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의 챔피언은 모두 상대방을 죽이는 데 혈안이 되어 있죠. 성격이 어떻든, 
배경 스토리가 어떻든, 소환사의 협곡에 있는 챔피언들의 목표는 단 하나입니다. 
바로 상대의 체력 막대를 0으로 만드는 것이죠. 

그런데 문득 착한 챔피언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동물을 구하기 위해 어디서든 눈물겨운 선행을 베푸는 그런 챔피언이요. 
마음씨 고운 드루이드, 아이번은 그렇게 탄생되었습니다.
 

나무의 마법으로 착해진 심성


훌륭한 캐릭터는 이기고 싶은 적, 채우고 싶은 갈망, 엄청나게 어려운 임무 등 추구하는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스토리 작가 맷 "FauxSchizzle" 던은 아이번이 캐릭터로서의 역할을 다하려면 좀 더 태평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싸워야 할 싸움과 해야 할 일을 모두 끝낸, 삶의 종착역에 다다른 캐릭터여야 했죠. 
이러한 설정을 바탕으로 FauxSchizzle은 자연의 아버지 아이번의 이야기를 써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오래 전, 아이번은 인간이었습니다.” FauxSchizzle의 설명입니다. “아이오니아를 처음으로 발견한 프렐요드 출신의 정복자였죠.” 아이오니아의 숲을 탐험하던 중 아이번은 ‘신의 버드나무’라 불리는 성스러운 나무를 
발견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아이번은 인색하고 악랄한 인간이었습니다. 아이번은 나무의 힘을 독차지할 
생각으로 나무를 잘라 넘어뜨렸죠. 하지만 나무가 넘어지면서 쏟아져 나온 마력이 아이번을 꽁꽁 묶었고 
그의 사악한 영혼에까지 닿아 섞이기 시작했습니다. 나무와 인간이 하나가 된 순간, 아이번에게선 
폭력성과 이기심, 잔인성이 모두 빠져나갔습니다. 비어 버린 그의 심장엔 어린 아이 같은 궁금증과 
온화한 호기심이 깃들었고, 삶에 대한 기쁜 열정으로 온 마음이 가득 찼습니다. 


아이번이 정글에 있는 몬스터를 납치하거나 증발시키는 것이 아니라 ‘풀어주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기가 처음엔 어려웠습니다. 초기 디자인에서 아이번의 덤불은 정글의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꽃 달린 살인 무기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아이번이 다가와서 덤불을 누르면 
주변의 생명체들이 유령처럼 사라져 버렸죠.

저희는 아이번이 숲 속에 그렇게 오래 살았다면 주변의 자연에 대해 신기한 통찰력을 갖게 
되었을 거라 짐작했습니다. 숲 속 생물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일부와는 아주 오랫동안 
친분을 쌓았을 거라 생각했죠. 아이번은 
덩굴정령(레드)과 엄청난 일을 함께 겪은 
적이 있는데요, 그래서 게임 속에서 덩굴
정령을 만나면 당시 일화를 떠올리며 “쿠뭉구 
정글 때랑 똑같아! 도망쳐!”라고 외치기도 합니다.

  평화주의자인 아이번은 숲 속 동물들을 
  사랑합니다. 이렇게 설정하고 나니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습니다. 정글 몬스터를 사냥하지
  않고 풀어주기만 하는 정글러로 아이번을 
  만들면 어떨까? 이는 캐릭터 컨셉 면에서도 
  완벽했을 뿐 아니라 서포트 정글러 등 특이한
  게임 플레이를 가능케 해 주는 설정이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착한 친구


정글러가 되려면 누구든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바로 
기동성과 갱킹 능력, 그리고 정글 캠프를 소탕할 수 있는
힘이죠. 이 세 번째 요인 때문에 쓰레쉬, 나미, 바드와 같은 
챔피언이 정글러가 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들 챔피언의 
스킬은 팀 플레이 위주이기 때문에 늑대 무리를 무찌르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설사 캠프 몇 군데를 해치운다 해도 
마스터 이나 우디르가 침입하면 맞서 싸울 만한 체력이 
얼마 남아 있질 않을 겁니다.

