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충의 존나 진지한 장문이기 때문에 긴거 읽기 싫으면 뒤로가기 하시거나 맨 아래 4줄 요약 보면 됩니다)




가장 먼저 말해두겠다.

내가 이렇게 장문의 글을 쓰는 건 내가 잘나서라거나, 혹은 내가 그걸 판단할 만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어서가 아니다.

적어도 내가 지금까지 에이밍에게 해왔던 발언들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한국사자격증을 딴 에이밍에게 진심으로 감탄하여 응원하고자 하기 때문에 쓰는 글이다.




3-4개월 전을 기억하는 사람은 알겠지만, 나는 지금까지 에이밍을 굉장히 까는 입장이었다.



사회적으로는,

현재 내가 종사하는 직업이 예술계열이며, 때문에 일베, 메갈 때문에 손해를 본 케이스들을 워낙 많이 봤다.

(대표적으로 김자연 사태 때 레진코믹스라던가, 일베 때문에 30억짜리 게임이 공중분해됐던 '이터널 클래시' 사태라던가, 혹은 최근에 있었던, 일러스트레이터가 메갈선언 했던 클로저스 사태라던가.....)

또한, 사회적 이슈 이런 부분에 대한 '자기검열'이 반 강제되는 대중예술에 종사하는 만큼, 이런 사회적 이슈 문제에 대해서는 이곳에 있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믿든 말든 님들 맘이지만, 현재도 출판사들 혹은 게임회사들이 새로운 작가 계약할 때나 혹은 직원을 모집할 때, 게임업계 쪽은 SNS부터 긁어서 확인하고, 출판계열은 편집자가 대놓고 '커뮤니티 하시는 건 상관없는데 절대 작품을 공개하지 마시고 문제 일으키지 마세요'라고 미리 언질을 줄 정도다.)



개인적으로는,

일단 내가 역사를 좋아하며, 특히 사학과 수업도 복수전공하다시피하면서 들었고, 또한 내 윗세대, 특히 4.19-부마민주항쟁-5.17 서울의 봄 - 5.18 광주항쟁 - 6월 항쟁으로 이어지는, 우리 윗세대들이 이룩한 업적을 굉장히 존경하기 때문에 일베, 메갈에 굉장히 민감하다.

당장 일베, 메갈이 가지는 반사회성-반윤리적-반도덕적인 행동들에 대해서는 더 말해봐야 입이 아플 것이고, 그 행동들이 보여주는 방향성을 보아도 단순히 '의견'이라 보기에는 도를 넘었으며, 이건 이미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부분이기도 하기에, 민감해하는 것에 문제가 없기도 했다.

(물론 '직접적으로 일베를 안 했는데 일베라고 할 수 있느냐?' 라고는 하지만, 직접적인 접속이나 가입이 없더라도 그 사상에 동조하는 행동과 단어를 사용한다면 당연히 그 취급받을 수 있지 않나? 나치당은 사라졌지만, 나치가 하던 행동과 단어를 사용하면 네오나치 취급받는 것처럼.)




결국 일베논란이 한창이던 약 3개월 전에도, 나는 굉장히 까는 입장이었다.

당시 화제글은 상당수 내가 얼떨결에 지웠지만(아직 하나는 남아있긴 하다), 당시 내 글은 일베, 메갈은 '낙인'이며, 그 행동은 '자유'가 아닌 '방종'이라고 주장했다.

책임지지 않는 '표현의 자유'는 결코 자유가 아니며, 책임을 지지 않는 순간 그건 '방종'이며 남에게 민폐를 끼치는 행동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나를 포함하여, 누구나 사람은 실수를 할 수 있다.
매우 멍청하고 어처구니없는 실수이긴 하지만, 나는 그것이 실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수를 하면 그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즉, 어떠한 실수를 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만 했다.

하지만, 초기 에이밍 사건은 그에 대한 책임과 반성이 없었다.
구단 차원에서도, 개인 차원에서도 그랬다.
라스칼, 성환과 달리 대처가 매우 미흡했고, 후속대처도 미흡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 행동을 '방종'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사태가 악화되자 보여주기식으로 추가하긴 했지만, 이미 여론은 악화될 때로 악화된 이후였으니까.)




물론 프로게이머가 게임만 잘하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나에게 프로게이머는 엄연히 엔터테이너이며, 팬들이 있기에 형성된 시장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다.

즉, 근본적으로 프로게이머들이 받는 연봉은, 그 팬들을 노리고 홍보효과를 노리려는 기업들의 투자로 받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프로게이머들은, 본인에게 투자한 기업은 물론, 본인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팬들에 대한 책임감을 반드시 가져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결국, 나에게 에이밍은 '프로게이머인데도 불구하고 표현의 자유를 빙자하여 무개념 행동을 저지르고, 그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려는 뻔뻔한 방종을 저지르는 인간'이었다.

물론 1차적으로 가장 큰 책임은 자신들이 관리하는 프로게이머가 그렇게 큰 잘못을 저질렀는데도 유야무야 넘기려고 한 아프리카 구단과 최연성 감독에게 있다.

하지만 개인으로서도 결국 노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오늘 에이밍이 딴 한국사 자격증을 보면서 나의 생각을 고치고 에이밍에게 사과하고, 또한 에이밍을 지지하고자 한다.

이 정도로 성과를 내는 것은 내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공부를 하던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일찌감치 프로게이머로 진로를 잡고 공부를 접었던 사람이 한국사 자격증을 따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하지 않았던 것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심지어 그것이 본인의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무려 몇 개월에 걸리는 일이라면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당연하다. 하지 않았던 것을 하는데 쉽게 되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것 아닌가?

중간에 몇 번이고 포기하고 싶었을 거고 때려치우고 싶었을 거다.

눈 딱 감고 '그냥 욕 몇 년 먹고 말까'하는 생각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이밍은 꾹 참고 노력했고 마침내 훌륭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가 보여준 결과는 결코 제3자가 왈가왈부할만큼 사소한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때문에 나는 이제 에이밍 선수를 응원한다.

그리고 지지한다.

이렇게까지 노력하는 걸 보여줬는데, 아직도 '일베다!'라고 한다면 그건 에이밍 선수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 아닐까?












읽기 귀찮은 사람들을 위한 4줄 요약.


1. 나는 과거에 매우 까는 입장이었다. 나에게 에이밍은 '표현의 자유'가 아닌 '방종'을 저지르는 사람이었다.

2. 하지만 오늘 에이밍 선수가 한국사자격증 시험에 합격한 것을 봤다.

3. 몇급이든 간에, 에이밍이 보여준, 잘못을 시정하고자 한 노력에는 찬사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사건에 대해 보여준 에이밍의 태도와 노력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4. 이제부터 에이밍 응원하고 실드친다.






마지막으로......



에이밍 김하람 선수가 다음 시즌에는 논란을 훌훌 털어버리고 더 높이 비상하길 바랍니다.

미약하지만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