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문 --------------------


긴 글을 읽기 싫으신 분들은 맨 아래 요약된 내용을 봐주세요


2000년대에 들어서며 가정에도 인터넷이 보급되고

온라인 게임에서 욕설을 듣는건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습니다

빠른 인터넷의 보급과 성장은 네티켓의 수준까지 끌어올리지 못했고


지금도 아동과 청소년 심지어 성인들까지도

자신들이 하는 욕설이 무슨 뜻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채

무분별하게 욕을 내뱉는 사람들이 아주 많습니다


(실제로 저도 철없던 시절, 학교에서 친구들과 욕을 내뱉었었지만

옆을 지나다 듣게 된 담임 선생님의 가르침에

스스로 욕의 뜻을 찾아보게 되었고 이후로는 욕설을 함부로 입에 담지 않았습니다

대신 반인륜적인 일을 목격했을 때는 현대인이 쓰는 흔한 욕이 아닌 옛스런 욕을 함)


현실에서 마주한 채 욕을 하는 것도 나쁘지만

인터넷이라는 익명성에 가면을 쓰고

타인에게 상처 주는 말을 죄의식 없이 하는 것은 아주 비겁한 행동이며

본인들에게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이 글을 보신 분들께서도 이로 인해 아주 작더라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 이 글을 씁니다



-------------------- 후기 --------------------


저는 양반은 못 돼도 선비 기질이 있어서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고 생각하여

착하지는 않지만 나쁘지도 않게 살아왔어요



근데 어느날인가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온라인 게임을 하는 도중

알 수 없는 이유로 욕설과 패드립을 당하였습니다


(ㅅㅂ놈, ㅈ같다는 욕설과 더불어

어머니를 사지절단 해버리고 저승사자인듯 죽음을 예고)



평소 트롤러나 비매너 유저는 차단하고 게임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라

간단하게 그만하라고 하고 게임을 했지만

게임 내 신고를 하던지 고소를 하던지 말던지

그런건 겁나지 않는투로 얘기 하더군요


그렇게 그 날도 가정교육의 중요성과 어디로 갔는지 모를 네티켓을 실감하며

한번뿐인 인생은 곧 실전이라는것을 알지 못하는 어린양들을 안타깝게 생각했죠


뭐 게임 내 제재 시스템이 워낙 솜방망이 수준이라 두려워하지 않았던것 같습니다

(자세한건 제가 제재 당한적이 없어서 모르겠습니다만 제재를 제대로 했으면 패드리퍼가 없었겠죠)



당신이 욕먹을 짓을 한 건 아니냐?”라고 묻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겠죠?

굳이 이유를 찾는다면 저는 그냥 게임을 열심히 했고 상대방에게 죽음을 안겨줬을 뿐이에요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건 욕설,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습니다

(화난다고 같이 맞대응하는 순간 자신도 상대방과 똑같은거에요)



아무튼 저는 불합리한 일을 당했기에 먼저 고소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기 위해서

초록 사이트에서 유사한 사례들을 검색 해보았고 3가지 조건을 충족해야만 한다는 걸 알았어요


첫째 모욕성
직접적으로 명예에 해를 입지 않았어도 상관 없고 문서, 행동, 특정 행위도 포함 가능


둘째 특정성
피해자를 지목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의 앞뒤 상황이 맞아야 하며
피해자가 없는 상황에서도 타인들에게 피해자를 향한 모욕이 있었을 경우도 혐의 인정


셋째 공연성
불특정 다수가 알 수 있는 상황이여야 하며 몇 명이 목격한지는 상관없음
고로 1:1 대화는 처벌이 불가능 하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당시 게임에서 저와 같이한 지인이 인터넷 방송을 하고 있어서 공연성이 성립 할 수 있었고

상대방이 제 소환사명이 아닌 챔피언명을 지목하고 욕을 했을 때

게임 내에서 제 챔피언과 같은 챔피언이 없어 특정성 또한 성립 되었습니다


위와 같은 조건들이 충족할 경우 고소가 가능하며

인터넷으로 고소장 서식을 받아 작성하여 가도 되고

직접 가셔서 비치된 종이에 자필로 작성해도 되니 편하신 방법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처음엔 경찰서 사이버수사팀으로 고소장을 접수하러 가려다가

고소 사례를 찾다가 본 내용에서 경찰서 사이버수사팀으로 갔다가

수사관이 귀찮아하며 처벌 불가능하다며 회유 당해서 돌아오는 분들이 계셨다는 말을 보고는


가까운 검찰청으로 갔는데 정말 간편하게도

5분 정도면 고소장을 접수해주시는 분과 상담 후 제출이 가능 하더군요

번호표 같은것도 필요 없어요



고소장 제출 이틀 후에는 검찰청에서 문자 메시지

경찰서에서 수사지휘를 할 것이며 검사실에 배당되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형사사법포털 www.kics.go.kr에 접속하여 사건 진행상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사이트는 보안 관계로 캡처 불가 - 프로그램, 알툴즈 캡처 다 먹통)


