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카우보이 저격수부터 냅킨 위에 그린 낙서까지 리그 오브 레전드의 챔피언은 138명 모두 자신만의
기원이 있습니다. 오늘은 징크스의 기원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소녀와 총
한때 라이엇 게임즈에는 미래의 챔피언을 위한 멋진
(또는 그저 그런) 아이디어를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게시판이 있었습니다. 캐릭터 그림과 스킬 설계가
가득한 이 게시판 위의 아이디어들은 대부분 정식
개발로 이어지진 못했지만 챔피언 기획자들에게 값진
영감을 주곤 했죠.

수년 전, 일러스트레이터 Katie De Sousa는 땋은
머리를 하고 총을 든 소녀의 그림을 이 게시판에 붙였
습니다. 악당을 좋아하고 원거리 딜러를 플레이하는
Katie는 원거리 딜러 역할군에 말썽꾸러기 캐릭터를
더하고 싶어 했습니다.

무기를 바꿔 가며 공격한다는 이 광기 어린 챔피언의
게임플레이 구상안은 그럴 듯해 보였지만 헤어
스타일만 빼고는 미스 포츈과 외양이 너무도 흡사
했습니다. 당시 싸이코 아스널이라 이름 붙여진 이                          싸이코 아스널(징크스)의 최초 컨셉 아트
챔피언은 가능성은 상당했지만 당장 개발에 돌입할 만큼 인상적이진 않아 게시판에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개월 후, 싸이코 아스널을 좋아하는 소수의 직원들은 그녀를 협곡의 챔피언으로 만들자고 약속
하기에 이릅니다.

그 중 한 명이었던 챔피언 기획자 August “jinxylord” Browning은 “사거리가 긴 우디르처럼 무기를 바꿔
가며 사용하는 원거리 딜러를 늘 만들고 싶어 했는데 완벽한 기회가 찾아 온 것 같았다”고 말합니다. 그는
낮에는 징크스의 최대 라이벌인 바이를 개발하고, 밤에는 Katie(그리고 몇몇 다른 직원)와 함께 싸이코
아스널을 응원했습니다. 싸이코 아스널의 인기는 점점 높아져 갔고, 운명의 그림이 최초로 게시되고 6개월이
흐른 어느 날 싸이코 아스널은 마침내 공식 개발 대상으로 선정됩니다.

 징크스 정의하기
 개발이 승인되었으니 이제 싸이코 아스널의
 가장 큰 문제점인 ‘평범함’을 해결해야 했습니다.
 당시 리그 오브 레전드의 여성 챔피언은 섹시한
 외모와 모래시계처럼 볼륨감 있는 몸매 등
 외양이 모두 닮아 있었습니다.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은 무조건 차별화하자고 본능적으로
 느꼈다”고 Katie는 말합니다. “사고를 치느라
 너무 바빠서 과자 쪼가리로 연명할 수도 있으니
 좀 더 깡마르고 강단 있는 느낌이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그리하여 싸이코 아스널은 마르고 다부진
 체구로 변해 갔고, 손에 든 총은 반대로 점점 더
 크게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종국에는 현실에서
 라면 절대 들지 못할 만큼 크고 무거운 무기를
 든 작은 소녀의 형상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때 제 자신감과 흥분이 곱절이 되었습니다.”
 August의 말입니다. “싸이코 아스널의 개성과
                              싸이코 아스널(징크스) 컨셉 아트                       매력이 한층 더 배가되었으니까요.”

이렇게 개발 과정에서 외모가 상당 부분 바뀌었지만 아직 그대로인 세 가지가 있었습니다. 땅바닥까지 내려오는 특유의 푸른 땋은 머리와 광기 어린 표정, 그리고 많고 많은 총이었죠.

더, 더 빠르게!
싸이코 아스널이란 이름답게 징크스는 개발 과정에서 기함할 정도로 다양한 무기(권총부터 소총, 석궁,
테이저건, 테이저 석궁, 반자동 기관총, 미니건, 수류탄, 로켓 런처, 심지어 화염방사기까지)를 장착했습니다.
Katie는 “여러 가지 무기를 시도하면서 게임플레이가 어떻게 보일지 고민해 보았다”고 설명합니다.

최초 스킬 설계에서 징크스는 각 기본 공격을 통해 (우디르가 형상을 바꾸듯) 무기를 바꿀 수 있었고, 들고
있는 총에 따라 궁극기가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게임 내내 마우스 오른쪽 버튼만 누르게 되어
굉장히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August에 따르면 “재미있게 누를 만한 버튼이 별로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무기 변경 기술을 Q스킬로 옮기고, 특유의 강점과 약점을 지닌 두 가지 태세를 만드는 데에 주력
했습니다. 이를 위해 각 무기의 공격 속도와 공격 범위를 다르게 설정했습니다. 하나의 표적을 대상으로
빠르게 피해를 입히는 데엔 미니건이, 넓은 범위에 걸쳐 서서히 피해를 입히는 데엔 로켓 런처가 안성맞춤
이었죠.

징크스 컨셉 아트



무기가 완성되었으니 이제 광기를 더할 차례였습니다. August는 “광기 어린 게임 플레이를 만드는 것이
징크스 설계에서 아마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기본 지속 공격이 없는 상태에서
징크스는 원거리 로켓과 덫으로 사람들을 쫓아내는 저격수 정도로 보이는데, 그건 진짜 징크스가 아닙니다.
진짜 징크스는 쉴 새 없이 움직이기를 좋아하죠. 이 문제의 실마리는 QA 분석 담당 Blake “Squad5”
Smith와 August 간의 대화를 통해 풀렸습니다.

