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참 빠르다. 로또 1등 되고나서 벌써 1년이 지났다. 그간의 1년이 많은 변화가 있었나 싶어서, 당첨되기 전의 1년(재작년부터 작년이맘때까지)을 회상하며 비교해봤다. 제법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일상생활에 있어서 자신감이 생겼다. 회사는 여전히 잘 다니고 있지만, 작은 실수에 꾸중들어도 주눅들던게 많이 사라졌다. 내가 잘못한게 아닐 경우엔 당당해졌다.

회사도 인간관계도 참을때까지 참다 썩어문드러지는 속을 술한잔에 달래야 했지만, 지금은 애써 내가 참지 않아도 풀릴것은 풀리고 안되는 것은 안된다는걸 안다.

본투비 흙수저에 소심한 성격이었는지라 자평하기에도 답답하게 살아왔다. 그게 로또 한방에 정말 인생역전이 되어가고 있다. 황금만능주의 사회에서 내 손에 돈이 쥐어져 있다는 게 이렇게 크게 심리적인 안정감과 변화를 유도할 줄 몰랐다. 당장 흙수저에 소심 그 자체였던 내가 10억 남짓한 돈에 이러는 판국이니... 진짜 졸부들이 욕심 많고, 드세며, 자존심 쎄고, 천박해보인다는 소리를 이래서 듣는구나 싶다.

막상 눈에 띄는 큰변화는 몇 없다. 지방 소도시에 살고 있는지라 집을 샀고, 차를 바꾼것? 그리고 옷 몇가지 비싼거 사본거 말곤 딱히... 물론 집과 차가 바뀐건 크다. 특히 가족들과 함께 살기 너무 좁은집이었지만, 독립하는 것 조차 사치였던 집안 사정. 출퇴근만 겨우하던 중고차. 이 둘의 변화는 편안함과 개인적 자신감 상승에 큰 도움이 되었다.


옛날부터 막연히 그런 생각을 했었다.   로또1등이 되도 티 안내고 살거고, 그냥 일상에 언제나 여윳돈이 있으면 삶을 여유롭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리고 그 생각이 현실이 된 지금은 내 생각보다 분명히 더 좋은 인생을 살고 있다. 물질적인 것보다 심리적이고 성격적으로 좋게 변한것이 많아졌다.

불만과 불평, 달고살던 욕 그리고 담배가 확연하게 줄었다. 인생을 비관적으로만 바라봤고, 늘 누군가에 좋은것이 부럽기만 했다. 내 스스로가 가진게 부끄러웠고... 지금도 불평 불만하고 욕 하고 부러워하지만, 인정해버린다. 그리고 마인드컨트롤한다. 그래도 나는 로또1등이 되서 인생역전 했어. 내 삶이 이 만큼 변한것에 만족하자. 더이상 욕심부리지 말자.

못 해본 것들도 많이 해봤다. 못해본걸 한것중 가장 큰 건 연애를 했다는거다. 나는 모쏠이었는데 워낙 자신감이 없고 자격지심이 심했다. 데이트할 돈도 없는데 내가 좋아한다고 사귀자해도 될까? 외모가 안되는데 꾸밀 돈도 없잖아? 이런것들을 핑계로 용기없이 스스로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20대 초반을 보냈다. 그러고나니까 도저히 연애를 할 용기가 안났었다. 근데 로또가 되었다. 내게 있어서 연애에 관한 가장 큰 걸림돌이 제거되고 나니 결국 연애를 하게 되더라. 자신감이 생기고 꾸미게 되고 먼저 들이대서 사귀어보고... 결국 오래 못 가고 헤어졌지만, 만약 여전히 로또 안되고 살고 있었다면 지금도 모쏠이겠지...


아마도 앞으로도 비슷하게 큰 기복 없는 삶을 살아가겠지. 다만 1등이 되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냈고, 이 변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 그것 하나가 내게 이전보다 내일을 기대하게 한다는 점이다.




작년에 로또 당첨돼 수령 후기 및 가이드 글 올렸던 펨코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