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빌지워터 그날 밤

 





 - 잭? 잭이 누구지?


 - 잭 파울웰더, 빌지워터의 진정한 영웅이시지! 잭선장 앞에서는 그림자 빈센트도 꼼짝 못한다네!


  잭 파울웰더? 뭔가 대단한 사람이냥 되는듯 모건의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났다. 엄마가 모르는듯한 표정을 짓자, 모건이 말했다.


 - 아참참, 마리아는 잭 선장에대해 모르겠군... 자, 설명해주지, 그림자 빈센트라고 들어봤나? 맞어, 그 악명높은 해적. 지금 발로란 해협에 그가 대장노릇 하듯 들쑤시고 있지만 유일하게 그를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네. 그가 바로 잭 선장이지. 맘먹으면 그림자는 빌지워터를 그 데드 풀의 무시무시한 대포로 쑥대밭을 만들 수가 있엇어. 하지만 잭 선장 때문에 슬금슬금 노략질이나 하며 기회를 틈타 블루 플레임섬을 집어먹을 궁리를 하고 있지. 

 


 - 잭 선장이 왜 빌지워터를 지키는거지요? / 엄마는 어느샌가 잭 선장이라고 존칭하고 있엇다.



 - 잭 선장은 3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 블루 플레임 섬을 하나로 모으고 국가로 승격시키려 하고 있다네! 국가로 승격하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무역량은 늘어날꺼고! 빌지워터가 국가로 승인받으면 북쪽해안가도 부유해 질것이라네! 하핫!


 빌지워터 대립의 역사는 뿌리가 아주 깊었다. 하지만 그들이 통합되거나 합쳐진 적이 한번도 없는데 그것은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는 사람들 때문이였다. 물론 마을이 발전되어 국가가 되면 좋겠지만, 사람들은 국가보다는 좋은 집과 스테이크를 더 선호했으며 뱃사람들은 자신의 선박과 선원을 가지는 것이 최고인 한편, 정치인들은 정치판으로 출세해 이름을 남기는 것을 최고라고 여겼다. 발전이 안되는 국가는 나름 그 이유가 있는 것이다.


 - 그렇지만 잭 선장께 꼭 하지 말아야 할것이 있네!


 -  뭔데요?


 - 그건 바로 자신을 욕되게 하는 것이네. 글쎄, 배에 어떤 불쌍한 녀석이 비스킷 하나를 집어 먹은것을 찻잔만으로 쳐서 죽였다고 하지!




  모건이 말을 마치자 술집 문이 열리더니 모건의 부하 선원이 나타나 출항 준비가 다 되었다고 말한다. 


 - 그럼 마리아, 난 이만 가겠네!....수고하게!

 - ..............


모건은 모자를 챙기고 서둘러 밖을 나선다.  마리아는 아무 말이 없었다. 마리아는 한창동안이나 모건이 마신 빈 술잔을 쳐다본다. 모건의 말을 듣는 순간 엄마는 시곗바늘이 멈춘것 처럼 얼어붙어 버렸다. 찻잔? 잭 선장? 그림자? 엄마는 이 세 단어를 머릿속에서 낯설게 느껴질때까지 되뇌였고, 뜻을 알아버린 엄마는 모건이 설명해준것과는 다르게 잭 선장을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잠시 잊고있던 단의 마지막 미소가 떠오르는 날이였다.







 - 해적이 나타났다!


  - 이이이이~~하!!

  - 요호호호~~!

  - 우하하하하!!

  


 밤의 기운이 사라지고 새벽의 시작을 알릴때 쯤이였다. 밖에서 들리는 총 소리와 비명소리에 마리아는 잠을 깬다. 그리고 곧 불길한 징조를 느낀다. 머리가 깨질듯이 아프다. 대부분 해적들은 4~5척의 해적배를 끌고다니며 마을을 털고 다녔는데 이번에는 꽤나 큰 규모였다. 해적들은 컴컴한 저녁을 틈타 상륙해, 민가를 습격하기 시작했다.


  쿵! 쿵! 쿵! 


