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련하니까 , 그나마 하던 걸 하는게 제일 쉬우니까."​ 

"지난 40년의 경력으로 지금 작업을 폄하했다가는 작가로서 도태될 수 있다."


 - 장태산 화백 -







하루종일 스팀팩 맞으면서 딸피로 오지게 카이팅하는 웹갤럼들을 위해서 잠깐이라도 쉬어가라는 의미로

장태산 화백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장태산 화백의 이름은 어쩌면 20~30대에게는 생소한 이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장태산화백의 데뷔년도가 1982년으로 경력만 40년, 웬만한 웹갤럼들 나이를 뺨싸다구칠정도이니

지금 자신의 나이가 30대 후반 이상이 아니라면 만화계의 거장이라는 장태산화백의 이름을 모르는게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래도 어렸을때 만화좀 봤다고 하는 웹갤럼들이라면 장태산화백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진 못해도 

그만의 독특한 작화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을것이다.



잡설이 길었는데 

아무튼 만화계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장태산화백이 10년동안 구상하고, 1년동안 준비했던 만화 "몽홀"이

2015년 1월 네이버에서 웹툰 형식으로 연재되기 시작했다.









- 뭉홀 프롤로그 中 -

 

"

 40 여년....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종이와 연필, 펜, 붓, 먹물로 만화를 그려온지 40여년...

단행본이라고 불리는 대본소 만화에서 잡지로 신문으로... 

그렇게 영역(?)을 넓혀왔던 종이 책 시장은 서서히 저물어가고 이제는 웹툰...


디지털 작업 상상도 못했습니다.

힘들었습니다.

종이에 익숙해있던 컴맹... 만화가에게 디지털 작업이란 난해하고 어렵고 낯선 작업이었습니다.


동료 작가들도 디지털 작업을 시도했다가 포기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저 역시 디지털 작업에 확신이 없었습니다.


아마도 후배 작가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저 역시 포기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포기 했을겁니다.


귀찮다 하지 않고 도와준 후배 작가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표합니다.


- 중략 -


일 년여의 작업을 묵묵히 기다려준 네이버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어 주변 작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 중략 -


나이가 먹다보니까 좋지 않은 버릇 중 하나가 고마움을 표하는데 인색한 것 같습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꾸벅... 꾸벅~^-^;


몽홀은 십 여년 전부터 준비해왔던 만화입니다.


신인의 자세로 돌아가 열심히 하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


몽홀 프롤로그 링크  -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644112&no=1&weekday=fri





이렇게 네이버웹툰에 연재가 시작된 장태산 화백의 만화는 

"왕초", "스카이레슬러" 등... 그의 만화를 보고 자란, 이제는 한 가정의 아버지 어머니가 된 40~60대 독자들에게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그의 이름을 잘 모르는 10~20대의 독자들은 지금까지의 웹툰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그림체에 반해 "몽홀"에 빠져들었다.


웹툰 작업방식에 적응하는데에만 1년이라는 긴 시간걸렸던 그의 작품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전 연령대의 독자의 사랑을 받았고

그렇게 "몽홀"의 연재는 순탄하게 이어졌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그만의 작화는 역시나 독특했고 10년동안 준비한 방대한 스토리는 먼치킨이 난무하는 대다수 웹툰과의 비교를 거부했다.


작화도 완벽했고 스토리도 완벽했다.

환갑이 넘은 나이를 감안하였을때 스토리 구상의 문제로, 건강상태의 문제로, 개인사정의 문제로 

한두번 휴재를 할법도 했으나 전혀 그런것도 없었다.

그렇게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6개월을 꾸준히 달려왔다. 


그런데 장태산 화백은 돌연 독자들에게 장기간 휴재를 공지했다.






몽홀 제 8화 -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644112&no=27&weekday=fri





스마트폰으로, 컴퓨터로 보기에는 그의 만화가 난해하고 어지럽다는 독자들의 댓글을 보고 내린 결정이었다.

선뜻 내리기 힘든 결정이었을것이다.


만화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40년 경력의 작가가 독자의 말 몇마디로 자신의 그림을 수정하는게 쉬운일은 아니었을거다.



하지만 장태산 화백은 안이했다는 자신을 자책하며 독자들의 의견을 빠르게 적극수용하였고 

다시 3개월이라는 준비기간을 거쳐 2015년 7월 독자에게로 다시 돌아왔다. 


아래와 같은 작가의 말과 함께.





몽홀 제 9화 -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644112&no=28&weekday=fri






※ 참고 

 장태산 화백의 휴재 전과 휴재 후의 만화 비교 위가 전 아래가 후. 

 (각 컷은 다 다른화에서 잘라온것으로 이어지는 장면이 아님. 또한 채도나 명도, 선의 변경 외에도 컷의 배치라던가 하는 것들의 변경 또한 많이 되었기에 아래 두 스샷보다는 직접 "몽홀" 웹툰을 보는걸 100만배 추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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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누가봐도 이전과 비교했을때 확실히 그림이 한눈에 더 잘들어왔다.


그만의 작화는 잃어버리지 않은채 이런 변화를 만들어내는데에는 많은 노력과 시행착오가 있었을것이다.



개인적으로 예전 만화에서 느낄수 있었던 농도 짙은 펜터치를 요즘 웹툰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다는게 항상 아쉬웠고

그래서 장태산화백의 저런 휴재공지를 보았을때 그의 만화가 난해하다던가 눈에 잘 안들어온다는 독자들을 고깝게 생각했었다.

단순한 표현에 익숙해진 독자들때문에 장태산화백의 작화도 그렇게 변하게 되는게 아닌지 걱정도 했다.

굳이 이런 독자들의 댓글 하나 하나를 읽어가며 휴재까지 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었을까 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장태산 화백은 만화책에서 스마트폰, 컴퓨터로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제작방식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독자들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이런 변화에 대해 안이하게 생각한 자신을 질타하였다. 


만화계의 거장이, 그가 한창 만화를 그릴때에 코흘리개 아이들이었던 독자들의 요구사항을 하나하나 꼼꼼히 읽었고

이런 불만들이 자신의 능력부족에서 나온것이라고 판단하여 '실력없는 자의 성실은 무지다' 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웹툰에 적응하기 위해 40년간 그려왔던 자기만의 작업방식을 바꾼것이다.



지금 내로라하는 수많은 웹툰작가들이 독자에게 해당 작가의 만화가 읽기 힘들다고, 난해하다는 말을 듣는다면

그런 독자의 소리에 귀기울여 들을 작가가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런 독자들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자신의 작업방식을 바꿀 작가가 얼마나 될까?


장태산 화백은 그것을 해내었고 

또한 작업방식을 바꾸는 3개월간의 휴재기간을 제외하고는 1년 반동안 단 한번의 휴재 없이 연재를 이어오고 있다.


장태산 화백의 인터뷰 :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197&contents_id=8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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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금요일 웹툰에서 연재중임..

그리고...

만화의 거장이라는 분도 이렇게 노력하시는데 

지가 잘해서 올라간 줄 안 잦까들은

펜도 못 쥐도록 짖밟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