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관에게 붙잡혀서는 다른 일행들이 물가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동안 점심식사를 책임지게 된 M16A1과 AR15.  그런데 냄비며 국자 같은 걸 높이 들어올린 채 여기저기 뜯어보는 M16A1과 모닥불을 나뭇가지로 툭툭 건드리면서 불안해 보이는 표정을 짓는 AR15의 표정을 보니 어째서인지 결말이 보이는 것 같다.

"...뭘 만들어야 하지?"

"마인드맵에 레시피 같은 거 하나도 업로드 안 했어?"

"그러는 너는 있냐?"

"아니......"

AR15가 M16A1을 타박하자 발끈해서는 반문하는 M16A1.  그러자 AR15도 딱히 다를 건 없었는지 시무룩해져서는 애꿎은 장작만 만지작거리기 시작한다.  냄비에 물 담는 것조차도 못하는 자신들의 한심한 모습을 보면서 두 명은 지휘관이 얼마나 재주가 많은 사람인지 새삼 깨달았다.  어쨌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 뭐라도 만들기 위해서 가져온 식재료들을 뒤적이기 시작하는 M16A1과 AR15.  한동안 냉장고를 뒤적거리던 M16A1이 감자를 꺼내온다.

"감자 있는데."

"넣어."

"여기 양파도 있고 허브처럼 생긴 것도 있는데, 이것도 넣을까?"

"그것도 넣어."

"아무리 간단하게 만든다지만 그래도 고기가 있어야 든든하겠지."

"물론."

"탄수화물이 없으면 섭섭하니까 밀가루도 넣자."

"좋아."

눈에 보이는 건 죄다 조금씩 가져와서는 냄비에 쏟아넣고는 물을 붓고 불 위에 올려놓는 M16A1과 AR15.  그런데 손질이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안 보인다.  게다가 불이 강한 모양인지 모닥불에 올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검게 그을리기 시작하는 냄비.

"...이대로 괜찮을까?"

"글쎄."

"글쎄라니, 전부 네가 OK 해서 넣은 거잖아."

"이것들을 넣자고 먼저 말한 건 너잖... 응?"

그 시간, M4A1과 SOP2와 RO635가 개울가에서 물장구를 치고 있는 모습을 느긋하게 앉아서 바라보고 있던 지휘관은 어디선가 흘러들어오는 타는 냄새 때문에 뒤를 돌아보았다.  캠핑장 쪽에서 불길해 보이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잠깐 올라갔다 올게!!"

"네?  왜요?"

"그러지 말고 지휘관도 같이 놀자~"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혼자 안 들어오시려고요?"

"아하하, 그럼 금방 돌아올게!!"

팀원들의 외침에 적당히 둘러대고는 캠핑장으로 돌아가는 지휘관.  그곳에는 M16A1과 AR15가 있어야 할 자리에 검댕을 뭍히고는 냄비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무언가를 이리저리 휘저으면서 고민에 잠겨있는 두 형체가 있었다.

"어, 어... 이건 대체......"

"아."

그 검은 형체들의 정체는 바로 M16A1과 AR15였다.  아무래도 뭔가 만들어 보려던 게 잘 안 된 모양이다.  일단 캠핑카 안에서 수건을 두 장 가져와서 그녀들에게 건네주는 지휘관.

"일단 얼굴이라도 좀 닦아.  그나저나 무슨 짓을 했길래 냄비에서 연기... 가......?"

냄비 안을 들여다보고는 말문이 막히는 지휘관.

"...그냥 내가 점심 만들게.  내려가서 놀고들 있어."

"......"

그리고는 헛웃음을 지으면서 까맣게 타버린 냄비를 들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것을 하수구에 버리는 지휘관.  그리고 그런 지휘관의 눈치를 보면서 슬금슬금 시냇가로 내려가는 M16A1과 AR15.  그녀들이 나타나자 먼저 내려와 있던 다른 팀원들이 지휘관의 행방을 물어본다.

"엥?  지휘관은 어디 가고 먼저 내려왔어요?"

"그, 그게 있잖아......"

M4A1의 질문에 얼굴을 붉히더니 M4A1의 시선을 슬슬 피하면서 자신들이 만든 '요리가 되고 싶었던 무언가' 를 보고는 그냥 지휘관이 식사 준비를 하겠다고 하고는 자신들을 내려보냈다는 이야기를 하는 M16A1.  그러자 M4A1이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그녀들을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뭐야, 뭐야?  무슨 일 있어?"

작은 파도를 일으켜서 RO635를 휩쓸리게 하고 있던 SOP2가 그 장면을 보고는 물 밖으로 나와서 셋의 대화에 끼어든다.  SOP2의 등 뒤에서 전혀 깊지도 않은데 혼자 정신줄 놓고는 허우적거리고 있는 RO635의 모습이 보이지만 그냥 무시하자.

"하아아, M16이랑 AR15가 점심식사를 성대하게 망쳐놓았다고 하네요."

"푸흡-"

M4A1의 말을 듣고는 M16A1과 AR15를 빤히 쳐다보며 피식 웃는 SOP2.  그러자 M16A1과 AR15가 발끈해서는 SOP2에게 덤벼든다.

"웃지 마!!"

"그러는 너는 뭐라도 만들 줄 알아?"

