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에 영원한 OP는 없습니다.
문제가 된다고 판단되면 어김없이 하향을 당했고
심하다 판단되면 다시 상향을 거치면서 결국은 밸런스를 맞춰갑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에 관계없이,
그 어떤 변화에도 굴하지 않고 홀로 버텨온 하나의 스타일이 있습니다.
유럽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하여, 이른바 EU 스타일이라고 불리는
LoL 팀 조합과 전략이 바로 그것입니다.


※ EU 스타일이란?

탑 근접 AD, 미드 AP, 바텀 원거리 AD + 서포터, 정글러로 이루어진 조합으로
전후반 모든 시간에 걸쳐 안전성이 높고 싸움에서 유리하다는 점이 강점인 전략.




개발사인 라이엇 게임즈는 게임 방식이 굳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아
이에 변화를 주기 위해 지금까지 다양한 패치를 시도했었지만
아직까지도 이 스타일은 유지되고 있으며 현재는 거의 대부분이
이 스타일에 맞춰서 게임을 즐기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만큼 이 조합이 강하는 반증이지요.



이러한 상황에서 하나의 격변이 일어났습니다.
얼마전 치뤄진 IEM KIEV TOURNAMENT LoL 대회에서 EU 스타일을 새로운 형태로
해석하여 반전을 꾀하는 기발한 전략을 사용한 팀이 등장했고,
그 팀이 세계 강팀들을 모두 꺽고 우승을 차지한 것입니다.


이 팀의 이름은 Moscow Five!
러시아팀으로 평소에도 독특한 전술을 많이 사용하는 팀으로 유명했습니다만,
별다른 성과를 기록하진 못했던데에 비해 이번에는 쉬바나를 활용하는
독특한 전술들을 시도하여 유럽의 강팀 SK-Gaming은 물론,
한국 유저들에게도 친숙한 북미 강팀 TSM, CDE 등을 모두 물리쳤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정글 봉쇄 - 쉬바나 + 서포터 정글



이들의 독특한 전략이 두각을 나타냈던 것은,
SK-Gaming와 치뤘던 준결승전 첫 번째 경기였습니다.


SK-Gaming - 이렐리아(탑), 애니비아(미드), 람머스(정글), 시비르+소라카(바텀)

M5 - 케넨(탑), 모데카이저(미드), 쉬바나+소나(정글), 갱플랭크(바텀)








M5가 이 경기에서 보여준 것은 놀랍게도 2 정글입니다.
2 정글 전략은 과거 간혹 보이던 전략으로, 정글러를 2명 선택하여
좀 더 빠르게 정글 몬스터를 처치하면서 빠르게 드래곤을 가져가고
강력한 라인 습격으로 우위를 가져가는 것이 일반이었습니다.


하지만 M5가 선택한 것은 조금 다른 형태의 2 정글 전략으로
기본적으로 정글링이 빠른 쉬바나와 이를 보조해줄 서포터 소나가 함께 이동하여
상대방 정글러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방해하면서 이와 동시에,
아군 챔피언들이 느껴야할 정글러로부터의 위협을 차단하여 공격적 성장을 가능하게 하고
바텀 라인에서는 라인 유지력이 좋은 갱플랭크를 차용, 홀로 성장이 가능하게 했습니다.


경기 중 특징적인 부분들을 살펴볼까요?


M5는 독특한 멤버 조합답게 시작부터가 상당히 독특했습니다.
정글러와 탑, 서포터가 블루 골렘을 포함한 근처의 정글 몬스터를 사냥하는 동안
미드와 바텀 라인이 레드 리자드와 근처 정글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시작한 것입니다.









SK의 정글러는 람머스였기 때문에,
일반적인 정글 루트를 사용할 것이라고 판단한 M5는
바로 쉬바나와 소나가 상대 정글 지역으로 침입하여
숫적 우위를 앞세워 람머스를 쫓아다니면서 정글링을 방해합니다.
처음엔 유령, 유령 다음엔 레드 리자드, 그리고 골렘까지 모두 말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갱플랭크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EU 스타일에서는 천리안(Clairvoyance)이 하향된 이후,
서포터들이 거의 필수적으로 들던이 스킬을 멀리하고 있는데
이점을 노려 갱플랭크는 미니언 웨이브를 몇 번 포기하는 대신
아래 지역 정글을 완전히 정리하고 귀환 후 라인에 복귀한 것입니다.


