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때 받아서 해상병 코트 안주머니에 달고 다니던 노란 리본과 해상병 전투복) 

 우선 인양을 준비하는데 최소 수개월 이상의 시간을 들여 사전 준비 작업이 필요한 것은 맞아요. 배 인양은 워낙 중량물이다 보니 고려해야 할 것이 많고(케이블 하나로 하중을 다 견딜 수 없으니 케이블을 몇 개/어디다 써야 할 것인가, 케이블은 어디다 걸 것이고 케이블 걸리는 부위가 하중을 견딜 수 있는가, 바람 등 외란에 의한 교란 발생시 안전한가 등등....) 수중이라 작업 여건도 제한되다 보니 아파트 공사장에서 철근 몇 조각 올리는 것마냥 크레인 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예요. 역학 조금이라도 공부해 보셨다면 아마 공감하실 부분이라 봅니다.
 그러니까 세월호 사고 초기 '대기업들이 인양해 주겠다고 크레인이며 무엇이며 동원해서 지원해 줄 때 인양했으면 단 며칠만에 훨씬 빠르고 싸게 먹혔지 왜 뒷북임?' 은 틀린 소리란 거죠. 그 크레인들이 있든 없든 인양이 그렇게 며칠만에 끝나는 단순한 문제가 절대 아니고, 수개월 이상 오래 걸리는 인양을 결정하게 된다면 그 때부터 (선수가 완전히 가라앉기 전까지는 혹시 있을지 모른다고 봤던)생존자 수색 및 시신의 조기 인도는 물 건너 가는 겁니다. 사고 초기(약 40일 이내. 선내 1차 수색이 완료되기 전까지) 인양 결정은 아무리 생존 가능성이 0이어도 비인도적 처사인 게, 해군 복무하면서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신원불명 익수자 시신 발견/인양(주로 실종됐던 어부들이라 함)한 이야기 들어보면....물 속에 오래 있던 시신은 말할 수 없이 참혹하다 합니다. 너무 깊은 수심 등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면 시신이나마 온전하게 인도하려는 노력을 최대한 하는 것이 맞는 것이겠지요. 사고 후 시신 인양 뉴스를 관심 있게 봤다면 그래도 사고 후 보름~한달 정도 때까진 시신의 성별, 연령(을 바탕으로 신분까지)까지 꽤 정확하게 추측이 가능해 비교적 많은 내용을 담은 속보가 나갔으나 이것이 어느 순간부터 신분은 쏙 빠지고 나이가 불확실한 추정으로 변하더니, 시간이 더 흘러서는 성별마저 추정으로 바뀌고 있었어요. 이 쯤 얘기하면 시신들 모습이 어땠을지 짐작하실 거라 봅니다.(사실 세월호 사건 때 사고 현장에서 해상 근무하다 2차 발령받은 후임들한테 들은 이야기도 있는데, 이건 너무 참혹해서 말하기가 뭣하네요....)
 애초 그 크레인들이 와 있었던 것도 사고 초기 선수는 물 위에 떠 있었으니 그거 보고 에어 포켓이 형성되었을 것으로 추정했기에, 혹시나 가라앉기까지 시간을 더 벌어줄 수 있을까 하는 차원에서 동원했던 겁니다. 그 때는 세월호가 밸러스트 탱크를 규정대로 바닷물로 채우지 않고 운항한 것을 미처 몰랐으니까, 에어 포켓이 있을 것이란 추측을 했던 것이죠. 

 그런데 국민들의 인양 요구 여론에도 차일피일 시간만 끌던 것은 정부란 거죠. 2014년 11월 11일 수색 작업 종료 후에 인양 결정이 난 게 2015년 4월 15일, 인양 업체 선정이 8월 4일이에요. 약 5달 간 예산이 비싸니 시체 팔이니 언플이나 하면서 아무 것도 안하고 모면하려 했었죠. 그리고 업체를 짱꼴라 상하이 샐비지 놈들로 선정하긴 했는데, 사실 해난 구조 및 인양 등 노하우가 풍부한 나라는 짱개들이 아니라 노르웨이, 영국, 네덜란드, 스웨덴 등 해상 활동 역사도 길고 북해 석유 탐사 경험도 풍부한 북서부 유럽 해양 강국들이나 미국이에요.(출처 2014년 모월 월간 해군지) 이들 나라에선 해군이 구난/구조 전력을 양성하지 않고 민간에 아웃 소싱을 줄 정도로 민간의 구조/구난 기술이 발전해 있죠.
 빨리, 온전히 인양하는데 우선 순위를 뒀다면 더구나 조수, 침몰선의 배수량 등 고난도 작업임을 고려해 선진국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 했을 겁니다. 하지만 최저 입찰(http://v.media.daum.net/v/20170323201353642)한 상하이 샐비지랑 계약했죠. 최저 입찰한 기술 후발 주자랑 작업하려니 예상치 못한 문제도 자꾸 더 생기고 중간중간 작전 변경도 잦았고 결국 예정대로라면 작년 늦여름~가을 쯤에 끝날 수 있었던 일이 지금까지 길어져 버린 거예요.

 물론 2014년 11월까지 실종자 수색만 한 것은(수습된 사망자 대부분은 사고 후 2달 이내에 수습됐음) 비효율적인 일이긴 했어요. 거듭된 수색에도 미수습자들을 수습하는데 실패했으니 추가 수색을 한들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고, 이미 시신의 조기 수습이라는 수색 작전의 의의도 퇴색된 시점이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시신의 조기 수습을 포기하고 인양으로 넘어가려면 유가족을 누군가 설득하고 책임지고 소위 '욕받이'가 되어야 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책임을 대통령 외에 질 수 있는 사람이 있나요? 구조 기관(해수부, 해경, 해군, 소방방재청, 기타 유관 기관)을 총괄하고 작업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인가하는 최종 권한이 결국 대통령에게 있는데, 대통령은 전혀 그런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았고 여론 몰이와 정치적 이해 계산에만 여념이었죠. 비난 여론을 잠재우려고 일선 구조 인력들만 두번, 세번 수색해서 실종자를 모두 인양하라며(개인적으로 전 이 비슷한 것을 김일성 김정일 교시란 것에서 제일 많이 봤네요.) 들들들 볶았고 그 와중에 여러 민간 잠수사 분들이 사고(사망 및 상해 사고, 잠수병, PTSD 등 정신적 충격 등)를 당하기도 했지만 거기 대해서도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았어요.
 그러는 와중에 장관이네 총리네 대통령이네 사진 찍으러만 와서 사진 구도 안나온다고 구조 장비를 치우네 마네 복장을 정비하네 마네 나쁜 소리를 하면 되네 안되네 이딴 개짓거리나 하고 앉아 있었단 말입니다. 이 모든 빌어먹을 작태를 13군번 해군 복무하면서 다 지켜 보고는 (의무로 끌려 온 수병일망정)문민 통제, 정부 시책에 따라야 하는 군인으로서 억지로라도 갖던 이번 정부에 대한 기대와 지지를 버리기 시작했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그나마 한 가닥 바라는 것이라면, 탄핵과 인양이 맞물린 것이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일 거라는 점 하나입니다. 만약 인양 작업 중 이해 관계를 고려한 정권의 사보타주(예산 미집행이라든가, 행정 처리 지연이라든가, 기타 압력 행사라든가....)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다면....저는 진심으로 지난 박근혜 정부를 용서하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증오가 저 자신을 태워 버릴 정도로 증오하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