기다리다 보니 고소장 접수 후 열흘이 지나지 않아 경찰서 사이버수사팀에서 전화가 왔고

담당 수사관이신 경위님과 시간 조율하고 출석하였어요


고소장 접수시 제출했던 스크린샷 프린트물의 화질이 좋지 않아서

USB에 스크린샷과 동영상 담아가서 드리니까 복사하고 돌려주시더군요


그렇게 2시간 가량 출력한 스크린샷을 보며

수사관님과 질문과 답변을 기록하며 문서를 작성했고

제 말이 사실임에 틀림없다는 의미로 지장을 종이마다 찍었습니다

처음이라 살짝 긴장도 했고 피곤했던터라 힘들더군요


아무튼 이 날 알았던 건 제가 맞대응하면 좋지 않다는 것이고

함께한 지인과 오프라인 관계여야 하고

지인이 저와의 관계를 증명하고 당시 함께했던 상황을 얘기하는 진술서와

게임 내 본인 계정을 인증하는 스크린샷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위 서식들은 증인인 지인에게 부탁하였더니 팩스로 해결해주셨습니다)


여담으로 고소꾼이 아니냐라는 질문도 받았지만

고소를 진행하며 애초에 합의 의사가 전무해서 이득될 일 없이

제게는 시간과 금전적으로 손해만 가져오는 일이라 생각했고

또한 고소를 했던 일이 없었기에 더한 의심 없이 잘 처리해주신듯 합니다


출석을 해서 수사관님께 조사 받고 지인도 증거를 제출하면 (고소인과 증인)

수사관님이 영장 신청하시고 영장 발부가 되면

피고소인으로부터 조사가 진행 된다고 듣고는 경찰서를 나왔습니다


그리고 얼마후..




이후로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 꽤나 연락이 없더니

위와 같은 우편물이 하나 오고 다음날인가

고소장 접수 한 달여 만에 검찰청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수사가 끝나서 검사님이 죄 여부를 판단하시기 전인데

합의 의사가 없다고 밝히셨던데 혹시라도 생각이 바뀌었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물론 미리 밝혔듯이 “절대로 합의 의사가 없습니다” 라고 하였습니다



이후 문자나 전화가 없이 또 시간이 흘러가길래

문득 어느날엔가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조회했더니

처분이 끝났고 결과를 우편물로 보냈다고 나와있더군요


처분 결과는 모욕으로 인한 구약식 50만원이었습니다

(아래는 우편물 뒷면으로 구약식 설명)




사건 발생 두 달 정도의 시간동안

스크린샷이랑 동영상 자료 모으고

고소장 접수하고 경찰서 출석하니까

전화 몇 통과 우편물 몇 개로 진행 상황과 결과를 알 수 있었습니다

고소하는거랑 절차 복잡하지 않으니 세금 내고 사시는 분이면 당당히 하세요

(합의 의사가 없었기에 피고소인과 만난적 없음)



-------------------- 요약 --------------------


1. 사건 발생 - 게임 내에서 패드립(모욕) 당함


2. 검찰청으로 찾아가 상담하고 고소장 접수 (5분이면 끝남)


3. 검사실에 배당, 경찰서 수사지휘 하에 2018 07 말까지 재지휘 받도록 한다고 문자


4. 경찰서 사이버수사팀에서 연락이 와서 출석


5. 검찰청에서 수사가 끝났으며 검사님께서 판단하기 전인데

혹시 피고소인과 합의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 묻는 연락이 옴

합의 의사 절대 없다고 응답 (선처 없다고 했는데도 까분 사람한테는 합의가 없지)


6. 모욕으로 구약식 50만원씩 벌금 처분 땅땅땅



-------------------- 주저리주저리 --------------------


인생을 살면서 사회에 나와 찌들기도 하고 대출도 받아보고 수술도 몇 번 거치면서

순탄하지 않게 살았지만 그래도 조금씩 깨닫는게 있다보니 얻어가는것도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또 하나 깨달은건 정말 법은 가까이 하고 알면 알수록 도움 된다는거네요


피고소인들 50만원 벌금이 적다면 적고 크다면 큰 금액이겠지만

인터넷에서도 아바타나 캐릭터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경솔하지 않게 행동하며 더한 죄를 짓지 않고 살기를 바랍니다


나이는 모르지만 자신의 행동에 책임 질 수 있어야만 어른이며
자유는 타인의 자유를 침범하지 않았을 때 비로소 인정 된다고 합니다


여러분들도 타인에게 폭력이나 욕설, 기타 불합리적인 일을 당하면 참지 마세요
계속 당해주면 호구 되니 인생은 실전이라는 것을 보여줍시다



죄 짓고 살지 맙시다?!


추신 - 긴 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취미활동은 심신의 안정을 위해서 적당히 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늦기전에 효도하시고 늘 건강하세요 ^^


출처 :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