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게 패치 이후에 정글 동선이 정말 엄청나게 다양해졌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초반 미드-정글 주도권이 그대로 게임을 박살내는데 더 큰 영향을 끼치게 됐다는 거죠.

예전에는 바위게를 뺏기더라도 정글이 크게 말리지 않았던 반면, 이제는 바위게를 내주게 되면 그 자체로 게임의 스노우볼이 구르기 시작합니다.

 

바위게 하나가 한 캠프의 경험치와 동일한데다가 잡는 속도가 일반 정글몹에 비해서 배로 빠르기 때문에 갱 스코어가 차이나지 않음에도 정글러의 레벨링 속도가 엄청나게 차이나게 됩니다. 정글러의 주도권은 라이너의 주도권에도 영향을 미치며, 라이너의 주도권은 적 정글의 시야 장악을 유리하게 하고, 시야가 밝혀져 있다는 것은 적 정글을 원하는 상황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적 정글에서 정글러끼리 마주치면 상대는 일단 뒤로 빼야하고, 적군의 커버를 유도하여 라인 손실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1티어 정글은 초반 바위게 싸움, 즉 난전에 강하고, 적 정글에 적극적으로 들어가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딜정글들이 대세가 되는 것입니다. 그레이브즈, 신 짜오, 카밀 정도가 있겠네요. 이 정글들은 초반 강력한 1:1과 군중제어기를 바탕으로 바위게 싸움을 능동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정글들입니다. (529일 마스터 기준 밴률 2-그레이브즈, 6-카밀 8-신 짜오)

 

메타가 메타이다 보니 티어가 저 세 정글에 비해서는 떨어지지만 6랩 이후부터 안정적으로 적 정글에 들어가 강력한 1:1 능력을 바탕으로 교전을 유도하는 카직스, 빠른 정글링과 뛰어난 1:1 능력을 가진 딜탱형 정글, 즉 문도 박사, 올라프, 트런들 정도가 무난하게 뽑을 수 있는 1.5티어 정글들입니다.

 

이외에 정글들은 다른 1티어 정글들의 하위호환이거나 탱커들입니다. 현재 메타에서 정글 속도가 느릴 수 밖에 없는 탱커 정글들은 제대로 된 효율을 뽑아낼 수 없습니다. 성장 속도에서 밀려버리니 1티어 정글들과의 교전에서 이길 수가 없습니다.

 

탱커류의 정글들이 다른 정글들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상대 정글에게 정글 몹을 최대한 뺏기지 않아서 정글 경험치 손실을 줄이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바위게도 하나씩 나눠먹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다른 정글몹을 뺏겨서도 안 됩니다. 무난한 6랩 성장 이후에는 2:2, 3:3 교전에서 탱커 정글들도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탱커 정글 중에서 그나마 쓸 수 있는 정글이 세주아니 스카너입니다. 세주아니의 바위게 먹는 속도는 감히 전 정글 최강이며, 스카너 역시 수정구 위에서는 웬만한 정글과의 1:1을 밀리지 않기 때문에 바위게를 챙기기가 수월한 것이죠. 이런 구도에서는 서로 적 정글에 들어가기 쉽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인 레벨링이 가능합니다.

 

다른 유저들에게 정글에 관해서 얘기할 때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부분이 상대의 두 번 째 캠프가 어디인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얘기합니다. 상대의 두 번째 캠프를 알고 있는 정글과 그렇지 않은 정글의 동선 효율은 정말 하늘과 땅차이입니다. 이길 수가 없어요. 첫 번째 캠프는 적 라이너들의 복귀 시간을 보면 됩니다. 역버프인지, 정버프인지 파악하는 것 정도는 다들 하실 텐데, 그 다음 캠프를 알아내는 것 역시 상당히 중요합니다.


예전 라이너 2랩-정글러 3랩 구도의 갱킹이 많이 이루어질 때와는 다르게 초반에 갱킹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므로 (카밀 제외. 카밀을 2랩갱이 쎈것도 OP로 떠오른 이유중 하나.) 정글간의 레벨링 싸움이 엄청나게 중요해졌습니다. 초반에 캠프 하나 더 먹는 것 하나로도 스노우볼이 굴러가게 되는 메타가 오게 되었습니다.

 

블루팀 기준에서 상대 정글이 정버프라면, 상대가 (블루-레드-탑 쪽 바위게) 동선인지, (블루-두꺼비(스마)-바텀 쪽 바위게) (블루-탑 쪽 바위게-레드) 동선인지만 파악한다면 내 동선을 짜는게 상당히 쉬워집니다. 패치 이후로 이렇게 세 개의 캠프를 다 먹더라도 3랩이 되지 않기 때문에 4캠프 째의 정글링 속도가 패치 전보다 확연히 느려졌습니다. 예를들어, (블루-레드-탑 쪽 바위게)를 한 상대방이 칼날부리를 먹고 있을 때, 역버프를 했다면 (블루-바텀 쪽 바위게-적 늑대-적 두꺼비)를 성공시키기만 한다면 상대 정글이 3랩 이후에 할 게 없을 때 나는 4랩을 찍을 수 있고, 거기서 얻은 정글 이득은 결국 라인에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보통 이런거 당하면 울며 겨자먹기로 그냥 적 정글 위치에서 가까운 쪽에 갱킹 꼬라박습니다. 역갱을 선물해주도록 합시다.)

 

두 번째 캠프는 어떻게 아느냐? 상대 캠프에 와딩을 하는 겁니다. 1분 쯤에 상대 정글에 깊숙히 와드를 하나 설치한 뒤, 그 캠프를 먹는가/먹지 않는가/그 와드에 보인 시간은 언제인가/와드에서 어느 방향으로 사라졌는가 정도를 고려하면 상대 동선이 대충 보입니다. 리플레이도 돌려보고, 몇 판 연습하다보면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습니다.

 

그 이후는 위에 언급했던 대로 적 정글 들어가서 와드하고, 적 정글 안보이면 하나씩 빼먹고, 상대 정글 위치 따라서 우리 라인 뒤 좀 봐주고, 갱 각 나오면 갱하고, 오브젝트 챙겨주고 하다보면 게임 이깁니다. 초반 싸움을 압도당한 적 정글은 시야 싸움을 하러 나올 수가 없기 때문에, 전체적인 게임 판을 자신이 짤 수 있습니다. 정글러의 특권이자 정글러를 하는 이유죠.

 

물론 너무 깊이 들어가서는 안됩니다. 아군 라인 상황, 내 위치, 적 정글 위치, 아군 커버 속도, 적군 커버 속도를 고려해서 내가 어이없이 물려죽는 상황이 나오지는 않는지 계속 미니맵을 주시하고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초반 이득을 그렇게 만들었어도 한 두 번 짤리는 순간 게임은 다시 원점이 되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다가 우리 라인 망하면 그대로 게임 지는 판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정글의 주도권은 아군의 라인 주도권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지, 정글이 혼자 이긴다고 게임을 이길 수 있는게 아닙니다.

 

같은 맥락에서 너무 안일하게 플레이해서도 안됩니다. 상대를 아무리 말려놨어도 상대 정글이 갱킹할 수 있는 각을 최대한 차단해야 되고, 라이너가 최대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적 정글에 적극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이유죠.

 

아무튼 현 메타의 정글 캐리력은 역대 최고이고, 정상적인 게임이라면 정글이 굴릴 수 있는 스노우 볼은 다른 모든 라인에 비해서 높습니다. 정글의 기본은 적 정글 위치를 파악. 그리고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입니다. 이 연습이 되어있으시다면 승리하는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