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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불쌍해서 미치겠다

이숙이 편집국장  |  sook@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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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호] 승인 2014.04.21  11:56:03
울다가 성질내다 멍하니 있다가… 솔직히 이번 호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어떤 상황에서도 냉철함을 잃지 않는 게 기자정신이라고 배웠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불쌍해서 미치겠다.

처음엔 가벼운 사고로 끝나는가 싶었다. 아침이었고, 큰 배였고, 기상 상태도 양호했다. 방송 특보가 시작되고 얼마 안 돼 구조 헬기와 구명보트가 화면에 잡혔다. 배가 45° 기울어진 상태가 불안해 보였지만, 서둘러 구조하면 다들 무사하지 싶었다. 배 안에서 전화 연결된 승객들 목소리도 의외로 차분했다. 대한민국의 구조 수준이 그 정도는 감당하리라 다들 믿는 분위기였다. 오전 11시가 좀 넘어 마침내 ‘학생 전원 구출’ 소식이 들렸다. 잔뜩 긴장하며 대기 중이던 기자들이 점심을 먹으러 흩어졌다.

  
 
그런데 웬걸, 두 시간이 채 안 되어 상황이 돌변했다. 정부가 발표하는 구조자 숫자가 널을 뛰더니 순식간에 실종자 수가 300명 가까이로 늘었다. 배는 이미 90°를 지나 거꾸로 처박히는 중이었다. 진도로, 목포로, 안산으로 기자들이 다급하게 출동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소식은 차마 부끄러워 입에 올리기도 힘들 정도로 허점투성이였다.

“이런 나라에 내가 살고 있었나.” 기막혀하는 와중에 진도에서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현장 기자가 실종 학생의 아버지로부터 받았다는 사고 직후의 카카오톡 사진. 초점이 흔들린 이 사진에는 복도로 나온 아이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나란히 누워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천장에 불도 켜 있는 걸로 보아 물이 들어오기 전 모습이다. “움직이지 말고 대기하라”는 선내 방송을 철석같이 믿고 따른 아이들은 그렇게 천금 같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그사이 선장과 일부 선원은 앞 다투어 배를 빠져나갔고…. 이젠 우리 아이들에게 무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조차 혼란스럽다.

기자들이 전하는 현장 분위기는 거의 민란 수준이다. 왜 아니겠나. 시간은 자꾸 가는데 구조작업이라고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으니 억장이 무너지고 분통이 터질밖에. 대통령이 ‘옷 벗을 각오를 하라’고 호통을 치고 간 다음 날도 정부는 “잠수부가 선실에 진입했네” “아니네”를 두고 몇 시간째 오락가락했다.

정부에 대한 불신 못지않게 언론에 대한 적대감도 극에 달했다. 왜 정부가 내놓는 발표만 받아쓰고 구조에 소극적인 상황 등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여기에 일부 언론의 실수와 오보가 가세하면서 심지어 현장에서 얻어맞는 기자도 생겨났다. 

그리고 또다시 날아든 교감 선생님 비보. 꾸역꾸역 집어넣던 컵라면이 목에 걸렸다. 이렇게 대한민국은 집단 트라우마에 빠졌다. 



그리고 어른들이 다 튀고난 다음에 익사하세요 ^^

어휴 진짜 저 시간에 갑판으로 가서 구명보트 펴고 탈출했으면 진짜 70% 이상은 살았을텐데..... 안타깝네요
선장 이하 책임자들은 모조리 법으로 가능한 최고형 때리는게 맞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