대급으로 화끈했던 프나틱의 플레이는 많은 이목을 끌었다.

LEC 2번 시드로 2021 롤드컵에 안착한 프나틱은 그룹 스테이지 개막 직전 기존 주전 봇 라이너 '업셋'이 개인 사정으로 출전하지 못하게 되는 악재가 터졌다. 이에 2군 봇 라이너 '빈'이 갑작스럽게 롤드컵 무대에서 국제 대회 데뷔전을 치르게 됐고, 프나틱은 어쩔 수 없이 C조 꼴찌 후보로 꼽혔다. 실제로 지난 그룹 스테이지 1일 차에서 프나틱은 한화생명e스포츠에게 패배하며 영 좋지 않은 출발을 알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RNG를 만난 프나틱은 '아담'과 '힐리생'에게 각각 시그니처 챔피언인 올라프-파이크를 쥐여주고 리 신-사일러스-애쉬로 난전 지향 조합을 완성했다. 그리고 프나틱은 경기 내내 RNG에게 부딪혔고, 완전히 박살 났다. 30분 경기에 총 47킬이 나온 극한의 난타전 속에 프나틱이 기록한 데스는 34개. 분당 1개가 넘는 기록이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프나틱의 플레이는 단순한 쓰로잉이었다. 근거가 없는 무리한 이니시에이팅을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남발했다. 그곳에 강약 조절이나 후퇴 따윈 없었고, 오직 돌진만이 있었다. 하지만, 프나틱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업셋'까지 없는 상황에서 일반적인 플레이로는 운영에 특화된 RNG를 꺾기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쥐꼬리만한 희망이라도 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움을 거는 프나틱의 플레이에선 승리를 향한 간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는 7일 차까지 이어지며, 각 팀은 총 여섯 경기를 치른다. 프나틱은 앞으로 남은 네 경기에서도 변수 창출을 위해 가능한 모든 전략을 동원할 것이다. 그 무엇보다 승리를 염원하는 프나틱의 낭만은 과연 어떠한 결말을 맞이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