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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리그 오브 레전드의 챔피언은 총 133명이며 앞으로 더 많은 챔피언이 추가될 예정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이들 모두가 플레이할만한 챔피언은 아니라고 느끼실 때가 가끔 있을 겁니다. 이를테면, 여러분이 플레이하고 싶은 챔피언이 현재 패치에서 너무 약하게 설정된 경우죠. 또 여러분이 플레이하려는 챔피언의 능력이 나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추세의 게임 전략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팀 조합에는 그 챔피언이 적합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일컬어 ‘메타를 벗어났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e스포츠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올해 월드 챔피언십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챔피언 중 40% 정도가 출현했고, 그중 많은 수가 한두 게임에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SK Telecom T1과 Samsung Galaxy의 환상적인 결승전이 끝나고 선수들의 이적 및 이적설로 프리시즌이 떠들썩한 가운데 저희도 여러분들처럼 그 어느 때보다 e스포츠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챔피언의 다양성에 대한 저희의 생각을 여러분과 공유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챔피언의 다양성이 플레이어들에게 중요할까요? 라이엇 게임즈에게는요? 중요하다면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희는 챔피언의 다양성과 다른 목표들 사이의 어디쯤에서 균형을 찾아야 할까요?


기획자들이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

 게임 기획적인 측면에서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멋진 챔피언을 다양하게 제공하는 것은 게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게임을 할 때마다 챔피언을 바꾸어가며 플레이할 수 있다면 플레이어는 당연히 피로감을 덜 느끼겠죠. 여러분 대부분은 자주 플레이하는 주력 챔피언이 있으실 테고, 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또 거의 모든 분이 주력 챔피언 외에도 몇몇 챔피언을 플레이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매번 같은 방식으로 게임이 전개된다는 생각이 들 때 챔피언을 바꿔서 플레이해 보시면 게임을 새롭게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신규 챔피언을 추가할 때 게임 개발자들은 굉장히 설레고 흥분됩니다. 챔피언을 리메이크할 때도 마찬가지죠. 그러나 저희의 노력이 결실을 맺으려면 신규 또는 업데이트된 챔피언이 기존 게임의 틈새를 채워줄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이러한 챔피언들로 괜찮은 승률을 얻을 수 있겠다는 믿음이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형성되어야 하죠.

선택할 챔피언이 다양해짐으로 인해 누릴 수 있는 장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저희가 게임을 기획할 때 염두에 두는 핵심 가치 중 하나는 플레이어들의 게임 숙련도가 완벽에 이르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플레이어들이 숙련해야 할 챔피언을 아주 많이 만들면 리그 오브 레전드의 숙련도 곡선은 끊임없이 이어지겠죠. 무엇에 대해서든 실력이 향상되면 누구나 만족감을 느낄 텐데요. 새로운 챔피언을 처음 플레이하면 초반에는 숙련도 곡선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몇 번만 플레이해 보시면 초반에는 실력이 급속도로 향상되실 거예요. 그러나 그 이후에는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실력 향상 속도가 줄어들 겁니다. 그렇지만 실망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왜냐하면 야스오를 플레이할 때 실력 향상이 더뎌지는 아픔을 겪으셨다면 리븐이나 에코처럼 야스오와 유사한 챔피언에는 훨씬 빨리 익숙해지실 수 있을 테니까요.




다양성이 플레이어들에게 주는 이점

플레이어들에게도 다양성은 중요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여러분 대부분은 주력 챔피언으로 플레이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여러분의 주력 챔피언이 좋은 선택지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얼마나 절망스러울까요. 이제껏 집중했던 챔피언을 버리고 새로운 챔피언을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간 주력 챔피언에 들였던 모든 시간이 한순간에 아무 쓸모 없게 느껴질 겁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새로운 챔피언을 시도해보면 게임을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왕이면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챔피언을 선택하는 것보다 자발적으로 도전해보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저희가 리그 오브 레전드의 챔피언이 133명이라고 말씀드리면 플레이어 여러분은 이들 모두가 실제로 플레이할 수 있는 챔피언이기를 기대하실 겁니다. 어떤 시스템이 그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면 저를 포함한 모든 게이머들은 본능적으로 불쾌감을 느낍니다. 이것은 마치 놀이공원에 갔는데 놀이기구 절반의 운행이 중지된 상태일 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할 겁니다. 물론 그러한 상황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플레이어의 마음 한구석에는 자신이 마땅히 누려야 할 경험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떠나지 않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게임의 다른 부분에 대한 경험까지 망칠 수 있습니다. 매우 숙련된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들이 튜토리얼 플레이를 하고 나서 실망감을 느끼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튜토리얼 플레이로 인해 그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니지만 형편없는 수준에 대한 실망감은 지울 수가 없는 거죠.

