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1일 슈퍼리그에서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심지어 이 사건은 한국의 히어로즈 판을 변화시킬 만큼의 잠재력을 가진 이변이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제가 이렇게 표현을 하는 걸까요? 혹시 강팀의 어이없는 탈락이 있었을까요?

먼저 MVP Black에 관해서 설명해보자면, MVP Black은 슈퍼리그 직전 대회였던 HCOT 시즌 2에서 전승으로 우승한 팀입니다. 거기에 더 무서운 것은 단 한세트도 내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현재 수상 경력 HTL 준우승, HCOT 시즌1 우승, IEM Shenzhen 우승, MSI MGA 우승, 슈퍼리그 준우승, HCOT 시즌2 우승, WCA 2015 우승)

거기에 MVP Black의 주장인 "Sake" 이중혁 선수가 전승 우승과 관련된 인터뷰을 한번 보면,

"우승한 것은 정말 기쁘다. 하지만 전승 우승이 정말 힘든 일인데 그만큼 한국 팀이 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해외팀과 비교해도 약하지 않은 한국 리그가 되었으면 좋겠다."

제가 중계하면서 장난삼아 항상 하는 말이 어우엠(어차피 우승은 엠블랙)인 것처럼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다른 지역과는 다르게 한국에서는 MVP Black의 독주 체재가 이어지고 있죠. 북미, 유럽처럼 다양한 팀들이 상위권에서 1, 2위를 다투며 경쟁하는 구도가 한국에서는 만들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한 MVP Black이 Team Hero 상대로 3-2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사실 3-2로 진 것도 아니고 이긴 게 이변이라고 하는 게 좀 아이러니한 상황이긴 하지만, 그만큼 MVP는 대단한 팀입니다!)

그중에서도 Team Hero는 MVP Black이라면 너무나도 억울해지는 팀이었습니다.MVP Black과 슈퍼리그, HCOT 시즌 2에서 4번 만나서 모두 졌습니다. 세트 스코어만으로도 13-0입니다. 물론 이런 전적은 Team Hero의 문제보다 MVP Black의 말도 안 되는 경기력 때문이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습니다. 지난번의 13패는 모두 잊게 하는 MVP Black와 대등한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아쉽게 패배했습니다.

물론 MVP Black의 패배 원인은 선수들의 컨디션 문제였다고 합니다. Team Hero의 선수들도 어느 정도 느껴졌다고 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MVP Black의 독주체재에 아주 조금이나마 균열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던 팀을, 이길 수 있는 확률이 0%에서 1%로 바뀌었다는 건 정말로 대단한 변화입니다.


지난 경기를 통해서 얻은 성과는 2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Team Hero의 선수들(넓게 보면 히어로즈의 모든 선수)에게도 엄청난 동기부여가 되었을 것입니다. 게임은 플레이어가 어떠한 목표를 잡고 그 목표를 달성했을 때 얻는 성취감에서 재미를 찾습니다. Team Hero의 선수들도 아마 이러한 재미를 느꼈을 겁니다. 항상 만나면 지던 팀을 흠집을 내면서, "아 정말 게임을 할 맛난다.", "우리가 잘하면 이길 수 있다."라는 동기부여라는 것이죠. 자신감을 느끼고 나아간다면 혹시 모르는 것이니까요.

두 번째, MVP Black에게 스스로 채찍질을 할 계기가 생겼습니다. 저는 MVP Black이 방심하는 팀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실제로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선수들이고요. 하지만 이번 경기를 계기로 더욱 단단해지면서 더 무서운 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강철에서 오리하르콘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언제나 히어로즈의 모든 선수를 응원하면서, 히어로즈의 성장을 기대합니다. MVP Black의 열성 팬이지만, MVP Black의 독주는 바라지 않습니다. 이번 경기를 계기로 훨씬 더 발전한 히어로즈가 되길 바랍니다.

P.S. KyoCha 선수가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고 했는데, 형 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