 

  그때였다. 누군가 문을 세차게 두들기는 소리에 엄마는 깜짝 놀란다. 엄마는 재빨리옷장을 열어 세라를 숨긴다. 옷장 문을 닫기 전 엄마는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세,세라.. 여기서 아무 소리도 내지 말고 가만히 있어야해

  - 네? 네....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지만 어딘가 힘이 있었다. 문을 두드리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자 문 밖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린다.


  - 안에 있는거 다 안다! 문 열어어어!


  그 목소리를 듣자 해적이 나타났다는 말이 한층 더 실감나게 되었다. 엄마는 공포감에 질렸다. 머리를 감싸고 해적이 하는 말을 듣지 않으려는듯하며 괴로워 했다. 해적은 문을 몇 차례 더 두드리고 나서야 협상을 한다.



  - 지금 문을 안 열어주면 박차고 쳐들어 가겠드아!!



 어쩔 수 없이 엄마는 손발을 들들 떨며 마침내 문 앞으로 다가섯다. 문고리를 잡고 덜컥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마자, 해적은 문을 발로 걷어차며 들어온다. 문 궤짝이 떨어지는 동시에 그 여파로 엄마는 털썩 바닥에 내팽겨 쳐진다.


  - 으하하하하하! 가진거 다 내놔!!


  - 꺄아아아아아아아!



 마리아가 크게 비명을 지른다. 그것은 자신의 위험을 알리는 비명이였겟지만 어느 누가 해적을 상대할 각오로 사람을 구하겠는가. 엄마를 구해주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엄마가 비명을 질러도 해적은 아랑곳하지 않고 집안에 발을 들인다. 모래로 더럽혀진 장화에선 서걱서걱 소리가 난다. 


 - 오우, 안녕 예쁜이~ / 해적이 엄마의 턱을 잡으며 얼굴을 들이댄다. 럼주의 썩은 냄새가 풍겨온다.


 - .....우리집엔 아무것도 없어요.. 제발...


 -  그럼 저건 생쥐인가? / 해적이 칼로 가리키는 방향에 세라가 서 있었다.



 - 세라!!



  엄마의 비명을 들은 세라가 옷장에서 뛰쳐나온 것이였다. 낯선 남자가 엄마를 추궁하며 두꺼운 손으로 엄마의 얼굴을 매만진다. 꺼끌꺼끌한 피부, 두건을 말아 모자처럼 쓰고 머리를 감은지 꽤 되어 보여, 그물처럼 엉킨 머리칼, 다듬어 지지 않은 수염이 얼굴을 감싸있어 눈과 빨간 딸기 코밖에 보이지 않았다. 옷 밑단이 펄럭거리는 큰옷을 입고 있는 해적. 그것이  세라가 처음 본 해적의 모습이였다.


  - 엄마!!  / 아무것도 찾지 못한 해적이 한손으로 세라를 집어 올린다. 높이 올려진 세라는 발이 닿지 않아 버둥버둥 대며 엄마에게 소리친다.



 - 세라!!  안돼요! / 다급한 목소리로 해적의 바짓단을 잡는다. 



  - 자, 어때? 이제야 협상할텐가? 빈손으로 돌아가면 내 체면이 어떻겟어!?

  -  안돼요... 차라리 저를..... 

  - 야아!  꼬맹이는 아니더라도 그 정도 되는거, 숨기지 빨리 내놓으란 이 말씀이야 흐흐흐...

  - 아...알겠어요..! 그러니 제발 세라를...!



  눈은 충혈이 되고 입에서 악취가 나며 누렇게 썩은이를 드러낸 신사가 협상을 한다. 해적은 번쩍이는 칼을 마리아 얼굴 앞에 들이민다. 결국 마리아는 자신의 받짐고리 안의 숨겨둔 보석 꾸러미를 내민다. 




  - 으와아앙! 엄마!  / 세라가 해적 손에 떨어져 엄마에게 달려가 안긴다.



 보석을 엄마의 손에서 홱 낚아챈 신사는 문을 박차며 돌아간다. 마리아는 집에서 가장 값비싼 물건인 보석을 내주고 만다. 해적들은 이상하게도 약탈할때만 막무가내로, 사람을 죽이진 않았는데, 그것은 '신사적인' 그들만의 룰이였다. 이 일을 예견이라도 한것일까? 달아날때 훔쳐온 한나의 보석을 내주며 또 한번 목숨을 건지지만, 몸뚱아리만 남은 이젠 빈털터리 신세다.

