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leagueoflegends.co.kr/?m=news&cate=notice&mod=view&schwrd=&page=1&idx=253151#.V86-S_mLSUk







우리가 사는 우주의 평행 우주에서는 토끼가 거북이를 이기고 경주에서 승자가 됩니다. 승리한 토끼는 느긋하게 거북이가 느릿느릿 결승선을 통과하길 기다리죠. 이 평행 우주에서는 다름 아닌 “Faker” 이상혁 선수가 토끼겠죠. 거북이는 다름 아닌 “Smeb” 송경호 선수일 것입니다.

위 이야기는 평행 우주가 아니라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우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일지 모르겠습니다. 
두 선수 모두 세계 최정상급 선수의 칭호를 받아 마땅한 선수들이지만, 그중 단 한 선수만 월드 챔피언십 타이틀을 두 번이나 획득했고 명실상부한 리그 오브 레전드의 신으로 칭송되고 있죠. 게다가 Faker 선수만큼 프로 데뷔 전부터 실력을 인정받은 선수도 없을 것입니다. 프로로 데뷔하자 드높았던 기대를 뛰어넘는 경기력을 보이며 신인 시절부터 큰 화제가 되었죠.

반면 Smeb 선수는 정상에 서기 전까지 수도 없이 고꾸라져야 했습니다. 이렇게 느리게 올라가서야 정상 근처에나 갈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지금까지 같은 팀에서 뛰고 있는 “Kuro” 이서행 선수, Immortals 소속인 “Reignover” 김의진 선수와 Incredible Miracle (믿기지 않는 기적) 팀에서 같이 활동할 당시에는 LCK 바닥을 헤매며 “Incredible Failures (믿기지 않는 실패작)”라는 불명예스러운 칭호를 얻기도 했습니다.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선수들이었죠. 누구도 이 선수들이 스타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Smeb 선수는 종종 한국 최악의 탑 라이너라는 평을 듣기도 했습니다. 
Smeb 선수는 “그 평가가 틀린 건 아니에요”라고 말합니다.

한국은 세계 최강 선수들의 고향으로 이름나 있지만 다른 라인에 비해 유독 탑에서 한국의 최강 선수들과 타 지역 선수들 간 격차가 두드러집니다. 그런 한국의 탑 라이너들과 비교를 했으니 Smeb 선수가 더 혹평을 들었던 거죠. 하지만 그 당시의 Smeb 선수와 2회 연속으로 정규 시즌 MVP를 거머쥔 지금의 Smeb 선수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2014 시즌 시작과 함께 Tigers가 창단하며 Smeb 선수의 여정도 바뀌었습니다. Tigers는 곧바로 국내 강자로 떠올랐지만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번번이 SKTelecom T1에 막혀 무릎을 꿇고 말았죠. 2015 스프링 시즌 결승전에서 Tigers의 패배는 예상 밖의 일은 아니었습니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긴 했지만 아직 합을 맞춰 본 지 얼마 안 된 선수들이었으니까요. 월드 챔피언십에서도 결승 후보로 꼽히지도 않았습니다. 

Tigers는 자신들을 향한 비판을 동력 삼아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Smeb 선수는 팀을 결승으로 이끌며 세계 최강 탑 라이너 중 하나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했죠. 하지만 계속해서 열세에 처하다 보니 어느새 Tigers 선수들도 그 상황에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Smeb 선수는 “만약 결승에서 진다고 해도 잃는 건 없다고 생각했어요. B급 팀으로 평가받았으니까요. 세계 최고 선수 20위 안에 우리 팀은 아무도 없었어요”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결승전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의 역사에 자신들의 이름을 확고히 새겨 넣기 위한 준비를 마친 SKT를 마주했을 때 Tigers는 별다른 저항을 해보지도 못했습니다.

Tigers는 SKT처럼 월드 챔피언십 무대에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SKT가 승승장구하며 몇 번이고 e스포츠 대회 우승 트로피를 가져갈 동안 Tigers는 단 한 번도 정상에 서지 못했습니다. 팀 성적은 좋았지만 네 개의 스폰서를 거쳐 가야 하기도 했죠. 지난해에는 경기를 하는 와중에도 스폰서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Tigers 선수들은 힘든 일이 닥쳐와도 최대한 웃어넘겼습니다. Smeb 선수는 “즐겁게 경기하는 팀” 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Tigers에게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Smeb 선수는 “제가 팀에서 깐족거리기 담당이에요. 팀원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내가 짱이야’라며 깐족거리고 돌아다니는 거죠. 그런데 팀원들은 대부분 그냥 무시해요”라고 덧붙입니다. 

하지만 다른 그 누가 Smeb 선수를 무시할 수 있을까요. Tigers는 올해 월드 챔피언십에서 소환사의 컵을 들어 올릴 가장 유력한 팀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에서 거북이가 인내심으로 결국 경주에서 승리했듯 Smeb 선수도 인내의 시간을 거쳐 결국 이렇게 높은 곳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누구도 Smeb 선수가 세계 최강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하지만 현재 평가가 어찌 됐든 이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월드 챔피언십 정상에 서는 것입니다. 
지난 2년 동안 Tigers는 확고히 2인자 자리를 지키며 때로는 최강의 포스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그에 걸맞은 상은 거의 획득하지 못했습니다. 언제나 SKT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어 정작 자기 자신의 그림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잊어버릴 정도죠. 지금이야말로 Smeb 선수가 그 그림자를 벗어나 자신의 그림자를 당당히 드리우며 초라했던 초창기의 자신과 영원히 작별할 기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