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IEM 에서 우리는 다소간의 기대와 희망을 품었다. 락스와 콩두라고 하는 LCK 하위권 팀이 출전하였지만, 그들의 기량이 올라가길 바라는 마음과 국제대회에서 좋은모습을 어느정도 보여주기라도 하기를 바랬다.

콩두는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문제점을 보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조기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락스는 콩두와 다르게 4강에 안착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를 품게했다.

락스 다이서즈, 주사위 등 기복에 관한 다양한 평가를 받는 락스의 모습을 보면서 늘 회자되는 '슈퍼플레이'와 '스로잉' 사이의 그 어떠한 위치에 대해서 고민을 품게 되었다.

하지만 4강에서 우리는 몇가지 충격적인 사실을 보게 되었다. 1인텔=2용준=180엑페 라는 새로운 공식을 내놓으면서 압도적인 퍼즈를 자랑한 모습과 유럽 맹주로 평가받는 G2의 모습, 그리고 락스의 경기력 기복의 끝을 보게 되었다.


기나긴 퍼즈시간에 이어 긴 경기시간 등 집중력을 유지하기에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락스가 보여준 3세트 중반부터의 경기력은 집중력이 흩어졌다고 하기엔 너무나 충격적인 수준의 경기력이였다. 커뮤니티에서 수없이 많은 비난을 맞이한 락스, 그들이 3세트에서 보여준 플레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락스라는 팀의 문제점과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을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우선 기본적으로 락스의 조합은 아지르와 진을 통한 원거리 대치구도의 장점, 쉔을 이용한 스플릿 운영과 자이라를 통한 받아치기, 카직스를 이용한 딜 보충 등 안정적인 조합에 가까웠다. G2의 경우에는 마오카이를 통한 안정적인 탱킹과 아이번을 통한 유틸 및 생존에 치중하면서 카시와 시비르, 말자하를 가져감으로써 인파이팅에 강점을 보여주는 조합이였으며, 전투의 지속력을 보장하는 조합을 가져갔다고 볼 수 있었다.


경기시간 23분까지 락스는 주도권을 움켜쥔 상태였다. 안정적으로 경기를 유지하기만 해도 충분히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 G2가 싸움을 걸기 위해서는 마오카이의 뒷텔 혹은 점멸+뒤틀린전진을 통한 이니시와 시비르의 사냥개시, 말자하의 점멸+황천의 손아귀 뿐이였다. 이 모든 이니시는 자이라의 침착한 대응과 쉔의 궁극기만으로 받아치기 용이했으며, 아지르 역시 궁극기로 한번 받아 넘기기만 해도 상대의 노림수를 모두 무효화 할 수 있었다.

실제로 G2는 락스의 운영과 움직임에 흔들리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25분경 바론 앞 지역에서 펼쳐진 한타에서 락스의 의아한 플레이가 나오기 시작한다.

바론지역에서 서로 시야싸움을 벌이던 도중, G2가 칼을 빼들어 마오카이의 뒤텔에 이어지는 한타를 시작한다. 마오카이는 텔로 도착함과 동시에 점멸을 통해서 자이라의 스킬을 피해내고, 자이라를 묶어준다. 이 상황에서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은것인지 상윤은 바론 앞지역, 미키는 미드지역에 위치하게 되고, 자이라를 깔끔하게 포기하면 되는 상황에서 아지르의 의아한 무빙으로 자이라와 아지르 둘이 끊긴다.


레드지역에 시야싸움을 벌이던 시점에서 미키가 우왕좌왕 미드라인 근처에서 방황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아이번이 데이지를 뽑는걸 확인하자마자 아군과 합류한 상태에서 황제의 진영으로 진입만 어느정도 방해했더라도 G2의 노림수는 손쉽게 무위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 교전에서 이득을 취한 G2는 바론을 시도하는데, 여기서는 락스의 팀적인 콜이 빛났다. 상대 챔피언이 모여있는걸 본 린다랑이 상대 챔피언을 도발로 한곳에 모아두고 버티는데, 딜 중지인 상황에서 바론의 에어본을 포착하고 이 타이밍에 맞춰서 진의 커튼콜 4타와 카직스 공허의가시 및 강타를 통해 스틸에 성공한다.

락스의 콜이 계속해서 이런식으로 이어졌다면, 분명 경기의 결과는 더 좋은 방향으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후로 이런 깔끔한 플레이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바론과 락스의 팀플레이! (출처 : Twitch OGN_LoL IEM World Championship Katowice 2017 - Day4)

 

락스는 앞서 스틸한 바론을 바탕으로 운영적인 이점을 굴려나간다. G2는 32분경 바론 재생성에 맞춰 미드로 몰려나오는데, 이 상황에서도 락스의 플레이는 의문투성이이다. 바론의 재쟁성시점에 화염드래곤을 챙길 이유가 우선 전혀 없었다. 상대의 움직임은 미드 라인을 통해서 파악된 상황이였고, 상대의 바론 의도를 짐작한 쉔이 텔레포트로 미드에 합류하고 있음에도 카직스는 드래곤을 마저 잡고 바론지역으로 올라온다.

