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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의 심연

저희는 플레이어들을 초청해 리메이크된 워윅으로 플레이해달라고 요청한 뒤 게임에서 가장 강렬했던 경험에 관해 물었습니다. 플레이어들은 워윅이 먹잇감 사냥을 하기 전에 울려 퍼지는 죽음의 징 소리를 들었을 때 소름이 끼쳤다고 답했죠. 저희는 플레이어들이 경험한 공포를 더 많이 느낄 수 있는 티저 영상을 제작해 보기로 했습니다. 목소리 더빙에만 의존해 스토리를 풀어나가기보다는 플레이어들이 워윅의 서식지인 자운의 심연에서 실제로 워윅에게 쫓기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이제까지 룬테라의 특정 지역을 정교한 애니메이션을 통해 묘사한 선례는 없었습니다. 영상에 등장하는 장소가 실제 자운처럼 느껴지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죠. 쉽게 말해 자운답지 않은 모습을 수없이 만들어낸 후에야 비로소 진정한 자운의 모습을 그려낼 수 있었습니다. 여러 번의 실수를 교훈 삼아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운이라는 도시의 구조와 조명, 기술을 묘사할 수 있었죠.


배경 설정

자운은 종종 미치광이 과학자들과 기계화된 인간들이 제멋대로 날뛰는 곳으로 묘사되지만 사실 자운에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정상적인 사람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자운은 활발하게 혁신이 이루어지고 성실하게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가득한 생기 넘치는 도시입니다.


자운

그러나 이 또한 자운의 일부일 뿐이죠. 좀 더 깊숙이 내려가서 잿빛 대기에 가려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불빛들을 지나고 나면 분위기는 한층 음산해집니다. 자운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은 지하동굴이라고 불립니다. 빽빽하게 들어선 공업 단지 사이로 끊임없이 화학공학 매연이 뿜어져 나오는 곳이죠. 그렇다고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들의 도시를 자랑스러워 한답니다. 물론 굉장히 위험한 지역도 있죠. 좁은 공간과 곳곳에 갖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지하동굴에서는 아주 수상한 거래와 만남이 이루어지곤 합니다. 

지하동굴만큼 워윅과 잘 어울리는 장소는 생각하기 힘들었습니다. 
워윅이 이곳을 배회한다는 상상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졌으니까요.

그러나 티저 영상에서 지하동굴이라는 특정 장소를 명확하게 보여주기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영상에 등장하는 모든 것이 워윅에게 쫓기는 Fleg의 시점에서 보여졌기 때문에 스토리의 배경 정보를 제공해 주는 설정 쇼트나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전체적인 장면을 담아 보여주는 카메라 앵글은 사용할 수가 없었죠. 라이엇과 이번 애니메이션 작업을 함께한 Digic Pictures의 조감독 Csaba Vicze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면을 추가하지 않으면 곤돌라에 다다르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좁은 통로를 달려가는 모습만 보여줘야 했으니까요. 보다 넓은 공간을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 필요했습니다. 설정 쇼트 역할을 할 수 있는 장면 말이죠”라고 말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Fleg가 시선을 돌려 자운의 이곳저곳을 올려다보는 장면을 추가했습니다. 
이 장면을 만족스럽게 제작하기 위해 여러 번의 작업을 반복해야 했죠. 초기 컨셉 아트에는 자운이 곤돌라 정거장보다도 한참 아래에 있는 것으로 그려져 마치 지하동굴이 자운의 중심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습니다. 게다가 지하로 이어지는 깊은 통로의 도처에 스모그가 고르게 퍼져있는 것도 문제였죠. 스모그는 지하동굴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로 올라가며 흩어져야 했거든요.
라이엇의 퍼블리싱 팀과 세계관 구축 팀이 이러한 의견을 제시하자 Digic 은 자운의 모습에 걸맞게 컨셉 아트를 수정했습니다. 


깊은 통로: Digic Pictures의 초기 컨셉과 수정된 버전


잿빛 대기 아래로

Digic이 CG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저희는 자운에 관한 스토리와 아트, 그리고 대화를 통해 자운에 대한 비전을 Digic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저희가 답을 하는 방식이었죠.
질문은 이를테면 이런 것들 이었어요. 자운의 건물들은 어떤 모습인가요? 그곳에는 누가 살고 있죠? 
자운은 어떤 기술을 갖고 있나요? 교통수단이 있나요? 자운의 경제는 어떤가요? 자운의 역사는요? 
얼핏 보면 하찮게 느껴질 수도 있는 질문이지만 이러한 세부 사항이야말로 도시를 규정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자운이 어떤 도시인지 아는 것은 Digic 이 자운을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됐죠.

