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예티들과 사투를 문학으로 승화한 람머스등반객님

글을 정말 재미있게 읽고있습니다.


이 편지는 오늘도 달리시는 람머스님께 바치는 글입니다

저는 그저 지나가는 한낮 예티입니다.

아니 그분의 기억속엔 예티였을 겁니다.


여느 날처럼 롤챗어플을 킨채 추억감상에 젖어

스크롤을 내리던 저는 놀랄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그분과 인연을 맺은 적이 없는데..

왜 이런 대화가 남아있을까요?



그때서야 문득 머릿속을 스쳐가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두달전 쯤인가요.

나는 그당시 다이아5에서 허우적대는 예티였습니다.

모든 다이아5를 예티로 매도하신다면

저는 기꺼이 그 시절을 예티로 인정하겠습니다.



그분과 저는 산에서 우연히 만났습니다.


듀오라고는 해본적이 없는 저였는데


그날따라 왜였을까요


당신과 함께 산을 올라가고싶었습니다


게임은 졌지만 당신은 내 프로포즈를 흔쾌히

받아주었습니다.


우리는 45듀오가 걸리며
정글서폿이 남으면 당신이 가고

나머지라인은 제가 가는 식으로 궁합을 맞췄었지요


우리는 말도 그다지 하지않는 조용한 성격이었기에

등반객들의 멘탈깨는 민폐듀오도 아니었으며

승률도 준수했었지요

행복했습니다.


당장의 등급상승은 없었지만

5할 이상의 승률을 보여주며

게임의 본연의 목적대로 게임자체를 즐기며

나는 당신과 친해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힘들땐 당신이 이끌어주고

당신이 힘들땐 내가 기꺼이 손을 내밀었죠





하지만 영원할것 같은 우정은 한순간에 끝나버리더군요.



아니 애초에 플레티넘1과 다이아몬드5의 사랑은

불가능했던걸까요

당신은 그저 날 한낮 예티로 생각했나요


나는 당신을 믿었는데

당신은 나를 못믿으셨나요.


나는 당신과 끝까지 함께하고싶었습니다



어느날 한 게임을 져버렸죠

아직도 나는 기억이 납니다

내 가방에는 항상 베인이 있었고 난 베인으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누구의 잘못으로 진게 아닌

우리모두의 실수였죠.


하지만 다른 등반객들이 날 매도하기시작했습니다.


"저놈이 베인을 썻기때문이야"


"베인은 등반에 도움이 안되!"


나는 억울했습니다.

하지만 베인을 고른때부터

오랜등반 경험으로부터 흔한일이었습니다

베인이란 물품은 늘 그랬었죠

나는 그들의 비난에 귀를닫고 묵묵히 했습니다.


"...."


당신은 아무 말이 없더군요.


당신도 내가 잘못한거라고 생각했던건가요.


아니 나는 내 편을 들어주기 바란게 아닙니다.


그저 또 다음 등산을 기약하며

마음을 추스리고 손을 내밀어주길 기다렸죠.


하지만 내 소망은 보기좋게 물거품이 되어

눈보라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나는 손을 뻗었지만

당신이 보이지않더군요.


이미 당신은 그 등산객들의

속삭임에 넘어가

나를 버렸습니다



몇달만에 첫 듀오를 했던 나는 큰 상실감에 빠졌습니다.

수십판을 함께한 등산한 사람이

이토록 매정하게 떠날수있는가

라는 슬픔이었죠


그날부터 나는 다시는 그 누구와도 함께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로부터 한달정도가 지났습니다





당신을 찾아보고 싶었지만

이미 당신은 이름을 바꾼 뒤더군요.



그런데 우연히 이곳에 와서 당신의 글을보며

나는 그 등산객이 떠올랐습니다.


당신의 가방엔 람머스가 있었고

위치또한 비슷했습니다

난 처음에 그 사람이 아닐까하는

의문도 있었지만 잠시 그 궁금증은 접어두었죠.





하지만 오늘에서야 이렇게 확신하고 당신을 찾았습니다

당신은 아직도 그곳. 아니 더 내려갔더군요



저는 이때까지 한번도 높이 올라왔다고

생각한적이 없습니다

또한 나의 위치가 자랑스러웠던적도 없습니다

아직도 올라갈곳이 많은 소년이지요


하지만

당신에게만큼은 당당히 자랑하고싶습니다


당신이 매몰차게 버렸던 그 소년은


이제는 당신과 만날수없는곳까지

올라왔다고.



ㅡ이 편지는 산에서 버림받은 한 소년의 자랑스런 외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