"물론이지!!  전자레인지 정도는 쓸 줄 안다고, 저번에 지휘관에게 햄버그를 데워주니까 잘 했다면서 칭찬도 해 줬는걸!!"

"......"

전자레인지를 쓸 줄 안다는 이야기를 아주 자랑스럽게 하는 SOP2의 모습을 보고는 머리에 힘줄이 돋아나다 말고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짓는 둘.  그렇게 SOP2에게 따지려고 하는데 M4A1의 말이 그녀들을 가로막는다.

"그러는 두 사람은 그거라도 할 줄 아세요?"

"윽."

M4A1의 허를 찌르는 공격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고개만 숙이는 M16A1과 AR15.

"너희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저 뒤에서 한참 동안 자기 자신과의 무의미한 싸움을 하고 있던 RO635가 물에 빠진 생쥐 꼴을 한 채 비척비척 걸어온다.  머리카락이 얼굴에 덮혀서 방향을 잘 못 잡는 RO635를 보고는 한숨을 쉬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올려주는 M4A1.

"아, 고마워.  그런데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길래 이렇게 열이 올랐어?"

"마침 잘 왔어요, RO!!  글쎄, M16이랑 AR15가 요리를 망쳐 놓고는 지휘관에게......"

"잠깐!!  떠넘긴 건 아니라고!!!"

"왜 없는 말을 지어내?"

이번에는 M4A1에게 으르렁거리기 시작하는 M16A1과 AR15.  그에 질세라 M4A1도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는 그녀들과 대치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RO635는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SOP2."

"응, 왜?"

[퍽- 퍽- 퍽-!!]

"아악!!"

한창 싸우고 있는 셋의 뒤통수에 한 방씩 먹이는 RO635.  그리고는 어리둥절해있는 SOP2를 부른다.

"M4A1은 네가 끌고 와 줘.  이 두 녀석은 내가 끌고 갈게."

"아, 응......"

RO635의 단호한 말에 SOP2가 어리둥절해하면서도 M4A1의 뒷덜미를 잡고는 RO635의 뒤를 따라서 캠핑장으로 향한다.  캠핑장에 도착하자 어느새 깨끗해진 냄비를 보고 있던 지휘관이 반갑게 그녀들을 부른다.

"아, 마침 부르려던... 저 셋은 왜 저래?"

"어흠, 별 것도 아닌 걸로 싸우고 있길래 억지로 끌고 왔어요."

"지휘관, M4A1을 잡아왔어.  나 잘 했지?"

"어? 으, 응... 식사 준비 다 됐으니까 앉아."

영문을 알 수 없는 RO635와 SOP2의 말에 결국 지휘관은 그냥 모르는 게 약이겠거니 생각하고는 세팅이 끝난 테이블 위에 냄비를 올려놓고 RO635에게 뒤통수를 맞아서 정신 못 차리는 M4A1, AR15, M16A1을 깨워서 자리에 앉힌다.

"일단은 가벼운 메뉴로 준비했어."

지휘관이 만든 요리는 비프 스튜와 비스킷, 그리고 과일이었다.  테이블 주위에 둘러앉아서는 점심을 먹기 시작하는 일행.  그런데 식사를 하고 있던 RO635가 문득 무언가를 떠올리고는 지휘관에게 질문한다.

"그나저나 대체 저 두 녀석이 무슨 짓을 했길래 지휘관이 직접 요리하신 거에요?"

"어흠."

"...?"

RO635의 질문에 M16A1과 AR15를 힐끔 바라보고는 헛기침을 하면서 얼버무리는 지휘관.  RO635가 시선을 옮기니 M16A1과 AR15가 식사를 하다 말고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 안쓰러운 모습에 RO635는 더 이상 캐뭍지 않고 조용히 식사나 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조용한 점심식사가 끝나고, M4A1은 사람 수에 맞춰서 차를 끓이고 있었고 SOP2는 M16A1에게 업혀서는 캠핑장 주변의 경치를 둘러보고 있었고 RO635는 텐트에 들어가서는 낮잠을 자고 있었고 AR15는 지휘관과 함께 캠핑카 안에 들어가서는 뭔가를 열심히 뒤적거리고 있었다.

"분명히 배달 온 물건 중에 있었던 것 같은데......"

"아, 혹시 이건가요?"

"오오, 그거야!!"

AR15가 큼지막한 빔 프로젝터를 꺼내오자 지휘관이 그것을 받아들고는 즐거운 표정으로 그 프로젝터를 받아들고는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한다.

"저녁에 불 피워놓고 이걸로 영화까지 틀면 분위기 장난 아니겠는데?"

"오오......"

지휘관의 말을 들은 AR15가 그 장면을 상상하고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한다.

[똑똑-]

"지휘관, 차 다 끓였어요."

"아아, 고마워.  금방 나갈게!!"

그리고 시작되는 티 타임.  차 한 잔과 함게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니 어느새 하늘에는 노을이 지기 시작했고 캠핑장은 햇빛 대신 미리 준비해 둔 조명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그럼 오랜만에 제대로 불 좀 피워 볼까?"

"와아아아!!!"

지휘관의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숯과 그릴, 그리고 고기가 준비되었고 그렇게 여름밤의 바비큐 파티가 막을 열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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