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의 시작 노무현 정부
   
   2000년 이후 들어선 세 번의 정권은 어땠을까. 2003년 시작된 노무현 정부를 보자. 앞서 말한 대로 노무현 정부 초기 한국 경제는 김대중 정부에서 벌어진 버블과 차입 부실이라는 짐을 그대로 넘겨받았다. 평가가 엇갈리기는 하지만 노무현 정부 초기에도 과거 압축·고도 성장기에 드러났던 경제 운용 문제와 관제경제의 약점이 제대로 수정되지 못한 채 이어졌다.
   
   카드사태를 거친 2000년대 초, 당시 한국 경제는 옆 나라 중국의 폭발적 성장과 마주했다. 개혁·개방을 통해 1990년대부터 성장의 맛을 본 중국이, 1990년대 말부터 세계의 공장으로 등장하며 매년 10% 이상 성장했다. 당시 중국 경제의 성장세는 대단했다. 노무현 정부가 시작된 2003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0%였다. 이후 2004년 10.1%, 2005년 11.3%, 2006년 12.7%, 2007년에는 무려 14.2%까지 폭등했다.
   
   중국만이 아니다. 세계 경제성장률 역시 최저 4.3%(2003년)에서 최고 5.6% (2007년)를 오르내렸다. ‘2000년대 세계경제의 안정적 성장기’란 평과 함께 21세기 첫 번째 골디락스(goldilocks)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시기 한국의 경제는 상대적으로 불안했다. 성장률 역시 상대적으로 저조한 상태에 빠졌다. 2003년 카드사태 충격은 경제성장률을 2.9%로 주저앉혔다. 2004년과 2005년은 각 4.9%와 3.9%로 널뛰기 성장을 했다. 2006년과 2007년 5.2%와 5.5%로 외형상 5%대 성장을 했지만 내용은 답답함 그 자체였다. 
   
   이유가 있다. 2003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4.3%였고 이후 2004년 5.4%, 2005년 4.9%, 2006년 5.5%, 2007년 5.6%나 됐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노무현 정부는 단 한 해도 세계 경제성장률을 넘어 보지 못했다. 경제구조가 비슷한 대만과 비교해도 한국의 경제성장률과 경제 운영은 후한 점수를 받기 힘들다.
   
   1998년 외환위기의 후유증과 2000년대 초 IT버블·카드사태에 따른 방어적 경제 운영, 또 상대적으로 분배를 내세웠던 정권의 성격이 이런 답답함을 불러왔다는 평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경제 흐름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던 게 더 큰 문제였다. 고질적 관제경제의 악습이 수정되지 못한 채 경제가 운영됐던 점 역시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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