 겨우 7살의 세라는 진짜 해적 앞에서 꼼짝 못한 채, 물건들을 빼앗아 가는 해적들의 등을 바라보기만 했다. 처음보는 해적은 엄마를 꼼짝 못하게 만들 정도로 무시무시했으며 더 이상 세라의 눈엔 멋있는 존재가 아니였다. 




  - 어디 다치신데는 없으신가요??  / 마을 청년이 횃불을 들고 집 문에서 소리친다. 아마도 잭 선장의 부하 중 한명일 것이다. 아, 조금만 더 빨리 왔다면......



  세라는 엄마품에 안기어 한참을 울어댄다. 엄마도 무사하다는 생각에 또 다시 눈물을 보인다.




 - 괜찮아... 괜찮아....괜찮아....


 엄마는 세라에게 연신 괜찮다는 말을 한다. 그말은 점점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것처럼 들린다. 세라를 꼬옥 껴안는다.



  창문 밖 거리에서 잭 선장의 부하들이 외치는 목소리를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 잭 선장 만세!

 - 잭 선장 덕분에 해적들이 물러갔다!

 - 파울웰더님 만세!

 - 우리는 자랑스런 애너벨 니달리의 선원이다!

 - 잭 선장 만세!

 - 파울웰더님 만세!


 

 

 

 빌지워터뿐만이 아니라 북쪽 해안가에도 수배서들이 붙여지기 시작했다. 수배자들을 잡아 관청에 넘기면 일정의 현상금을 받을 수 있었다. 



 



 세라가 다시 친구들을 만났을때였다.

 한동안 아이들의 입에서 '해적' 이라는 말을 들을 수 가 없었다. 그날 처음 본 해적들에 대해 크게 실망하거나, 해적에 대한 환상이 깨지게 되었다. 아이들이 말한 해적과는 사뭇 다르게 모험과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과 거리가 멀어 보였다. 세라가 얘기하던 해적과 전혀 같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이들은 곧 해적보다 잭 선장을 동경하게 된다. 잭 선장은 곧 아이들의 우상이 되어, 놀때마다 잭 선장과 그림자의 편으로 나누어 편을 갈랐다. 잭 선장이 그림자를 눌러 버린것은 잭 선장이 그림자보다 더 강한것을 증명하는 계기가 되었고 강한것은 곧 정의였다. 그것이 아이들이 믿는 공식이였다. 

 

 엄마는 다시 열심히 일해야 했다. 그간 보석들을 팔아오며 생활비를 보충했지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는 월급 말고도 다른 곳에서 수입을 올렸다. 골아 떨어진 선원들의 금품을 슬쩍 했는데, 부수입 치고는 꽤 짭잘했다. 덕분에 어느정도 입에 풀칠은 할 수 있게 되었으며 날이 갈수록 엄마의 손놀림은 능숙해져 갔다. 


 엄마가 퇴근후에 집으로 들어가 저녁을 준비하며 그날 슬쩍한 보석들을 셀때 쯤이였다.





쿵쿵쿵!





 누군가 문이 크게 두드린다. 불안한 기운이 엄습해 온다. 


 - 어서 도망가요! 지금 해적들이 오고 있어요!

 

 문 밖의 마을 청년의 목소리였다. 오 이런... 또다시 해적이라니! 그보다... 세라! 세라가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집을 뛰쳐나간다.



  - 자, 곧장 회관으로 가세요! 


  - 세라! 내 딸 세라 못봤나요??





*연재 속도 맞추려고 이번엔 2편을 함께올렸습니다.... 

너무 길고 엄청난 재미는 아니지만 꾸준히 봐주시는분들 감사드립니다!

아직 할 이야기들이 너무 많지만 제게 주어진 시간이 촉박하네요

잭 선장은 원딜로 유명한 그분(?)도 계시지만 공식 스토리에서 가져왔슴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