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명 호수인 '스와호'가 한겨울 추위로 표면이 완전히 얼어붙고
팽창효과로 인해 얼음에 균열이 생겨 호수 북안부터 남안까지 균열이 생기는 현상을 '오미와타리'라 부릅니다.
御神渡り라 쓰고 오미와타리라 읽는데, 직역하면 '신이 건너가다'이라는 뜻입니다.

스와호가 위치한 스와에는 '스와 대사'라는, 일본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유명한 신사가 있습니다.
이 스와 대사는 호수 북편에 하사(下社) 춘궁(春宮)과 추궁(秋宮)이,
호수 남편에 상사(上社) 본궁(本宮)과 전궁(前宮)으로 나뉘어 4곳의 신사로 이루어져있는데
상사가 하사보다 중요한 신사라는 뜻이 아니라, 보다 상류에 있어서 그리 부를 뿐이라고 합니다.

일본에서 오미와타리는 
스와호 남단에 위치한 상사에 모셔져있는 미샤구지(≒ 타케미카타노미코토 建御名方神) 신이
얼어붙은 스와호 위를 걸어 북단에 위치한 아샤카토메노미코토(八坂刀売命)신을 만나러 간 발자국, 흔적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래서 오미와타리가 관측되면 신사에서는 제사를 올리고 기상청과 궁내청(일본 황실)에 보고하는데
1397년부터 지금까지 일어난 오미와타리의 기록이 빠짐없이 남아있어, 기상 연구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동방풍신록에 등장하는 모리야 스와코, 야사카 카나코의 모티브는 각각 미샤구지와 야사카토메노미코토로
토착신인 미샤구지가 외래신(고구려계)인 야사카토메노미코토와 전쟁을 벌이지만
이내 서로 화합하고 양보해 하나의 신사를 이뤄 공존한다는 스토리가
흔히 말하는 일본의 和를 너무도 잘 드러내는 것 같아 가장 동방다운 작품이라 생각했는데



그 중에서도 작중 카나코가 스와코를 퇴치(?)하러 가는 주인공 일당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이 오미와타리 스펠은 동방 스펠들을 전부 통틀어 가장 낭만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절절하지 않나요, 이래서 동방 세계관에 빠진 것 같습니다..

이 오미와타리 자체가 호수가 언 뒤 영하 10도 이하의 추위가 일주일 이상 지속되어야 나타나는 것이라
그렇게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닌데, 엊그제 스와호가 얼어붙어 5년만의 출현이 예상되고 있다고 하네요.

스와호 자체가 너의 이름은에 등장하는 이토모리 호수의 로케지이기도 하고,
동방에서는 최대의 성지인지라 두 작품 모두 정말 좋아하는 저는 엄청나게 기대됩니다.

그런데 국내 커뮤니티는 이런 대형 이벤트에 대한 담론은 하나도 없고.. 그나마 글 올릴 곳이 애게밖에 없네요.
저도 이러다가 티스토리 하나 파서 숨어들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단 동방 뿐만이 아니라 애니 보카로 게임 등에 대한 얘기도 진지하게 나눌 곳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