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2화

 

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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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화
를 읽지 않으신 분은 이야기의 원활한 이해를 위해 읽고 오시면 더 재미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듣던 도중,

 

죠제프 교수가 무언가의 연락을 받고 이스의 양해를 구한 후 급히 사무실을 뛰쳐 나갔다.

 

이스는 이 때다 싶어 페르소나와 교신을 취했다.

 


「페르소나. 이야기는 대충 일단락했어요. 결론은...」

 


결론부터 말했다. 이쪽 차원과 시간축이 틀려서 이쪽 차원은 이미 60시간이 넘었다는 것.

 

저쪽 차원에서도 이미 72시간이 경과했다는 것을 보고받았다.

 

이스의 원래 몸이 가수면 상태로 16시간째 있다는 것과, 점점 투명해지고 있다는 것도.

 

하지만 이스는 당황하지 않았다. 교수가 원래 차원으로 보내주리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저쪽 차원에서 몸이 없어진다는 것은 이쪽 차원으로 본래의 능력이 고스란히 옮겨져 온다는 걸 뜻한다.

 

오히려 이쪽 차원에서 잠시나마 살아가는 데는 그게 훨씬 좋을 지도 모른다.

 

현재는 이스의 원래 능력의 70%정도밖에 발휘를 못했으니까.

 

이스는 괜찮다고 힘주어 말하며 그 동안의 업무지시나 연락사항 등을 퍼크에게 지시했다.

 

이스가 없어도 그 쪽의 멤버들이라면 잘 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곧 통신을 끊었고 잠시 있자 교수가 사무실로 돌아와서는 이스에게 말했다.

 


「에스프리 양, 이쪽에서는 전조의 시간이 방금 끝났네. 사건이 일어났어」

 

「무슨 사건요?」

 

「달이 하나 더 생겨버렸네」

 


이스가 그 말을 듣고 놀라 아직까지 상공에 있던 위성 카메라를 반전시켜, 하늘을 보게 했다.

 

원래 존재하던 한 개의 달 옆에 그것보다 조금 작은 한 개의 달이 어느새 생겨나 있었다.

 

그런데 저 달, 뭔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이스가 말했다.

 


「잠시만요, 저 달, 혹시...」

 


교수가 여기선 못 본다는 걸 떠올린 이스가 교수의 앞에 홀로그램 영상을 띄웠다.

 

생각났다. 처음 우주 공간으로 나오며 보았던 우리 행성, 헤르미아.

 

헤르미아가 이 차원에 그대로 넘어와 버렸다는 건가?


 

「저건 행성이예요! 제가 살던 행성, 헤르미아라고요!」

 

「행성이라니, 그게 무슨...」

 


교수가 영상을 유심히 보았고, 행성 헤르미아는 점점 커져, 이윽고 달의 크기를 압도했다.

 


「가까워지고 있어요! 이대로라면 충돌할 거예요!」

 

「뭔가 대책이 필요해...그렇다고 인류가 살고 있는 저 행성을 부술 수도 없는 일이고」

 

「제게 생각이 있어요! 저게 헤르미아가 맞다면...」

 


가능하다. 저게 헤르미아라면.

 

이스에게는 퍼크와 이드, 알터라는 우수한 AI가 있다.

 

그들의 힘을 빌리면...이스가 통신기의 버튼을 누르고 외쳤다.

 


「퍼크! 응답해요!」

 

「예, 여왕님」

 

「지금 헤르미아 행성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나요?」

 

「그렇습니다. 지금...」

 


퍼크가 간략하게 설명해 준 바에 따르면 항성계에서 헤르미아 행성만 떨어진 듯 빠져나와 이동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어느 행성의 인력에 말려들어 맹렬하게 돌진하고 있다는 것도.

 


「지금 속도라면, 두 행성이 충돌할 시각까지 약 32분 40초 남았습니다」

 

「이드와 알터에게 입전. 지금부터 헤르미아의 북극, 남극으로 각각 이동. 자기장을 뒤틀어 줘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자전 시간을 늦추고 행성 전체의 자기장을 우리의 지배하에 둡니다.

