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시절 특정 문화·예술계 인사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항소심에서 형량이 더 늘었다.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이 부분 무죄를 받았던 1심이 깨지고 지원배제 관여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실형이 선고됐다. 

특히 재판부는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1심과 달리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모 관계도 인정하고 그에게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조영철 부장판사)는 2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에게 1심의 징역 3년보다 무거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지원배제 혐의뿐 아니라 1심에서 무죄로 난 1급 공무원 사직 강요 혐의도 전부 유죄로 판단했다.

1심에서 국회 위증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은 조 전 수석에겐 직권남용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이에 따라 조 전 수석은 지난해 7월 27일 1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로 석방된 이후 180일 만에 구치소에 재수감된다. 

재판부는 "정부와 다른 이념적 성향을 가졌거나 정부를 비판·반대하는 입장을 취하는 인사들을 일률적으로 지원배제하는 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의 침해일 뿐 아니라 평등과 차별금지라는 헌법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식의 차별 대우를 국가권력 최고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과 측근들이 직접 나서 조직적·계획적·집단적으로 한 경우는 문예계 뿐 아니라 국정 전 분야를 통틀어 전례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특히 "문화에 옳고 그름이란 있을 수 없다. 정부가 자신과 다른 견해를 차별대우하는 순간 전체주의로 흐른다"고 우려하며 "편 가르기와 차별이 용인돼서는 안 되고 문화의 자율성, 불편부당의 중립성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그런 위법한 지원배제에 관여한 사람 모두는 그런 결과물에 대해 죄책을 공동으로 져야 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라고 강조하며 조 전 수석에게도 책임을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