“누군가를 죽일 때 정말로 진짜로 엄청나게 빠르게 공격하면 어떻게 될까?”

“얼마나 빨리?”

“완전 빨리.”

“블레이크, 그건 미친 짓이지.”

“…그래, 바로 그거야.”

새로운 기본 지속 효과를 테스트한 첫 날, 징크스는 싸움에 뛰어들어 눈 깜빡할 사이에 적진을 돌파한 후
제라스를 처치하고 기본 지속 효과를 얻어 자기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적 포탑으로 돌진했다가 사망
했습니다. “‘저게 바로 징크스다’ 싶었죠.” August의 말입니다. “드디어 징크스가 우리가 원한 미친 소녀가
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을 그 테스트를 통해 받았습니다.”

자, 이제 탈락한 궁극기 후보들을 August의 해설과 함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폭탄 투하: 맵 위를 떠다니는 글로벌 대포를 징크스가
 작동시키면 거대한 폭탄이 목표 지점을 10초 후에
 폭파 시킵니다. 탈락 사유: “10초면 모두 대피하고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묻지 마 미사일: 징크스가 다량의 미사일을 발사하면
 미사일이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날아갑니다.
 탈락 사유: “공격이 너무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자동 유도 미사일: 징크스가 미사일 여섯 발을 발사합니다. 이 미사일은 자동으로 적 챔피언을 향해 날아
가며, 피하지 않은 적 챔피언은 미사일을 맞고 곧바로 사망합니다. 탈락 사유: “봇 라인에서 적 정글러를
무작위로 처치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아 보였습니다.”

고양이 연기: 징크스가 맵을 가로질러 폭탄을 투하하면 첫 번째로 적중된 적 주변에 마법의 연기가 피어
오르고, 누구든 이 연기를 통과하면 순하고 귀여운 고양이로 변신합니다. 탈락 사유: “귀엽기는 하지만
징크스의 스킬이라 하기엔 너무 간접적이고 실용성이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초강력 초토화 로켓: 징크스가 로켓을 발사하고, 로켓은 적 챔피언을 적중하자 마자 폭발하여 넓은 범위에
걸쳐 피해를 입힙니다.

사실 초강력 초토화 로켓은 징크스의 스킬 중 가장 먼저 테스트된 스킬 중 하나였으나 개발팀의 초기 반응은
썩 좋지 않았습니다. 당시 이 스킬은 피해량이 고정되어 있어 징크스는 싸움이 시작됨과 동시에 무조건
로켓을 발사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파괴력이 커도 이런 식의 공격은 궁색하기 짝이 없었죠.

발사 후 피해량이 커지는 효과는 개발 후반부에 밸런스 팀이 수정을 촉구하고 나서야 추가되었습니다. “처음
에는 탐탁지 않았습니다.” August의 말입니다. “피해 범위가 넓고 사거리가 길어 더 강력하다는 점을 제외
하면 가렌의 궁극기와 비슷했으니까요.” 그러나 원거리 딜러의 특성에 부합하고 궁극기 사용에 대한 조건
(킬을 확보할 때 사용)이 생긴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또한 징크스의 여타 스킬과도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발하여 징크스가 공격을 가한 후 기본 지속 효과를 통해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다음 싸움에 돌입하게 해
주었죠.

규칙은 부수라고 있는 거지. 건물처럼, 그리고… 사람처럼
징크스의 성격에 대해 개발 기간 내내 풀리지 않은 의문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징크스의 사악함이 어느
정도냐는 것이었죠. 악행으로부터 영감을 받는 징크스는 냉혈한 살인마일까요? 아니면 그저 재미있게 놀고
싶어하는 개구쟁이로, 파괴를 일삼는 행동을 재미있어 하는 것뿐일까요? 이에 대해 August는 “징크스는
사람을 여럿 죽이긴 했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연쇄 살인범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징크스는 그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오락거리를 찾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폭발 현장에서 사람이 죽든 말든
그다지 신경 쓰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타인을
해하기 위해 싸움을 벌이지는 않습니다.

커뮤니티 전문가 Robert “Ransom” Lo는 이렇게
말합니다.

“어두운 골목길에서 다른 사람을 마주쳤을 때
징크스는 그를 반사적으로 찔러서 돈을 뺏거나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두운 골목길에서 다른
사람을 마주쳤는데 그 옆에 폭죽이 쌓여 있다면
무조건 폭죽에 불을 붙일 테고, 그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타인 에게 화상을 입히겠죠. 불꽃놀이는 완전        일러스트레이터 Katie De Sousa: “저는 징크스가 더 사악하길
재밌으니까요.”                                                                                            비밀스럽게 바랐던 것 같아요.”

징크스의 성격과 게임 플레이를 설계하는 일은 결국 불안정성, 위험함, 광기, 그리고 재미와 접근성, 귀여움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었습니다. “징크스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것은 아마 징크스의 뮤직 비디오일 것”
이라고 August는 말합니다. “깔깔거리고 놀러 다니면서 온 동네를 날려 버리지만 적의 피를 뒤집어 쓰고
있진 않죠. 그게 바로 징크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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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의 기원]은 챔피언 개발 과정을 심도 있게 알아보는 새 시리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