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완저우(孟晩舟ㆍ46)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체포를 주도한 미국 정부가 제 발등을 찍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화웨이 여파가 중국을 넘어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로 번질 전망이라서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각 나라 글로벌 IT기업들은 납품 생태계를 이루며 긴밀히 엮여있다. 이대로라면 실리콘밸리 내 미국 기업들에 부메랑으로 피해가 돌아갈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화웨이는 2015년 세계 1위 통신설비 회사로 발돋움했다. 에릭슨(스웨덴)과 노키아(핀란드)를 차례로 제치며 무섭게 성장했다. 현재 세계 곳곳에 포진한 최정상급 IT기업들에서 주요 부품을 사들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내 ‘거인’으로 꼽히는 인텔과 브로드컴, 퀄컴이 모두 화웨이의 최대 반도체 부품 공급업체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기지국과 라우터(데이터 중계기), 휴대폰 등 전 제작 라인에 걸쳐 화웨이에 부품을 팔고 있다. 화웨이가 실리콘밸리에 건네는 돈 규모는 만만찮다. 올해 사들인 부품 총액이 100억 달러(약 11조2600억원)를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80억 달러(약 9조원)였는데 1년 새 25%가량 늘었다. WSJ는 이 금액이 “미국이 중국에 파는 연간 자동차 수출액과 맞먹는 규모”라고 전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IT 조사업체 가트너(Gartner)는 화웨이의 미국산 사용 규모가 이보다 더 큰 것으로 본다. 지난해 구매액이 140억 달러(약 15조7600억원)로 전년 대비 32% 커졌다고 집계했다. 






중국 IT 분야를 연구하는 컨설팅 업체 IBS(International Business Strategies Inc.)를 이끄는 핸들 존스 최고경영자(CEO)는 “화웨이가 미국 공급업체와 거래를 끊으면 그 충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화웨이가 내리막길을 걸으면 인텔과 퀄컴, 브로드컴의 동반 실적 하락이 불가피하다. 이미 멍 CFO 체포 소식이 전해진 뒤 세 회사 모두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주가가 2~5%가량 떨어졌다. 일단 화웨이는 미국 협력사들과 잡은 손을 놓지 않겠단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멍 CFO체포 소식이 전해진 6일 저녁 글로벌 협력사에 공개 서한을 보내 “미국 측의 부당한 행위와 무관하게 화웨이와 전세계 공급사와의 관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우리는 지난 30년 간 전세계 1만3000여개 업체와 상호 협력을 통해 ICT 생태계를 구축해왔다”고도 강조했다. 국제정세 갈등과는 별개로 기업이익을 추구해 나가겠단 뜻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