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1일 새벽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 9·10호기에서 운송설비점검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용균(24) 씨에 대한 원청과 하청의 사망 사고 조사가 엉터리로 진행됐다고 시민단체들이 주장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등 총 70개 단체로 꾸려진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 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는 1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벌인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전날 오후 2∼6시 고용노동부, 안전관리공단, 원청인 서부발전, 태안화력 협력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유족과 함께 사고 조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직접 현장을 둘러본 결과, 서부발전이 거짓말을 하고 있고, 한국발전기술 또한 부실하게 사고 조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국발전기술의 안전사고 보고서는 시간 순서에 따라 김 씨를 찾는 과정과 상황을 서술한 것일 뿐 사망 사고의 발생 원인이 전혀 담기지 않았다"며 "김 씨가 왜 구동 모터 안으로 들어갔는지, 왜 신체 일부가 말려 들어가는 사고가 발생했는지 이유를 파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서부발전은 한국발전기술에 낙탄 제거 업무 등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다르다"며 "서부발전에서 승인한 한국발전기술의 작업지침서 등을 보면 유지관리 업무뿐만 아니라 김 씨가 한 낙탄 제거 업무가 포함돼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한, "서부발전은 사고 이후 작업중지가 내려졌는데도 작업자들에게 일부 작업을 재개할 것을 지시했다"며 "언론과의 접촉을 삼가라는 등 협박까지 일삼으며 사건을 은폐하려고도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물적 증거를 없애기 위해 느슨한 상태이던 풀코드(정지 스위치)를 재조정하는 등 사망 사고에서 서부발전의 과실이 되는 물적 증거를 삭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 현장 조사에 참여했다는 조성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은 "회사 측에서 사고를 신고한 시간이 새벽 3시 50분이라고 했는데 경찰에 확인해 보니 4시 25분이었다"며 "나중에 실수였다고 바로 잡았지만, 석연치 않은 지점"이라고 꼬집었다. 조 국장은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라 산업재해를 당한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트라우마 치료를 해야 하지만, 아직도 치료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지금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해야 하는 시점인데도 서부발전은 안전진단은 하겠다면서 작업자들에게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부발전에서는 하청업체에 관련 서류를 다 올리라고 했다"며 "혹시 서류를 은폐하거나 조작하려고 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고, 우리가 전날 현장에 가지 않았다면 서류들이 어떻게 조작됐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조 국장은 "사고가 난 기기 등을 포함해 28번씩이나 현장에서 설비 개선을 요구했지만, 서부발전에서는 개선에 3억 원이 든다며 다른 방법으로 고쳐주겠다고 했다"며 "노동자의 목숨값이 3억 원보다 덜하다는 것인가"라고 말했다.