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히오스를 하는 찐따다. 오버워치를 하던 일진이 나를 불러냈다. 무슨 일일까?

『야, 너 히오스 하지? 경찰 디바 얻어야 하는데 나좀 도와줘라.』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오금이 저렸다. 5승을 하지 않으면 날 죽일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나는 흔쾌히 승낙을 하고 말았다.

『그래, 좋아. 그럼 학교 끝나고 반에 대기타고 있을테니까 도망갈 생각마라.』

어느덧 시간이 흘러 방과 후, 그 말이 의혹이 들기도 전에 일진이 내 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 청소해야 돼서 조금만 기다려줄래?】
『아씨...뭐가 그리 복잡해. 빨리 하고 나와라.』

청소가 끝나고, 그 일진은 나를 어느 PC방으로 데려갔다. 

"오~ 일진이 오늘은 새로운 친구를 데려왔네?"
『하하.. 히오스좀 하려고요. 얘가 스승이에요.』
"만날 오버워치만 하던 애가 히오스를??? 갑자기 무슨 바람이래..."


PC방 형이 일진과 친한지 잠깐 잡담을 하고나서 자리에 앉았다. 갑자기 스승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일까?

『야, 히오스가 갓겜 됐다는게 사실이냐? 그럼 나좀 가르쳐 줘.』

일진이 이런 말을 하게될 줄이야...! 나는 5승 할 때까지 집에 안 보내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뜻 밖의 말이 나와서 놀랬다.

【알았어. 그럼 가르쳐줄게. 오버워치 해봤으니까 트레이서를 골라보자. 트레이서는... 】


MOBA 게임은 한 번도 안해봤는지 처음엔 허둥지둥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느낌을 잡았는지 꽤 빠른 속도로 실력상승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거 잘하는거 맞긴 하냐?』
【잘하고 있어.그럼 우리 이제 빠대 가보자.】

일진과 빠대를 하게 되었다. 여태까지 난 같이할 사람이 없어 혼자 준비완료 버튼을 눌렀는데, 어쩌다 보니 일진과 준비완료 버튼을 누르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신경 건드리면 안될텐데... 많이 걱정된다.



『와 나, 이거봐라? 미쳤나. 겁나 신경 거슬리게 하네. 야 좀 와서 도와줘!』

시간이 흘러 선불시간이 곧 마감된다는 소리가 들렸다. 몇 판 동안  빠대를 돌렸지만 2승 밖에 하지 못했다. 

『히오스도 나름 재밌네. 너 내일 시간 되냐? 내일도 가르쳐줘라.』



그렇게 다음 날, 그 일진은 어김없이 방과 후에 날 기다렸고, 어제처럼 일진과 PC방에서 히오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오늘은 그렇게 운이 좋지 못했는지, 적 팀에 고수가 많아서 1승 밖에 하지 못했다. 난감한 상황이 왔을 때 대처법 같은 조언을 해주었지만, 초보 실력에 능숙하게 해내는건 무리였나 보다.

【내일이면 완료할 수 있을 것 같아.】
『어 그러냐? 그럼 내일 시간 돼?』
【내일은 집에 일이 있어서 안되고, 모레나 가능할 것 같아.】
『어, 그래. 그럼 모레 다시하자. 근데 처음엔 스킨만 얻고 그만두려고 했는데 이거 은근 재미있더라.』

그 말을 듣자마자 막 개화하는 꽃처럼 웃겨 웃음이 나와버렸다. 큰 일 났다. 일진 무서운 애라고 알고 있었는데, 웃어버렸으니 난 죽겠다.라는 생각을 하자마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뭔 심각한 일이 있다고 그러냐? 그럼  금요일에 보자.』


내 생각과 다르게 일진은 아무렇지도 않았는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집에 잘 들어가라며 인사 해주었다. 
 

다음날이 되었다. 지겨웠던 수업시간이 끝나고, 청소를 하려는데 밖에서 일진의 말이 들렸다. 

"어? 너 왜 여기있냐?"
『아 잠깐 볼 일좀 있어서.』
"아, 그래? 나 보러 온 줄 알았네. 설마 걔 또 괴롭히려고?"
『됐고, 신경이나 끄시지?』

그 볼 일이라는게 나 때문은 아니겠지?청소를 하고 나니 시들어진 파 처럼 기운이 다 빠져버렸다. 집에 가려는데 일진이 뒤에서 불렀다.

