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의 최대 백미는 미국 내 1만5천 개 지역에서 벌어질 불꽃놀이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는 이 행사는 미국프로야구 구단이 야간 경기 후 팬서비스로 즐겨 사용해 팬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그러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호소하는 일부 미군 은퇴 장병들에게 불꽃놀이는 고역이나 다름없다.

불꽃을 터뜨릴 때 나는 굉음이 총성과 비슷해서 잊고 싶은 전장에서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미국 NBC 방송은 4일 불꽃놀이를 즐기는 시민들에게 예의를 지켜달라고 당부하는 PTSD 미국 은퇴 장병들의 사연을 다뤘다.

두 차례나 이라크에 다녀온 은퇴 해병 장병 케빈 로어즈는 지난해 독립기념일 무렵 자택 잔디에 '은퇴 장병이 여기에 살고 있습니다. 불꽃놀이를 할 때 예의를 지켜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표지판을 세웠다.

그는 인디애나 주에 있는 'PTSD를 겪는 군인'이라는 은퇴 장병 단체에서 이 팻말을 얻어 설치했지만, 큰 효과를 보진 못했다.

로어즈는 "일부 주민은 시내에서 스스로 불꽃에 불을 붙여 불꽃놀이를 즐기는 게 위법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로어즈는 예정된 대규모 불꽃놀이 행사는 미리 준비해 대응할 수 있지만, 시도 때도 없이 곳곳에서 그저 즐기기 위해 터뜨리는 불꽃놀이는 참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PTSD를 호소하는 은퇴 군인들이 밤에 잠을 잘 자기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폭력적으로 행동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불꽃놀이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불꽃놀이를 보고 생사의 현장에서 보고 들은 섬광과 총성의 기억을 불현듯 떠올리면 은퇴 장병이 자신도 모르게 잠재된 폭력성을 표출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해 독립기념일에 불꽃놀이로 불안감을 느낀 조지아 주 출신 은퇴 군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지난주에도 위스콘신 주에 거주하는 아프가니스탄 파병 은퇴 장병이 때 이른 불꽃놀이에 자극을 받아 총기를 공중에 쏘는 일이 벌어졌다.

하늘을 향해 5발을 쏴 경찰에 체포된 이 은퇴 장병은 "마치 아프가니스탄에 돌아간 것처럼 느껴졌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지난해 '불꽃놀이 때 예의를 지켜달라'던 팻말을 4천 개 이상 제작하고 올해에도 3천 개 가까이 배포한 비영리단체 'PTSD를 겪는 군인'의 숀 구얼리는 "나라를 위해 군에서 복무한 은퇴 장병들은 누구도 불꽃놀이 중단을 원치 않는다"면서도 "다만 우리의 목적은 일반 주민들에게 은퇴 장병을 좀 더 정중하게 대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다녀온 미군 은퇴 장병 250만 명 중 20%인 약 50만 명이 PTSD 진단을 받고 고통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