예전 같았다면 상대 서포터가 천리안을 사용하여 아군 정글러의 위치는 물론,
아직 비어있는 바텀 라인 챔피언들의 위치를 찾으려고 했을 터이기에
이러한 전략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대단한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게임을 할 때 각 라인 챔피언이 라인 유지를 해야 하는 이유는
당연히 어디서 들어올지 모르는 정글러, 혹은 타 라인의 습격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전술을 사용할 경우 상대 정글러가 거의 성장을 못하게 되므로
각 라인 챔피언들이 별달리 라인을 유지해야할 이유가 없어지고
적극적으로 상대를 압박하여 라인을 밀면서 견제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결국 SK팀은 잠시 바텀 라인에 있던 소라카를 이동시켜
빈 라인을 메우고 정글러를 보조하는 방향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바텀 라인에선 AD인 시비르와 갱플랭크가 1:1 상황.
초반에 힘을 발휘하기 힘든 원거리 AD인데다 갱플랭크에겐 레드 버프도 있어
라인을 유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후퇴하게 되면서 성장에서 조금씩 차이가 생깁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무래도 주도권을 M5가 쥘 수 밖에 없습니다.
다른 라인 챔피언들이 무사히 성장을 한다고 해도 정글러인 람머스가 말림으로써
라인의 유지의 부담이 커졌고 소라카의 라인 이동으로 경험치 손실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 전략의 강점은 초반 성장 방해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글러가 성장하지 못함으로써 아군 정글 지역에 대한 주도권을 점차 잃게 되고
버프 몬스터를 포함하여 드래곤이나 바론 등 핵심 정글 몬스터들을
상대방에게 빼앗기게 되어 점차 차이가 벌어진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 교전을 시작하기에는
상대팀은 아군의 버프 몬스터까지 차지하여 버프를 가지고 있음은 물론,
성장의 차이가 어느 정도 벌어진 상황이기에 내키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를 방치할 경우 그 차이는 계속 커질 것이기에 시도를 안 할 수도 없는,
말하자면 아군이 유리할 때 상대로 하여금 강제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후 싸움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양상으로 흘러갑니다.
SK팀 역시 세계 최고의 팀답게 중반과 후반을 풀어나갔지만
싸우는 장소를 선택함에 있어서 M5팀이 유리한 상황이 반복되었고
결국 M5팀에게 승리를 내주고야 말았습니다.











새로운 개념 제시 - 탑 솔 정글러 쉬바나의 등장



M5팀의 새로운 전략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우승이 코 앞까지 다가온 결승전 상황, 북미의 강호 TSM을 맞이하여
다시 한 번 쉬바나를 앞세워 독특한 전략을 시도합니다.


이전 경기에서 정글러의 역할을 수행했던 쉬바나가
결승전에서는 탑 솔로 AD의 역할을 수행한 것인데요.
이 경기를 본 한국 유저들은 이를 두고 '탑글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습니다.


무려, 탑 솔로 역할을 맡은 쉬바나가 빠른 속도를 이용하여
아군 정글은 물론 상대편 정글까지 넘나들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상대방 탑 솔로의 CS를 압도한 뒤, 다른 챔피언들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교전에 참여하여 팀 파이트 상황을 승리로 이끌어갔기 때문입니다.


TSM - 이렐리아(탑), 카시오페아(미드), 스카너(정글), 그레이브스+소나(바텀)

M5 - 쉬바나(탑), 갈리오(미드), 리신(정글), 코그모+타릭(바텀)







사실 이 경기는 초반부가 매우 '일반적인'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결승 경기 답게 수준 높은 초반 공방이 이어졌고 서로 아슬아슬한 상황이 반복되었지만
경기 7분이 지나도록 선취점은 나오지 않을 정도로 탐색전이 이어졌습니다.



[ 영상 14분 15초에 펼쳐지는 아슬아슬한 상황, 수준이 정말 높다 ]




본격적으로 쉬바나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경기 시작 시간이 약 8분이 되었을 때였습니다.
어느 정도 라인을 밀어둔 쉬바나가 돌연 카운터 정글!


※ 카운터 정글이란?

상대팀의 정글러의 성장을 방해하기 위해 상대 진영에 가까운 정글 몬스터들을 처치하는 행위.
위험 부담이 크지만 그만큼 기대할 수 있는 이득도 크다.



쉬바나 특유의 빠른 이동 속도와 정글 처리 속도로
늑대 캠프와 블루 골렘 켐프까지 정리한 뒤 다시 라인으로 돌아왔습니다.
미리 라인을 많이 밀어둔 상태였기 때문에 라인 CS 손해도 크지 않았고
오히려 어느 정도 다시 라인이 당겨져 안전한 위치에서 라인전을 재개했습니다.










잠시 뒤, 이번에는 늑대 캠프와 함께
블루 골렘 캠프까지 노리는 M5팀.
이렇게 작은 이득을 조금씩 쌓은 결과가
조금씩 소규모 교전에서 차이를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이후에도 이렇게 상대방의 정글을 공격하는 것을 계속하는 쉬바나.
이런 플레이는 상당한 장점이 있는데, 우선 상대 정글러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점,
적 정글러의 시간을 소모시키고 라인 습격에 성공율을 낮춘다는 점,
아군 탑 솔로 AD의 역할 중 중요한 것이 적 진형 붕괴인데
상대적으로 빠르게 레벨을 높일 수 있어 이 역할 수행이 수월하다는 점 등
꾸준히 쌓일 수록 아군이 교전에서 계속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합니다.























유독 이번 M5팀의 우승이 눈길을 끄는 것은
이들이 이 대회에서 사용한 전략이 우연히 통한 수준이 아니라,
전 세계 탑 랭커들에게 통했으며 그들이 이 전략의 참신함에 고전을 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경기를 구경한 많은 이들이 M5팀의 우승보다 그들이 택한 전략에 주목했고
새로운 EU 스타일 파훼법이 등장한 것이 아닌가 주목하고 있을 정도.


분석과 해설로 유명한 MiG Blaze의 래퍼드 선수 역시,
'정말 새로운 방식이고 참신한 전략'이라며 지난 리그 인벤 탑 솔로 교육 방송을 통해
해당 전략이 얼마나 까다롭고 강력한지 직접 보여주었습니다.



▶ [영상] MiG Blaze의 Reaperd의 탑 솔로 교육 방송 - 쉬바나 편 바로가기



한동안 이를 보고 따라할 유저들도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연 EU 스타일을 깨는 새로운 전략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아니면 다시 파해법이 등장하여 하나의 독특한 전략으로 남을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Inven Roii
(Roii@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