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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3일이 지났다.

애나와 넬은 아직 마녀의 탑 2층, 객실에서 머물고 있었다.

바로 입학 수속을 밟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었는데,

그 하나는, 같이 가서 소개를 해야 할 마리가 다른 임무 때문에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할머니가 넬에게 뭔가 줄 선물이 있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대체 무슨 선물이길래 준비하는데 3일이나 걸릴까...라며 애나와 넬은 서로 이야기했지만, 알 턱이 없었다.

둘이 점심식사를 마치고 객실로 돌아왔더니, 니브가 객실 소파에 앉아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들이 들어오자, 다짜고짜 니브가 넬에게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니브 님, 이건...」

「열어 보거라」


넬이 상자를 열자 녹색 빛이 퍼졌고, 안에는 캣츠아이 에메랄드가 들어 있었다.


「제게 이걸 왜...?」

「오른쪽 눈을 절제했다고 마리에게 들었다. 대체품이 필요할 것 같아서 말이야」


눈, 이라고? 이게? 넬이 하나뿐인 눈을 크게 떴다.

눈알처럼 둥글게 가공한 에메랄드는 엄청나게 컸기에 가격이 얼마나 될 지 예상조차 할 수 없었고,

캣츠아이 무늬 역시 깊게 박혀 있어서 에메랄드의 가치를 더 끌어올리는 것 같았다.

니브가 넬의 오른쪽 눈구멍을 열고 반대쪽 손으로 에메랄드를 잡아, 끼워넣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는 한 번의 영창.


「몸과 동화되어 형태를 갖추어라. 포밍 위드인Forming Within」


순간 열린 눈구멍 속에서 신경들과 혈관들이 나와 에메랄드에 잇따라 박히며,

에메랄드를 끌어당겨 원래 눈이 있던 자리에 고정시켰다.


「이제 다 되었다. 눈을 떠 보거라」


넬이 두 눈을 모두 떴다. 왼쪽 눈은 인간의 눈, 오른쪽 눈은 캣츠아이.

눈을 이리저리 돌려보고는, 곧 넬이 위화감을 느꼈다.


「이거...이상한데요? 니브 님」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이상하지?」

「잘 보이긴 하는데요, 이 눈으로 보면 이상한 게 보이는 듯 해서요. 뭔가 빛의 띠 같기도 하고...」

「음. 그게 마나라는 것이다. 마력으로 강제로 눈을 만들어서 마나를 볼 수 있게 된 게로구나」

「그리고, 또 하나...신경을 집중하면 멀리 있는 것도 가깝게 보이는 것 같아요」


니브가 고개를 끄덕였다.


「망원경처럼 말이지? 그건 원래 세공하면서 탑재한 기능이란다. 그 외에도, 여러 기능이 있지」

「예를 들면요?」

「이런 거라던가. 보이지 않는 덫. 마나 마인Mana Mine」


니브가 바닥을 가리켰고, 옆에서 애나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뭐 하신 거예요? 아무것도 없잖아요」

「넬, 오른쪽 눈으로 여길 보아라」

「에...파란색 육각형이 바닥에 심어져 있는데요?」

「마나 지뢰다. 만약 닿으면...」


니브가 객실 벽난로에서 타다 남은 장작 하나를 꺼내, 육각형 위에 던졌다.

빠직.

장작이 지뢰를 건드리자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지뢰는 마법사들이 주로 쓰는 수법 중 하나지. 그 눈으로 이런 마력을 탐지할 수 있다」

「와! 넬 언니! 대단해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기능이 더 있지. 오른쪽 관자놀이에 손을 대 보아라」


넬이 오른손으로 오른쪽 관자놀이를 짚었고, 니브가 말했다.


「시동어를 외쳐라. 월드 맵World Map 이라고」

「월드 맵」


눈 앞에 광활한 대륙의 전체 지도가 펼쳐졌다.

지도상에는 현재 넬이 있는 위치까지 붉은색 화살표로 표시되어 있었다.


「대륙 전체 지도군요!」

「그래. 이것저것 기능을 넣다보니 시간이 좀 걸렸지만,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게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걸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내가 너에게 기대하는 건 단 하나다. 애나를 잘 보살펴 주고, 지켜 달라는 것」

「그건...제가 바라는 것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요」


니브가 카캇 하고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좋은 대답이다. 준비는 되었느냐? 마리는 오늘 저녁이면 돌아올 것이다」

「그 말씀은...」

「내일이면 너희는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된다는 말이지」


넬은 애나를 바라보았다. 애나는 새로운 생활이 기대되는지 한껏 들뜬 표정이었다.

앞으로도 애나와 이렇게 있고 싶다. 이게 넬의 진심이었다.

하물며 그로 인해 이렇게 새 눈도 받지 않았던가?

넬은 다시 한 번 자신에게 다짐했다.

한번은 태어나 자란 부족에서 추방당하기까지 했던 자신을, 이렇게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 친절에, 보답하고 싶었다.

왜인지 눈물이 나왔다. 넬은 눈을 손으로 대충 비벼 닦으며 말했다.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자신이 생각한 것 보다 훨씬 씩씩한 대답이 나왔기에 넬이 말하고도 당황했다.

니브는 그 모습을 보며 온화하게 웃어 보였다.


「그래. 기대하마」


넬은 애나와 함께 객실을 나가는 니브를 배웅했고, 니브가 나가자 애나를 꼭 끌어안았다.


「고마워, 애나. 정말 고마워...」

「응? 넬 언니, 왜 그래?」

「아니, 그냥...너무 고마워서 그래. 앞으로도 잘 부탁해, 애나」

「응! 나야말로 잘 부탁해! 넬 언니!」


그렇게 넬은 애나를 끌어안고 한참 동안이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객실로 들어오는 마리조차 보지 못한 채로.


「...실례했군. 못 본 셈 치지. 자리를 비워줄까?」

「앗, 마리 언니!」

「처음 보고 둘이 친할 때부터 혹시나 했었는데...그랬었군. 미안해」


마리가 황급히 객실을 나갔고, 넬이 소리쳤다.


「그런 게 아니라구요오오오오!!」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애나는, 눈만 꿈뻑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