이 시점에서 락스가 간과한 부분은 우선 상대 조합이 바론을 사냥하는 속도가 느린조합이 아니며, 성장이 미흡하지 않다는 것이였다. 또 LCS지역의 경우 바론의 가능성이 보이면 주저없이 시도한다는 점 역시 간과하였다. 즉, 상대방에 대한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상대방을 무시하는 생각이 다소 깔려있다고밖에 볼 수 없는 플레이였다.

G2가 바론을 무난하게 챙긴 상황에서 락스는 이대로 상대를 보낼 수 없기에 한타를 선택하는데, 여기서 또 한번 이상한 플레이가 나온다. G2는 바론을 챙기는 상황에서 진형이 다소 모여있었다. 이를 보고 자이라가 점멸+휘감는 뿌리와 올가미덩굴로 적을 모두 묶는 기가막힌 플레이를 보여주는데, 미키가 이상황에 같이 들어가면서 카시의 궁극기를 맞게된다.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보면, 카직스는 미드를 막 지난시점이고 쉔이 자이라의 스킬에 호응하기 위하여 진입하고 있는 상황이였으며, 상윤의 진은 커튼콜로 멀리서 딜을 지원하는 상황. 즉, 모여있는 적에게 계속해서 딜을 넣을 챔피언은 아지르뿐인 상황이였다. 하지만 미키는 과감하게 적에게 달려들어 석화의응시를 맞고 딜을 전혀 하지 못하게 된다.

만일 아지르가 조금 더 침착하게 아군을 믿고 후방에서 딜만 했다면, 바론을 내주었어도 충분히 상대에게 큰 피해를 주고, 인원상의 이점을 바탕으로 적의 탑지역 억제기정도는 가져갈 수 있었을 것이다.


​아지르가 쉔과 함께 움직였다면...  (출처 : Twitch OGN_LoL IEM World Championship Katowice 2017 - Day4)


 

38분경 상대 말자하를 끊어낸 락스타이거즈는 탑지역 억제기를 꺠기위해 진격하는데, 여기서 또 한번 미키의 의아한 플레이가 나온다.

상대 말자하가 없는 5:4구도에서 자연스럽게 포탑이 없는 탑지역 억제기를 부수러 올라온 락스는 억제기를 치는데, 미키의 포지션은 다시한번 앞지역에 자리잡는다. 상대가 막으러 오는것을 저지하기 위해서 압박을 넣으려는 시도는 이해하지만, 수은장식띠를 간 이유를 전혀 보여주지 못하면서, 상대에게 스킬을 맞고 사망하게 된다.

이 시점의 플레이를 보면 어느정도 이해는 할 수있다. 아이번의 속박을 맞았지만, 수은이 아직 있으며 쉔이 궁극기를 자신에게 탔으므로 쉔에게 거리를 주기위해 바로 물러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마오카이와 카시오페아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상황에 이어지는 CC의 존재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음에도 바로 풀고 뒤로 빠지지 않은 판단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이다.

만일 여기서 아지르가 상대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고 바로 뒤로 빠졌다면, 쉔의 궁극기는 다소 아쉽게 빠지지만 탑지역 억제기를 파괴하고 충분히 안전하게 살아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와드(붉은 동그라미 안)를 통해서 마오카이의 위치가 파악되었다.  (출처 : Twitch OGN_LoL IEM World Championship Katowice 2017 - Day4)

 

G2는 이 승리를 발판으로 장로드래곤을 챙기고, 40분경 미드에서 이니시를 여는데, 여기서도 미키의 플레이는 또 문제가 된다. 말자하가 점멸+황천의 손아귀로 아지르를 문 상황에서 다시한번 쉔의 궁을 받으며 상대방 한복판에 들어가서 궁극기를 쓰고 산화한다. 조합상 아지르의 역할은 이니시나 슈퍼플레이가 요구되는 포지션이 아니다. 먼거리에서 모래병사를 통한 상대방을 견제하는 플레이와 한타에서 후방에 자리잡고 지속적으로 딜을넣는 플레이 그리고 황제의 진영을 통해서 사거리가 짧은 상대 챔피언들의 접근을 막는 플레이가 아지르가 해야할 그리고 조합상 요구되는 플레이이다. 하지만 미키는 무슨이유에선지 말자하의 궁극기를 수은으로 풀어내고 상대 한복판에 들어가 궁극기를 쓰고 죽어버린다. 게임의 상황은 더이상 락스에게 유리하지 않으며, 자신들이 상대방보다 성장이 뛰어난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펼쳐진 플레이였다.