마지막으로, 이제 다시 e스포츠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프로 선수들이 경기에서 여러분이 선호하는 챔피언들을 선택한다면 여러분은 더 흥미진진하게 경기를 즐길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수많은 경기에서 진이나 케이틀린, 애쉬, 이즈리얼과 같은 특정 원거리 딜러만 계속 만나야 한다면 실망스러울밖에 없겠죠.


다양성을 막는 요인

 많은 챔피언을 확보하는 것이 저희에게도 여러분에게도 이처럼 중요한 문제라면, 대체 무엇 때문에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그리고 왜 모든 챔피언이 골고루 플레이되지 않는지도요. 음, 아주 간단히 말씀드리면 너무 까다로운 문제라서 그렇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굉장히 많은 챔피언들이 있기 때문에 저희는 언제나 굉장히 많은 안테나를 세우고 있어야 합니다. 밸런스를 복잡한 수학 방정식이라고 한번 생각해보세요. 새로운 챔피언을 추가하고, 기존 챔피언을 업데이트하고, 챔피언을 둘러싼 게임 시스템에 변화를 줄 때마다 저희는 그 방정식에 계속해서 새로운 변수를 추가하고 있는 셈입니다.

 



많은 라이엇 직원들이 신규 챔피언 기획 및 챔피언 업데이트, 그리고 게임 규칙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이 외에도 게임 매칭 시스템, 게임 모드 로테이션, 신규 스킨, 클럽 기능 개선, 클라이언트 업데이트 등의 작업도 하고 있답니다. 즉, 챔피언의 다양성만큼이나 중요한 작업들이 많이 있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저희 개발팀이 모두 챔피언 다양성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겁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밸런스 철학에 대해서도 간단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희는 챔피언의 밸런스를 조정할 때 플레이어의 실력에 따라 차별을 두지 않고 동일한 기준을 적용합니다. 따라서 이제 막 플레이를 시작한 초보자와 프로 선수가 동일한 기준에 따라 플레이를 하게 됩니다. 리그에 따라 3점 슛 거리에 차이를 두는 농구나 프로 선수에게는 티 박스 거리를 다르게 설정하는 골프와는 좀 다르죠. 저희가 정한 밸런스 철학을 지키려면 아주 복잡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기획자는 일반 수준에서 상향한 챔피언이 프로수준에서 100% 픽밴율을 얻는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프로 수준에서 챔피언을 하향하려고 할 때는 그 챔피언이 일반 수준에서 완전히 배제되지 않도록 균형을 잘 잡아야 합니다. 
그러나 저희는 여전히 이러한 밸런스 철학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프로 경기와 일반 플레이 사이에 챔피언 능력이나 아이템 활용 방식에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일반 플레이어들도 쉽게 e스포츠를 즐길 수 있으며 프로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며 자신의 실력을 향상시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점 때문에 밸런스 조정이 더 어려운 것이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티어별로 챔피언 밸런스를 조정하는 작업이 더 쉬울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티어별로 서로 다른 밸런스를 적용한다면 실버 티어에서 조정된 나르의 밸런스가 프로 수준의 나르에 미칠 영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죠. 하지만 그 대신에 모든 티어에서 각각의 나르를 손봐야 할 겁니다.)

프로 리그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겠습니다. 프로 선수들이 리그 오브 레전드를 플레이하는 방식은 우리 대부분과는 많이 다릅니다. 프로 선수들은 경기에서 강력한 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챔피언을 주로 선택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개인 캐리력이 좋은 챔피언을 선호합니다. 개인 랭크 게임에서는 유기적인 팀플레이를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전략적으로 팀을 구성해서 플레이해 보고 싶으신 분들께는 새롭게 도입되는 ‘자유 랭크 게임’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이처럼 프로 경기와 일반 플레이는 그 성격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엘리스나 오리아나, 럼블과 같은 특정 챔피언은 프로 경기에서는 자주 볼 수 있지만 랭크 게임에서는 인기가 현저히 떨어집니다. 프로 선수들은 또한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합니다. 경기에서 자주 선택되지 않는 독특한 챔피언을 플레이해보려는 각오로 어마어마한 시간을 투자했다가 결국엔 ‘아니야, 이 챔피언은 안 되겠어’ 라는 결론을 내린다면 그간 들인 시간이 너무 아깝겠죠.
때문에 선수들 입장에서는 ‘꽤 괜찮은’ 챔피언을 한번 발견하면 그 챔피언에 집중해서 실력을 갈고닦는 것이 여러 챔피언을 시도해보는 것보다 효과적일 겁니다. 물론 미스 포츈과 같이 전혀 예상치 못한 챔피언이 서포터로 등장하는 경기를 보는 짜릿함이 있기는 하지만요.

