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국 윈저 왕가의 찰스 황태자

풀 네임은 찰스 필립 아서 조지 윈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남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태자(...)로 올해 65세. 이미 환갑을 넘긴 나이죠. 아흔을 바라보는 여왕님이 아직 정정하신지라 아마 70대에 즉위할 것 같다는 예측들이 많습니다. 사실 이 집안이 상당한 장수집안이죠. 여왕의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대비는 한 세기를 넘게 살았으니...

뭐 해외에선 최고령 황태자로 유명하지만 영국 국내에서는 파파라치로 인해 사망한 다이애나비와의 (막장)결혼생활로 악명이 높습니다. 찰스는 다애이나와 결혼하기 전부터 현재의 부인인 카밀라(당시에는 유부녀)와 교제를 하고 있었는데, 이 밀회관계는 결혼 이후에도 계속되었습니다. 결혼 당시 다이애나비의 나이는 20세. 성인이 되자마자 청혼을 받고 결혼해서 궁에 들어왔더니 남편(그것도 13살 연상인 남편)은 내연녀에게만 관심을 보이니 환장할 노릇이죠.

스트레스로 인해 거식증에 시달리던 다이애나는 결국 시어머니인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직접 호소했습니다. 허나 여왕은 '태자가 답이 없구나'라며 한탄하면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둘이 행복한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랬습니다. 깊이 빡친 다이애나는 본인 역시 맞바람을 피우는 등 전력으로 반항하다가 별거에 들어갔고, 4년 후인 1996년에 정식으로 이혼해 왕실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해에 비극이 일어났지요.

영국인들에게 있어 다이애나비는 일종의 아이돌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젊고 아름답고 유능한데다가 이혼 이후에는 적극적으로 자선활동에 참여하여 많은 사람들의 호감을 샀지요. 그런 다이애나가 사고사하자 국민들의 애정은 결혼생활을 파국으로 몰고간 찰스에 대한 반감으로 바뀌었습니다. 심지어 지금도 찰스를 건너뛰고 세손인 윌리엄 왕자가 왕위를 이어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제법 수가 됩니다.

뭐 이래저래 사연 많은 인물이지만 왕자 본인은 자선사업과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아저씨(할아버지?)라고 합니다. 왕위와 관련해서 잡음들이 있다지만 정작 본인은 왕위에 큰 관심은 없다고 밝힌 바 있지요. 아무래도 좋은 얘기지만 아버지와 아들(윌리엄 왕자)이 모두 머리가 벗겨지는 가운데 여전히 준수한 머리숱을 유지하고 있는 파워한 모근의 소유자이기도 합니다.



2. 일본 황실의 나루히토 황태자

일본의 아키히토 덴노의 장남입니다. 올해 54세로 비교적 정정(?)한 나이죠. 아키히토 덴노 역시 상당히 장수하고 있는 군주이지만 자녀를 비교적 늦게 가진 편이라 황태자는 그럭저럭 평범한 연령대입니다.

결혼 관련 트러블은 왕자들의 숙명인지 이 사람도 결혼 문제로 상당히 애를 먹었는데, 이쪽은 반대로 배우자에 대한 순애보적인 사랑이 문제가 됐습니다. 어느 나라나 왕실의 결혼은 일종의 정략 결혼 형태를 띠기 마련인데 나루히토는 본인이 먼저 현 황태자비인 마사코에게 청혼했습니다. 마사코는 황태자비라는 자리가 부담스러워 몇 번의 청혼을 거절했으나 정성에 못이겨 결국에는 승낙을 했죠.

헌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황태자비가 아들을 낳질 못한 것이죠. 마사코 황태자비는 딸(아이코 공주)을 출산한 뒤 건강이 악화되어 더 이상 아이를 가지지 못했고, 대가 끊기게 생긴 황실에서는 그런 황태자비를 지속적으로 압박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0대가 되도록 아이를 가지지 못하자 주변에서는 이혼하고 새 부인들 들여 아들을 낳으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황태자는 이혼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으며 심지어는 '궁 내에 황태자비를 음해하는 세력이 있다!'는, 일본 황실 기준으로는 폭탄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덴노의 권위와 혈통을 중시하는 우익의 어그로를 아주 제대로 끌었죠. 2ch의 정치 관련 게시판에는 지금도 종종 황태자와 아이코 공주에 대한 비난과 욕설이 올라오곤 합니다.

사실 나루히토는 정치적으로도 진보적인 입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원래 우익과는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아베 정부의 집단적 자위권 해석을 비롯한 군비증강 계획에 대놓고 태클을 걸기도 했지요. 때문에 우익들은 어떻게든 황태자를 폐위시키고(신성모독?) 그 자리에 차남을 옹립하기 위해 기를 쓰고 있습니다. 안그래도 아키히토 덴노가 반우익적이라 피곤한데 더더욱 강경한 황태자가 덴노 자리에 오르면 골치아플 일이 많이 생길테니까요.



3.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

이 사람은 사실 왕자가 아닌 국왕입니다마는, 아주 최근(그러니까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왕자였고 아버지인 후안 카를로스 1세도 멀쩡히 잘 살고 있는 관계로 포함시켜 봤습니다. 후안 카를로스 1세가 건강 악화를 이유로 퇴위하면서 올해 6월에 왕위에 올랐으며, 현재 46세로 유럽에서 가장 젊은 군주가 됩니다.

펠리페 6세 역시 왕자의 숙명(...)을 피해가지 못했는지 결혼 때문에 말이 많았습니다. 사진 우측의 여성이 배우자인 레티시아 왕비인데, 방송국 앵커 출신으로 보시다시피 상당한 미인입니다. 문제는 이 왕비에게 이혼 경력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왕비나 태자비의 출신성분(?)을 따지는 것은 만국 공통이기도 하거니와 스페인은 국민의 과반수가 이혼을 꺼리는 카톨릭 신자인지라 더더욱 말이 많이 나왔죠. 게다가 군주에 대한 불만이 적은 일본과는 달리 스페인은 왕실 폐지론이 대두되고 있는 나라라 왕비에 대한 반감이 왕실 자체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부부 역시 아들이 없고 딸만 둘인데, 다행히 스페인은 법적으로 여왕이 즉위하는 데에 별다른 문제는 없으나 국민들의 시선이 어떨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여러모로 고생길이 훤한 국왕님이지요.

여담이지만 이 사람의 즉위식에는 안습한 사연이 하나 있습니다. 펠리페 6세는 6월 19일 0시를 기점으로 국왕이 되었는데, 바로 전날인 6월 18일에 스페인 대표팀이 칠레에게 0:2로 털리면서 브라질 월드컵 조별 리그에서 탈락해버렸습니다. 축구가 국기(國技)나 다름없는 스페인의 분위기는 초상집 그 자체였지요.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펠리페 6세의 즉위식은 최대한 간략하고 검소하게 치뤄졌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