 

​아래쪽에 모래병사를 소환하고 위로가버릴줄은... (출처 : Twitch OGN_LoL IEM World Championship Katowice 2017 - Day4)


 

쉔의 궁극기를 받았을때, 쉔의 궁극기를 받은 챔피언이 상대방과 거리를 좁혀주며 쉔의 도발을 맞추기 쉽게 해주는 플레이는 좋은플레이가 맞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쉔의 궁극기가 다소 아쉽고, 쉔이 다소 힘들더라도 뒤로 빠지거나 물러날 줄 알아야함에도 미키는 오로지 전진만을 선택하였다. 쉔의 궁극기는 엄연히 아군을 보호하기 위한 용도이다. 이니시를 거는 상황이 아니라면, 쉔의 궁극기를 받았을때 자신이 딜러라면 응당 후방으로 빠져서 상대의 노림수를 받아치는 플레이를 하는것이 일반적임에도, 이해할 수 없는 플레이가 나왔다.


48분경 경기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탑과 바텀 억제기를 내준 락스는 미드로 진격하여 32분경에 G2가 보여줬듯, 바론을 버스트한다. G2가 바론지역 시야와 정글지역 와드를 뺵빽히 했음이 자명한 상황에서 바론을 먼저 치면서 스스로 진영을 붕괴시키고, 상대의 진입을 용이하게 만들어준다.

상대의 탑과 미드를 제외한 모든 챔피언의 위치가 바론 근처임을 파악한 상태에서 시도한 버스트는 근거가 하나도 없는 플레이였다. 바론을 버려두고 취할만한 다른 그 어떠한 오브젝트도 없었으며, G2는 대치구도만 유지하여도 유리한 상황이였다. 또한 바론을 쳐서 상대를 끌어내고자 하였다면, 상대의 움직임을 보고 빠지는게 옳은 판단이지만 콜이 나뉘었는지 일부는 빠지려는 무빙을 보이고 일부는 계속해서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진영이 무너진 상태에서 펼쳐진 한타는 당연하게도 압도적인 패배로 연결되었고, 경기는 그대로 G2의 승리로 끝이 났다.

돌을 던지는 플레이라도, 납득할만한 플레이가 있다. 하지만 이 바론시도는 그저 '빨리 경기를 끝내고 싶다' 라는 생각으로 시도했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 역전에 대한 희망이나, 승리에 대한 염원보다도 이 경기를 빨리 마무리 짓고싶다는 욕심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여기서도 와드(붉은 동그라미 안)를 통해서 적의 위치가 파악된 상황이였다. (출처 : Twitch OGN_LoL IEM World Championship Katowice 2017 - Day4)


전체적으로 봤을때, 락스의 교전상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항상 쉔의 궁이 아지르에게 들어가고, 아지르는 이를 호응하기 위하여 상대방과 최대한 가까운 위치를 잡는다. 또한 아지르의 플레이는 무언가를 만들고자 하는 욕심이 보이는 플레이가 계속해서 반복된다.

내부의 상황은 온전히 알지 못하지만, 지켜보면서 느껴지는 점은 팀원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쉔의 궁이 아지르에게 떨어진다고 아지르가 전방에 위치할 필요도 없으며, 팀의 조합상 자신이 특별한 무언가를 해내서 경기 양상을 만들 필요도 없었다.

조합에서 맞춰진대로, 팀의 운영방식대로 그대로 각자 자신의 역할을 하면 충분히 이길만한 경기임에도, 무슨 이유에선지 자신이 게임을 만들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다.

슈퍼플레이와 스로잉은 종이한장차이이지만, 슈퍼플레이의 기반은 팀원에대한 믿음과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낼때 만들어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흔히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하던가, 락스의 모습을 보면서 주사위처럼 기복이 있음에도 응원하였던 이유는 그들이 최소한 납득이 가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기대를 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3세트 중반을 넘어서 보여준 플레이는 많은 팬들을 실망시켰으며, 프로정신이 느껴지지 않는듯한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플레이에서 실수가 나오는 부분은 팬들이 납득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기 때문에, 이를 가다듬으면 충분히 나아질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락스의 모습은 실수라고 보기엔 너무나 문제될 부분이 많았다.

이 패배를 교훈삼아서 비록 주사위 같은 경기력일지라도 팬들이 납득할만한 경기를 보여주는것이 맞지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