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산업 전쟁… 한국이 안 보인다] [6·끝] 수퍼컴퓨터 후진국
자체 기술 없어 100% 수입 의존… 장비 점검조차 외국회사에 맡겨


지난 7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수퍼컴퓨팅복합지원동 2층. 1500㎡(약 454평) 크기의 서버실에서 올해 초 들여온 수퍼컴퓨터 5호기의 마지막 점검 작업이 한창이었다. 서버 전체를 가동하자 바로 옆 사람 말도 듣기 어려울 정도로 큰 소리가 났다.

수퍼컴퓨터 5호기는 1초당 최대 2경(京)5700조(兆)회 연산을 할 수 있다. 성능만 놓고 보면 국내 최고이자 세계 10위 수준의 첨단 장비를 갖추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장비는 미국 기업 크레이사(社)에 540억원을 주고 들여온 100% 수입 제품이다. 5호기 수준의 수퍼컴퓨터를 다룰 인력과 기술도 부족해 현재 장비 점검 대부분을 크레이에 맡기고 있다.

한국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로 떠오른 수퍼컴퓨터 분야에서 세계 수준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세계 상위 500대 수퍼컴퓨터 중 202대를 보유해 처음으로 '컴퓨터 종주국' 미국(143대)을 제쳤다. 이웃 일본은 장기 불황 속에서도 투자를 늘린 덕분에 세계 10위 내 수퍼컴퓨터를 미국 다음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1988년 처음 수퍼컴퓨터를 들여온 후 30년이 됐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자체 제작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1페타플롭(PF·1페타플롭은 1초당 1000조번 연산 처리 가능)급 수퍼컴퓨터 제작을 목표로 올해 개발을 시작했지만 미국에서는 이달 초 200페타플롭 수퍼컴퓨터가 나왔다.

김장우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한국이 자체 수퍼컴퓨터 개발을 마칠 때면 미국·중국은 지금보다 2, 3배 빠른 기기를 완성할 것"이라며 "이대로면 한국은 수십 년 이후에도 첨단 기술 분야에서 외국산 제품과 기술에 의존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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