아이번이 ‘짐승을 풀어준다’는 아이디어는 서포터가 주는 피해의 한계를 빠져나갈 구실이 되었습니다. 지나치게 
막강한 전투력 없이 기본 지속 효과(숲의 친구)만으로 
캠프를 사냥하고 레벨을 올릴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이 효과를 설정하고 나니 팀을 위해 쓸 다른 스킬을 
설계하는 일도 더욱 수월해졌습니다.





초기 디자인에서 아이번은 팀에 일조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팀을 위해 남을 공격할 만한 인물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아이번은 자연의 선물을 타인과 공유하고 싶어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정글이 주는 선물이 과연 무엇일까요?” 챔피언 기획자 블레이크 "Squad5" 스미스가 묻습니다. “바로 ‘버프’죠! 그래서 아이번이 정글에 피해를 입히지 않고 버프를 복제하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이 때 한 가지 큰 예외사항이 있는데요, 바로 아이번이 필요로 할 때마다 달려오는(물론 궁극기 재사용 대기시간이 끝났을 때만입니다) 아이번의 명랑한 단짝 데이지입니다. 데이지가 만들어지기 전의 아이번은 
아군의 도움이 없이는 거의 쓸모 없어 보이는 수준이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희는 ‘방패형 
티버’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아이번이 불리한 처지에 놓일 마다 지원에 나설 귀여운 AI 친구를요. 

 

팀에 유리한 효과를 주는 방식인 아이번의 여느 스킬과 달리 데이지는 적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힙니다. 
이는 아이번의 선량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합니다. 적을 무찌르기 위해 궁극기를 사용할 
때조차 아이번은 직접 나서지 않고 친구가 대신 손을 쓰는 거죠.



나무 인간의 금번 시즌 스타일


아이번이 리그 오브 레전드의 첫 번째 ‘나무 챔피언’이 아니라는 점은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 
마오카이와 자이라도 자연의 마력으로 탄생한 챔피언이죠. 하지만 아이번과는 두어 가지 차이점이 
있습니다. 마오카이는 아이번과 달리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숲의 분노가 결집되어 생겨난 생명체라 
할 수 있죠. 자이라도 인간의 형상을 한 가시 괴물에 더 가깝습니다. 아이번은 이들과 달리 원래 
인간이었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시각 디자인 팀은 아이번이 원래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디자인에 담아내고 전달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습니다. 가령, 뿔에는 귀의 일부를 연상시키는 동그란 고리를 달았습니다(나머지 부분은 나무로 
변하는 과정에서 피부 속으로 들어갔나 봅니다). 프렐요드에서 탐험가 시절 입었던 작은 갑옷도 아직 
남아 있습니다. 비록 여기저기에 버섯이 자라나 있긴 하지만요.


아이번을 플레이할 때 농담 버튼을 눌러 보면 다른 챔피언을 놀리거나 면박을 주는 일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실 겁니다. 아이번은 누구에게나 좋은 말을 해 주죠. 
마오카이를 게임 속에서 적으로 만났을 때엔 올해 나무 선발대회에 올 것인지를 물으며 
자신은 ‘강남 야자 스타일’에 도전해 보겠다고 말합니다.

일러스트 팀은 아이번의 얼굴을 놓고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감정과 성격이 풍부하게 표현되는 인간의 
얼굴이어야 했으니까요. 마침내는 기쁨과 환희가 가득한 삶을 산 초고령의 할아버지 얼굴이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커다란 매부리코와 반짝이는 눈을 그려 넣었죠. 컨셉 아티스트 크리스 
"Skeeziks" 캠벨은 “숲 속에서 아이번을 마주친다면 어떤 느낌이겠냐”고 질문을 던집니다. 
안아 주고 싶을까요, 사진을 찍고 싶을까요, 도망가고 싶을까요?





논의 끝에 저희는 최상의 디자인은 이 세 가지 감정이 모두 조금씩 들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아이번은 숲의 친구입니다. 누군가 자연을 해하려고 하면 그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착한 사람도 싸워야 할 때가 법이죠. 



아이번은 이제 쿠뭉구 정글에서 나와 PBE 서버에서 정글 몬스터를 풀어주고 있습니다. 
조만간 라이브 서버로도 찾아갈 테니 많은 기대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