그 상태로 이 행성의 라그랑주 포인트까지 헤르미아를 운반하겠어요」

 


행성 전체의 자기장을 지배하면, 행성을 움직이기가 쉬워진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조금 무모한 시도였다.

 

인력을 이미 탄 헤르미아는 레일 위를 달리는 철도와도 같은데, 그 선로를 무리하게 바꾸려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가능성은 있다. 단지 확신이 없을 뿐. 하지만 지금은 그 가능성에 걸어볼 수 밖에 없다.

 

교수가 이스의 일사불란한 지휘력을 보며 이스에게 물었다.

 


「당신은, 대체...」

 

「저 행성은 제 지배하에 있거든요」

 


이스가 살짝 웃으며 교수에게 말했다.

 

그와 동시에 퍼크에게서 배치가 완료되었다는 교신이 들어왔고, 이스가 카운트를 세었다.

 


「자기장 변환까지 5, 4, 3, 2, 1, 0. 시작하세요」

 

「변환을 시작합니다」

 

「변환이 완료되면 바로 라그랑주 포인트까지 전속전진하세요」

 


홀로그램으로 비춰진 헤르미아의 대기가 잠시 녹색으로 물들며, 조금씩 움직였다.

 

커지기를 멈췄다 싶었더니 순간적으로 달에서 저 멀리 떨어진 곳까지 이동했다.

 

잘 될지 의심했지만 정말 잘 되었다는 건가. 이제 궤도상에 안착시키기만 하면 된다.

 


「라그랑주 포인트에 도착. 지금부터 새 궤도 작성에 들어갑니다」

 

「네. 부탁드려요」

 


후...한 가지 위기는 넘겼다. 설마 행성째로 이 차원으로 이동해 올 줄이야...

 

일단 교수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 교수를 바라보는데 교수가 벙 찐 모습으로 이스를 보고 있었다.

 


「...교수님? 왜 그러세요?」

 

「설마...이런 게 가능하다니, 당신은 신이십니까?」

 


신? 과학자가 신을 찾다니, 제 정신인가, 이 사람.

 


「제가 신이라뇨. 당치도 않은 말씀이시네요. 전 무신론자라고요?」

 

「그런 신위를 보여주시면, 비록 제가 과학자라도 신을 믿어버리게 됩니다만...」

 


갑자기 어투도 높임체로 바뀌었다.

 


「신위라뇨? 흔히 할 수 있는 일 아닌가요? 물체의 자기력을 바꿔서 다른 물체와 떨어뜨리는 일은」

 


흔히 자기부상열차 같은 곳에서도 쓰이는 기술이다.

 


「하지만 그게 행성급이 되면 흔히 할 수 없는 일이 되잖습니까...」

 

「뭐, 그건 그렇지만...조금 특별하다고 생각해 주세요. 말씀도 낮춰 주시고요」

 

「그건...알겠네」

 


조금 전과 같아진 태도에 만족하며 이스는 통신기로 페르소나를 불렀다.

 


「페르소나~ 거기 있죠? 이리 오시겠어요? 게이트로 유도시켜 드릴께요」

 

「알겠다. 오랜만에 교수님의 얼굴도 보고 싶군」

 

「게이트, 오픈!」

 


완전히 같은 차원이 되어버린 현재 좌표로 게이트가 열렸고 곧 페르소나가 들어왔다.

 

교수가 페르소나의 얼굴을 보고 잠시 생각을 하다 곧 누군지 알아보았다.

 


「자네, 로지인가?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네, 교수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 머리는 어떻게 된 건가? 자네는 원래 흑발이었네만」

 

「여러 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이스는 페르소나와 죠제프 교수가 회포를 풀 수 있도록 잠시 교수사무실에서 나와, 퍼크에게 입전을 넣었다.

 


「퍼크, 내 육체는요?」

 

「완전히 차원이 동위화된 후 사라졌습니다」

 


역시 그렇게 되는건가. 그럼...

 


「혹시, 티타니아의 유해는 그대로인가요?」

 

「그게...좀 이상합니다」

 

「뭐가 이상하죠?」

 

「이쪽 차원에 오자마자 전 여왕님의 심장이 박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분명 죽은 티타니아가 살아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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