문제를 까다롭게 만든 건 이야기 배경이 자운 전체가 아니라 자운 내에 위치한 특정 장소라는 점이었습니다.
지하동굴이 자운과 다르면서도 닮았다는 것을Digic직원들에게 설명하고, 또 이를 티저 영상에 담아내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유니버스에코의 티저 영상을 접한 대부분의 사람은 자운에 대해 한 가지 관점만을 갖고 있어요”라고 크리에이티브 리드 Anton “RiotManton” Kolyukh는 말합니다. “그렇지만 이번 영상은 지하동굴에 관한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아직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곳이죠.”


Digic의 초기 컨셉 아트에서는 지나치게 넓었던 공간이 수정을 거듭하며 빽빽한 공간으로 변했습니다.

자운과 유사하면서도 미묘하게 더 어둡고 공업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지하동굴을 표현해 내기 위해 마지막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습니다. 초기 세트 디자인을 보면 배관과 통로가 마치 정교하게 기획된 것처럼 직각으로 배열돼 있습니다. 곤돌라의 내부는 아주 넓고 좌석까지 있어 아늑하게 느껴지죠. 심지어 곤돌라 정거장은 머물고 싶을 만큼 쾌적한 느낌마저 주고요.


곤돌라 내부를 묘사한 라이엇의 최초 컨셉 아트

퍼블리싱 리드 Brandon “Riot cottonfxn” Miao는 “초기 컨셉 아트를 라이엇 미팅에 들고 갔더니 세계관 구축팀에서 ‘이건 자운이 아니에요’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머릿속에서 자운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죠.
다만 그 아이디어를 정교하게 구현해 본 적이 없었을 뿐이었죠”라고 말합니다.

지하동굴은 그렇게 질서 정연한 곳이 아닙니다. 처음 건설된 후 그 위에 계속해서 덧대어 만들어진 곳이죠.
지하동굴에 있는 모든 것들이 화학공학 산업과 노동자들을 위해 쓰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초기에 수정된 컨셉 아트에는 마구잡이로 덧대고 또 덧대어 너절해진 도시의 무질서함이 결여돼 있었습니다. 
RiotManton는 “Digic측에 이를 설명해 주었고 그들은 ‘아하, 그러니까 좀 더 어지럽혀야 한다는 거죠?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요’라고 답했죠”라고 말합니다.


수정을 거듭할 때마다 지하동굴의 모습은 점점 더 어둡고 정돈되지 않은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모든 것을 반듯하게 만들려는 사고에서 벗어나자 컨셉 아트 속 장소는 점차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퇴락한 갱도의 모습을 닮아갔습니다. 더 이상 버려진 터널처럼 보이지 않았어요. 거기에 자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많은 쇠파이프와 유리 재질의 소품을 추가하자 이제는 정말 자운의 지하동굴 같은 느낌을 주기 시작했죠.
Digic의 스튜디오 아트 디렉터 Bela Brozsek 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어둡게 하면서도 자운 고유의 느낌을 살리는 작업이 결코 쉽지는 않았어요. 그렇지만 결국 그 사이에서 균형을 찾은 것 같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워윅이 뿜어내는 초록빛: 작업 중인 애니메이션


심연 속 불빛

자운을 대표하는 색은 초록색입니다. 도시 곳곳에 초록색이 스며들어 있죠. 창문에서도, 잿빛 대기 사이에서도 초록빛이 새어 나옵니다. 그리고 워윅을 대표하는 색도 초록색입니다. 그러나 어스름한 초록빛 배경 속에서 초록색 빛을 내뿜는 늑대인간을 추적하는 건 너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시각적으로도 어수선한 느낌을 줄 수 있었고, 배경에 초록색이 너무 많이 들어가면 워윅에게 시선이 집중되지 않을 우려가 있었습니다. 워윅이 주인공이고 이건 워윅의 티저 영상인데도 말이죠.