『야, 잠깐만』

그랬다. 결국 그 볼 일이라는게 나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 오늘 일이 있어서 집에 진짜 가봐야 하는데... 설마 강제로 PC방 잡아 끌려고 그런건가 싶어 초조해졌다.

【나 부른거야?】
『어, 물어볼 게 좀 있어서. 히오스는 다이아 다는게 그렇게 어렵냐?』

무슨 일인가 싶었더니, 일진의 친구가 히오스에서 다이아를 찍는거에 10만원 빵 하자는 소리를 해서 나한테 묻는 것이었다.

【롤과 다르게 어렵지는 않지.】
『아 그래? 오버워치랑 비슷해?』
【오버워치 보다는 좀 더 어려워.】
『ㅈ됐네. 10만원 뜯기기 싫은데. 알았다. 잘 가.』


다음날 학교를 마치고 어김없이 일진과 PC방을 가고 있었다.
『지금 나 정도면 어느 티어냐?』


그 말을 듣자마자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몰랐다. 브론즈5도 아니고 딱 언랭 그 자체인데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생각하고 있었을 찰나.

『에휴. 됐다. 이정도면 브론즈나 실버겠지 뭐. 빨리 가기나 하자.』


이틀만에 빠대를 돌리는데, 일진의 피지컬이 다소 달라진게 눈에 보였다.

【너 뭐했길래, 갑자기 이렇게 잘해졌어? 엊그제와는 딴 판인데?】
『자식...놀랬냐? 이건  형 만의 비법이란다. 』


엊그제와는 다르게 위험할 때 능숙하게 자리에서 잘 빠져 나오는게 이 정도면 영리를 시작해도 될 정도의 실력이라 놀라워 하고 있었는데 일진이 말을 꺼냈다.

『10만원 빵 내기 때문에 거슬려서 HGC? 그 것좀 보고 나니까 이렇게 되더라.』


2달 걸려서 겨우 감을 잡은 나와는 확실히 다르다. 내가 조언했던 프로 경기 몇 번이나 봤다고 저렇게 실력이 상승되는건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이거 왜이러냐? 개쉽네. 얘네 사람 맞아?』
【니거 너무 잘해져서 그렇게 느끼는 거 같은데?】
『지금 나한테 추켜세우는거야? 기분은 좋네.』

저번에 했던 것들과 다르게 오늘은 연전연승을 하였고 얼마 하지도 않아 가볍게 경찰디바 스킨을 얻게 되었다.

『오~ 드디어 경찰 디바다. 잠깐 구경좀 할게.』
『 올..이거 완전 까리한데?』


일진의 컴퓨터를 슬쩍 봤는데 보이는건 눈부신 황금빛마크였다. 저런 마크는 주위에 본 적도 없었는데, 새삼 일진이 놀라워졌다. 갑자기 이렇게 잘해질 수 있는걸 보니 괜히 마스터가 아니었나보다. 

『놀랬냐? 크큭. 너도 오버워치 배우고 싶은 말해. 형이 알려준다. 처음엔 5승 어떻게 해야하나 갑갑했는데 내가 운이 좋았네.』

난 딱히 오버워치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지라, 대충 흘러 들었다. 하지만, 다음 말에서 내가 잘못 들은건가 싶을 정도로 일진이 예상 밖의 말을 꺼냈다.

『그러고보니 너 번호 뭐냐? 괴롭히는 애 있으면 나한테 말해. 처리해줄게.』
【어... 내 번호는...】


그렇게 PC방에서 나오고 일진이 갑자기 나한테 어깨동무를 한다. 처음엔 일진이라서 무서웠는데 계속 지내다보니 나름 괜찮은 애인거 같았다. 

『니 덕분에 경찰스킨 얻고 고맙다. 괴롭히는 애 있으면 나한테 연락 해.』
【어... 그래.】


『근데, 나 다딱이 10만원 빵 했는데, 이 것도 좀 도와주라. 크크크큭.. 도와줄거지? 내 스승이잖아.』 
【지금 나한테 도와달라고 작업하는거야?】
『쓰읍...』
【알았어. 할게. 그 대신 내 오더에 잘 따라줘.】
『알았다. 뭐 먹고 싶은거 있냐? 같이 먹으면서 집에 가자.』


처음엔 승리의 노예가 될 줄 알았는데, 어쩌다 보니 일진 녀석의 코치가 되어버렸다. 평소 같았으면, 무서워서 말도 못 꺼냈을텐데 앞으로의 학교 생활이 더 즐거워 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고마워요 다비리. 덕분에 좋은 학교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