무엇보다 저희는 다양한 게임보다는 재미있고 건전한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플레이어들에게 더 멋진 경험을 제공해드리기 위해 노력해야 할 개발자가 단지 플레이 빈도(‘픽률’)를 높이기 위해 매우 실망스러운 챔피언들을 상향한다면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러한 행위는 억지로 ‘할당량을 채우는 것’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요. 물론 너무 약한 챔피언들을 그대로 방치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그 챔피언들이 왜 플레이어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는지를 밝혀내야 합니다. 다른 목표의 달성을 위해 다양성 측면에서 한발 양보해야 하는 상황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는 프로 시즌이 거의 끝나갈 무렵, 공격로 교대('라인 스왑') 전략의 사용 빈도를 줄이기 위해 포탑과 관련한 몇 가지 사항을 변경했습니다. 그 변경사항을 적용하면 다양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고 일부 챔피언을 프로 경기로 다시 데려오기 위한 패치가 남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월드 챔피언십을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포탑 관련 사항의 변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제가 실제로 경기를 관람해보니 그 판단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지막으로, 플레이어들은 (심지어 프로 선수들도) 굉장히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챔피언을 선택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챔피언의 능력 외에도 그 챔피언이 재미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 또 챔피언 로테이션에 속해 있는지가 챔피언을 선택할 때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챔피언의 비주얼이나 배경 스토리도 무시할 수 없죠. 상대 챔피언의 변경사항도 챔피언 선택에 영향을 미칩니다. 상대 챔피언이 변화하면 챔피언 간의 상성이나 팀 시너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플레이어들은 상대 챔피언의 아이템이나 특성이 어떻게 변경되었는지도 꼼꼼히 살펴봅니다.




바람직한 다양성이란?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저희는 월드 챔피언십에 모든 챔피언이 등장하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지난 월드 챔피언십에서 5세트까지 이어지는 결승전을 관람하는 행운을 누렸지만 결승전에서 만날 수 있었던 원거리 딜러 선수는 Ruler와 Bang뿐이었습니다. 5판 3선승제 게임의 결승전에서 현실적으로 얼마나 많은 원거리 딜러가 등장할 수 있을까요? 결승전에 진출한 선수들뿐 아니라 원거리 딜러 선수들을 모두 한 자리에 모은다 해도 원거리 딜러 챔피언을 전부 만날 수는 없을 겁니다. 
프로 선수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선호하는 챔피언이 있으며, 저는 이것이 걱정할만한 일이  전혀 아닐 뿐 아니라 오히려 e스포츠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챔피언의 플레이 빈도를 동일하게 만드는 것이 저희의 목표는 아닙니다. 플레이어들이 징크스와 아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의 승률 때문이 아닙니다. 우르곳의 경우에는 업데이트가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언제까지나 틈새를 메워주는 챔피언으로 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희 입장에서도 플레이어 여러분이 우르곳을 지금처럼 사랑해주신다면 이를 문제 삼을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월드 챔피언십에 몇 퍼센트의 챔피언이 등장해야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현재의 40%가 아니라 60%정도면 최적의 비율일까요? 아니면 80%? 그 비율을 조정하려면 저희 쪽에서도 광범위한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스킬이 너무 어려워 진입장벽이 높았던 챔피언의  경우에는 스킬 수준을 하향 조정하고 입문하기가 너무 쉬웠던 챔피언의 경우는 스킬 수준을 상향  조정해야겠죠. 그러한 작업을 마치고 나면 랭크 게임의 상위 티어 플레이어들도 가렌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고, 실력이 그리 좋지 않은 플레이어들도 아지르나 칼리스타와 같은 챔피언의 기술을 한껏  활용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챔피언의 다양성을 높일 수 있는 또 한 가지 방법은 팀당 금지시킬 수 있는 챔피언의 수를 10명으로 늘리고 그렇게 정해진 밴을 2경기 동안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적어도 e스포츠와 조직화된 플레이에서는 꽤 효과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밴을 늘리면 선수들이 종형 곡선의  양 끝을 잘라내기가 수월해질 겁니다. 다시 말해, 가장 높은 인기를 누렸던 챔피언들의 비중은 줄어들  것이고, 어느 정도 인기를 누렸던 챔피언들은 일반 플레이에서 전보다 많은 선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아직 구체적은 작업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밴을 늘리는 방안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사실 오늘 말씀드린 주제들은 대체로 철학과 관련된 사안들입니다. 여러분 중 일부는 프로와 브론즈 티어의 밸런스를 다르게 조정하거나 브론즈 티어가 손해를 보더라도 프로의 밸런스를 조정하는 것이 간단한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상대 챔피언과의 상성이 더 좋은 챔피언을 준비하거나 틈새형이었던 챔피언을 좀 더 보편적 스타일의 챔피언으로 바꾸면 해당 챔피언들의 플레이 빈도가 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저희의 목표에 동의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이건 굉장히 철학적인 문제니까요. 그러나 이제는 저희의 목표를 예전보다 좀 더 잘 이해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저희가 목표를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도움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