게다가 조명은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해야 했습니다. 보통 이런 장르의 영화나 게임에서는 파란색 조명이 쓰이지만 파란색 조명은 너무 평범하고 SF영화 같은 느낌이라 자운의 지하동굴에 어울리지 않았죠. 파란색과 초록색을 너무 많이 쓰지 않으면서도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기는 퇴락한 장소를 나타낼 수 있는 색을 찾아야 했습니다.

마침내 저희는 채도가 낮은 초록색을 선택했습니다. 어두운 초록빛의 어스레한 빛이 장소 전체를 부드럽게 밝히도록 했죠. 이 초록빛은 또한 워윅에 대한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으면서도 지하동굴과 자운 사이에 연결고리가 되어주었습니다. 또한 공포심을 더하기 위해 전등과 같은 인공조명은 어두운 노란빛을 내도록 설정했습니다. 라이엇의 cottonfxn는 “초록색이 아닌 색을 조명 색으로 선택한 것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어요. 화면 속 배경이 정말 자운처럼 느껴졌다는 플레이어들의 의견을 들은 뒤에야 잘한 결정이라는 생각을 했죠”라고 말합니다. 




최종 버전에서는 워윅의 색과 주변의 조명 색이 확연히 다릅니다.


총과 방패

자운과 필트오버의 기술이 룬테라의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은 흔하지 않습니다. 총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아주 희귀하고 비싸기 때문에 일부 부유한 사람들만이 소유할 수 있죠. 백여 년 전의 자동차 같다고나 할까요. 당시에도 자동차는 존재했지만 도로에서 흔히 볼 수는 없었잖아요. 


빛을 보지 못한 Fleg의 권총을 그린 라이엇의 컨셉 아트

초반에 제작한 스토리에서는 Boggin(덩치 큰 남자)과 Fleg(1인칭 시점의 화자)가 모두 총을 소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처럼 신분이 낮은 캐릭터에게 총을 주면 자운이나 지하동굴에서 총이 매우 흔한 것처럼 인식될 여지가 있었죠. Riot cottonfxn는 “두 명 모두 총을 갖고 있다면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 전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하겠습니까?”라고 말합니다.

Fleg와 Boggin에게 총을 쥐여 줄 것인가에 관한 문제는 룬테라 전체와 관련된 사안입니다. 자운과 필트오버에서 총이 그만큼 흔하다면 자운과 필트오버가 모든 것을 차지하지 못할 이유가 없죠. 칼과 방패로 싸우는 데마시아와 녹서스인들이 총을 가진 이들과의 전투에서 이길 확률이 있을까요? 중요한 건 자운에서 총은 그 정도로 일반적인 무기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결국 Fleg는 총을 가질 수 없게 됐습니다.

Boggin의 총은 스토리상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그의 총기 소지를 정당화하기 위해 Boggin이라는 캐릭터를 대폭 수정해야 했습니다. Boggin 은 본래 체격만 크고 머리는 나쁜 인물이었지만 스토리 작가 Phillip “KneecapPhilly” Vargas는 “그가 총을 갖고 있는 상황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면 그를 좀 더 똑똑하고 강한 인물이자 팀을 이끄는 리더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처음엔Boggin과Fleg를 친구로 설정했는데 Boggin을 Fleg의 상관으로 수정했어요. 급이 좀 높은 깡패로 승격시킨 거죠”라고 말합니다.


라이엇의 Boggin컨셉 아트 - 최초 버전과 수정된 버전


자운의 거리를 넘어서

워윅의 티저 영상 제작을 위해Digic과 라이엇의 퍼블리싱 팀, 세계관 구축 팀은 매우 긴밀히 협업했습니다.
팀워크를 바탕으로 완성한 결과물을 보니 기쁩니다. 여러 번에 걸쳐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고 수정 작업을 한 결과 자운을 자운답게 그려낼 수 있었습니다. 워윅의 서식지를 배경으로 삼았기 때문에 한층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었죠. 마치 협곡 밖에서의 그의 삶을 들여다보는 듯한 기분도 들었고요. 또한 기존과는 다른 역동적인 방식으로 자운을 소개할 좋은 기회였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번 스토리를 통해 우리는 룬테라와 룬테라에 살고 있는 이들이 리그의 챔피언들과 별개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룬테라 곳곳에서는 지금도 수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